광주-담양-화순에 걸쳐 15개 길로 나뉘어


 무등산을 우러르며 산자락을 한 바퀴 휘돌아가는 길이라는 의미를 가진 ‘무돌길’은 무등산이 한때 무돌뫼라 불렸던 적도 있으니 제법 그럴듯한 이름이다. 2010년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에서 개발한 무등산 자락 길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광주-담양-화순에 걸쳐 15개의 길로 나뉘어
100여 년 묵은 지도를 토대로 그 자락을 돌아가며 걷는 길을 우리에게 선물한 것이다. 무돌길은 광주광역시와 담양군, 화순군에 걸쳐 있으며 모두 열다섯 개의 길로 나누어져 있다. 한 길의 거리가 3~4㎞ 남짓이어서 한두 시간에 가볍게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이 길은 1910년대의 지도에서 찾아낸 것으로 길게는 오백 여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생활문화를 소통하던 핏줄 같은 길이었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대부분의 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돌길은 화려한 자연경관이나 규모 있는 문화유산이 주는 경탄과 벅차오름 대신 소박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길이어서 좋다. 등산이 힘겨운 사람들도 가벼운 마음과 편한 차림으로 접근할 수 있다. 거기에 찬찬한 살핌과 느긋한 걸음, 우연한 만남들을 소중하게 하려는 마음자세라면 건강은 물론이고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삶의 흔적들로부터 오는 정겨움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는 그런 길이다. 한편 정겨운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마음을 나누거나 홀로 깊은 생각에 빠져 걸어도 별 무리가 없는 길이다.

봄에는 11길 화순길과 12길 만년길 좋아
그러나 이 길은 그저 소박한 길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계절에 따라 적절한 길을 선택하고 주변의 문화유산을 살필 수 있도록 배려하면 잔잔한 탄성을 터트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봄이면 11길인 화순길과 12길인 만년길이 먼저 떠오른다. 화순읍에서 만연산자락의 큰 재를 지나 안양산 휴양림 근처의 897번 지방도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산자락 포장도로를 안양산로라 부른다. 이 안양산로를 따라 대규모의 철쭉 동산과 공원, 자연산책로 등을 가꾸어 놓았다. 평소에도 좋지만 4월 중순 벚꽃이 필 무렵부터 철쭉이 만개하는 5월 중순까지 한 달 동안은 산책과 휴식은 물론, 드라이브 코스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초여름엔 8길인 영실길과 9길인 안심길이 으뜸
초여름인 6월에는 8길인 영실길과 9길인 안심길이 으뜸이다. 봄꽃에 취하다 보면 내내 마른 나뭇가지일 것만 같던 감나무에도 어느새 싹이 돋는다. 곳곳에 찔레, 아카시, 이팝나무, 층층나무 꽃들이 하얗게 피고 향기는 바람에 실려 코끝을 상큼하게 한다. 연보랏빛 오동나무꽃도 한몫 거든다. 걷는 동안 내내 위로는 무등산 천왕봉과 규봉, 입석대가 눈 안을 가득 채우고 아래로는 아담한 마을들이 점점이 이어진다. 가을이면 어느 길이나 나름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그 중 6길인 백남정길과 7길인 이서길을 추천한다. 경상저수지의 맑은 물에 비추인 추색은 고요하게 다가들고 무정리에서 이서로 넘어가는 길의 가을 숲은 보랏빛 무등산과 함께 가슴 속 깊숙이 가을을 채색한다.

겨울에는 14길 광주천생태길과 15길 폐선푸른길
눈 쌓인 겨울에는 14길인 광주천생태길과 15길인 폐선푸른길이 제격이다. 3길인 덕령길은 짧은 길이지만 주변에 문화유산이 제법 많아 쉬엄쉬엄 살피면 한나절이 넘는 길이 되기도 한다. 무등산 원효계곡 쪽으로 금곡동 도요지와 분청사기전시관이 있고 김덕령장군의 아우인 김덕보의 풍암정, 장군이 칼을 만들었다는 주검동과 야철지가 있다. 원효사도 둘러볼만한 절집이며 마을 아래쪽 계곡에는 삼괴정이 있다. 4길인 금곡숲길은 충효동과 환벽당, 취가정으로 휘돌아 가는 길을 선택하면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다.

☞무돌길 안내

▶ 1길(싸리길) =1시간 20분(4km)
각화시화마을-각화저수지-들산재-신촌마을-등촌마을정자
▶ 2길(조릿대길) = 1시간(3km)
등촌마을정자-지릿재-배재마을정자(충장사)
▶ 3길(덕령길) = 40분(2km)
배재마을정자(충장사)-금정촌-충장계곡숲길-금곡마을정자(삼괴정)
▶ 4길(금곡숲길) = 1시간(3km)
금곡리정자(삼괴정)-원효계곡숲길-평촌마을-동마을-반석마을-연천마을(남면초)-산음마을(독수정)
▶ 5길(독수정길) = 1시간 30분(4km)
산음마을(독수정)-함충이재-정곡마을정자-절골길-경상마을정자
▶ 6길(백남정길) = 1시간 30분(4km)
경상마을정자-경상저수지-백남정재-무동마을정자
▶ 7길(이서길) = 1시간(3km)
무동리정자-송계마을-서동마을-용강마을-영평마을(이서초등학교)
▶ 8길(영실길) = 1시간 30분(4km)
영평마을(이서초등학교)-영실골-OK목장-안심마을정자
▶ 9길(안심길) = 1시간(3km)
안심마을정자-안심저수지-안양산 휴양림 = 1시간(3km)
▶ 10길(수만리길) = 1시간 30분(4km)
안양산휴양림-둔병재-수만리정자-수만리골길-큰재휴게소
▶ 11길(화순길) = 1시간(3km)
큰재휴게소-만수동골길-중지마을정자
▶ 12길(만년길) = 1시간 30분(4km)
중지마을정자-만연재-무성이골-용연마을정자
▶ 13길(용추길) = 40분(2km)
용연마을정자-용추골길-선교동 정자
▶ 14길(광주천생태길) = 1시간 30분(4km)
선교동-광주생태하천길(주남-지원동-소태동-학동)-남광주역사(남광주시장)
▶ 15길(폐선푸른길) = 1시간(3km)
남광주역사(남광주시장)-폐선부지 푸른길(학동-서석동-산수동-계림동-중흥동)-광주역

글쓴이 정오삼(광주고등학교 교사,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환경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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