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김태서 'Outer Spiral┃You've Come a Long Way' 展

현대사회, 더 좁게는 현대미술에서 “모더니티(modernity)”라는 용어는 사어(死語)를 넘어서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의미마저 가지게 된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모더니티를 ‘인간이 인간을 다른 모든 존재로부터 분리시킨 후, 스스로에게 절대적인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태서 'Outer Spiral┃You've Come a Long Way' 展은 2021. 11. 10 (수) ~ 2021. 11. 16 (화)까지 열린다.

김태서 'Outer Spiral┃You've Come a Long Way' 展 안내포스터
김태서 'Outer Spiral┃You've Come a Long Way' 展 안내포스터

미술에서의 모더니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견과 기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더니티에 대한 탐구와 논쟁이 가장 치열했던 미술 양식이 “추상미술”이라는 견해에 강하게 반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회화는 대상의 환영이 아닌 작가의 순수한 표현욕구로서 절대적인 조형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하여 “자유로운 개인의 창작행위”라는 신화적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추상미술 역시 진정 자유로운 발생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미경 같은 새로운 광학기술의 개발은 인간이 그동안 보지 않았던, 보지 못했던 미시의 자연을 보여주었고, 이는 “신이 보는 자연”이라는 새로운 재현의 대상을 예술가들에게 제시하였다. 모든 추상미술이 은연중에 재현의 대상을 상정하고 있다.

인간은 아직 이 세상을 움직이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법칙을 탐구하고 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우주탐사는 강대국들의 새로운 경쟁무대가 되고 있으며, 지구의 중력 바깥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소모와 인간의 삶을 바꾸어놓을 실질적인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Outer Spiral|You've Come a Long Way≫는 이러한 절대성에의 추구가 좌절된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 과학의 영역에서 여전히 유효한 유일법칙에의 탐구과정으로서 우주탐사를 추상화의 형식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1969년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이후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 로버’(Curiosity Rover)는 광활하고 정교한 화성의 풍경을 전송하며 지구 이외의 생명활동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한 막막한 탐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외계의 지적생명체에게 전달할 지구에 대한 정보를 싣고 1977년 발사한 우주탐사선 ‘보이저2호’(Voyager 2)는 2018년 태양계 바깥으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행위는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바깥의, 인간이 생존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우주를 탐사하며 관찰 가능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원리와 법칙을 찾아내서, 이를 인간의 삶에 적용시키고자 하는 인간 이성의 가장 첨예한 활동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Юрий Алексеевич Гагарин)이 했다고 잘못 알려진 “여기서 바라보니 신은 없었다.”는 발언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 진출한 인간이 종교적 믿음을 떠나 과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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