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박현주 'Symbol of Memory' 展

여행의 이유에는 저마다의 사정들이 있다. 지나가 버렸으나 아직은 놓아주지 못한 것들을 위한 시간을 벌고자 함이 있다면 편협한 일상과 구조에 지친 나머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을 내맡기기 위함도 있는 것이다. 갤러리도스 기획 박현주 'Symbol of Memory' 展은 2021. 11. 17 (수) ~ 2021. 11. 23 (화)까지 전시 된다.

박현주 홍보용 포스터
박현주 홍보용 포스터

오로라는 과학적으로 태양과 지구의 운동성이 반응하여 탄생하는 대규모의 방전형상인 동시에 이 시대 오로라 여행의 인기에 힘입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도 인식됨이 친숙하다. 이처럼 오로라는 현 시대에 이르러 단순히 자연현상으로만 수용되지 않는다. 인간의 예술적 사고를 자극하는 매개체로서 활용될 수 있기에 우리는 박현주의 작업 또한 이러한 점에 근간함을 인지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오로라 빌리지에서의 하늘뿐만이 아니다. 하늘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인간에게 그러했다. 오래 전부터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그랬듯 드넓으나 공허하지는 않은 천문의 세상은 인간에게 끊임없는 생각거리들을 제시한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삶의 고리를 인식함으로써 정지되지 않는 인간 삶의 역동성과 생의 열기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하늘에서 시작되어 오로라로 흘러가는 사유들은 기억으로 누적됨으로써 존재의 원초적 에너지이자 생명의 역동성을 증명한다. 작가는 나무의 소재적인 측면을 고려한 후에는 형태적 측면에 주목한다. 평면부조의 형태로 직선과 곡선을 유려하게 조화시켜 조각함으로써 일렁이는 오로라를 한층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도록 구현한다.      

밤하늘의 오로라를 관측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추위와 기다림을 견뎌낸다. 꿋꿋이 인고의 시간을 보낸 이에게는 꿈같은 보상처럼 머리 위로 오로라가 쏟아져 내린다. 인간의 기억과 추억으로 남겨지며 지속되고 생장한다. 오로라는 사라졌어도 오로라를 보며 감상에 젖었던 인간 그리고 인간의 곁에서 자연의 순간으로써 교감하던 오로라는 여전히 살아 있으며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이라는 근원은 오로라라는 일종의 변주를 통해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며 인간의 기억을 통해 끊임없이 저장되며 지속된다. 여기에는 영원함과 상호소통이 잠재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인간의 기억과 기억하는 삶의 생명력을 사랑하는 방법으로써 이 지상의 오로라를 선보인다. 청연하고 가뿐하게 하늘의 푸른 옷자락이 펼쳐지는 이 공간이 삶과 사랑의 광경으로 잊히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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