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읍사무소·읍주민자치회 주도…예초기로 잡초 제거하듯 짓뭉개
현장에 나온 소일거리 경작 남촌마을 노인들, 주저앉아 ‘망연자실’

담양군이 프로방스와 읍 남촌마을간 도로 옆 유휴부지에 재배된 농작물을 불법경작을 단속한다는 빌미로 무참히 짓뭉개버려 원성을 사고 있다.

남촌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6일 이른 아침부터 담양읍 주민자치회 회원들이 현장에 나와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듯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도질했다.

실제로 프로방스-남촌마을간 88폐도 인근 유휴부지에 경작된 농작물은 지면으로부터 5㎝ 정도에서 잘려져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어려웠고, 폭탄을 맞은 파편처럼 도로변에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다.

김장용 배추는 윗부분부터 예초기의 회전칼날에 잘려나가 시래기로도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또 제법 알맹이가 꽉 찬 메주콩은 꼬투리조차 찾기 어려웠으며, 무도 이파리가 몽땅 잘려나가고 뿌리조차 여기저기 노출돼 있었다.

실파와 대파, 생강, 갓, 들깨, 고구마, 호박도 무자비하게 잘려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수거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70대 노인은 한톨이라도 건지려 땅에 흩뜨러진 콩꼬투리를 주워 담다가 땅바닥에 주저앉고 서러움에 눈물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노인들은 몇해 전부터 소일거리 삼아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흘려가며 도로변에 농작물을 경작해왔다.

노인들은 88고속도로가 폐도될 당시 도로공사 남원지사에 저렴한 임대료를 냈으며, 이후 담양군에서 권리권을 이양받은 줄도 모른 채 계속해서 농사를 지어도 되는 줄 알고 작물을 가꿔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말썽이 빚어진 것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이 유휴부지에 작물을 가꾸려다 기존 경작자들에게 제지당하자 담양군에 불법경작을 항의하는 민원을 제기해 단속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담양읍사무소는 올 봄에 불법경작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도로변 불법게시 시비가 일자 현수막을 제거했다.

이어 읍사무소는 ‘8월 이후에는 새로운 작물을 심을 수 없고, 식재된 작물도 10월5일까지 제거하지 않으면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취지의 안내문이 적힌 게시판을 설치하고, 기한이 된 10월 6일에 강제철거를 집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농작물 철거는 담양읍사무소와 담양읍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도적으로 실행했다.

이에대해 철거를 총괄한 이종옥 담양읍주민자치회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강제철거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했으나 결과적으로 경작자들에게 상처를 안기게 돼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남촌마을 주민 A씨는 “주민을 위한 자치회라면 군수를 만나서라도 농작물을 수확한 이후에 강제철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왜 건의하지 않았느냐”며 “주민들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피눈물 나게 하는 주민자치회가 무슨 존재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강경원 담양읍장은 “농사를 지으려 차량통행이 많은 도로변을 오가면 위험하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유독물질이 포함된 농작물이 건강에도 좋지 않아 경작을 못하게 했던 것”이라며 “텃밭이 필요한 주민들에게는 농업기술센터의 텃밭분양에 참여하게 하고, 소일거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꽃길 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양읍 주민 B씨는 “지금 당장 프로방스와 남촌마을 사이의 도보를 개설하지 않으면서 뭐가 그리 급해서 곧 수확을 앞둔 농작물을 무참하게 망가뜨려 버린 것이냐”고 반문한 뒤 “앞으로 어떻게 망연자실한 경작 노인들의 깊은 상처를 달래주는지 담양군 행정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담양자치신문 김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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