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어 전승·보존
농바우 끄시기 전설을 뮤지컬로…세계에 알릴 계획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는 하지가 지나도 비가 오지 않아 모내기를 하지 못하거나, 모내기를 했더라도 논에 물이 없어 심은 모가 말라 죽게 될 상황에서 신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하는 기우제 의식의 성격을 띤 놀이이다. ‘농바우끄시기’는 ‘농(籠)바위 끌기’라는 뜻의 방언인데, ‘농바우’라는 명칭은 시루봉 중턱에 있는 바위가 반닫이를 뒤집어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 놀이는 어재리를 비롯한 인근 마을을 비롯하여 제원면 일대 마을까지 참여하는 공동놀이로, 2000년 9월 20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되어 전승·보존되고 있다.

제32호 농바우끄시기 양철규 예능보유자로부터 금산 농바우끄시기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양철규 농바우끄시기 예능보유자
양철규 농바우끄시기 예능보유자

Q. 농바우끄시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A. 금산 농바우끄시기는 2000년 9월 20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충청남도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413번지 강변 어재리 느재마을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과 제원면 일대에서 행해지던 기우제로 농(籠) 같이 생긴 바위를 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농바우는 느재마을에서 동남쪽으로 약 350m 떨어진 시루봉 중턱에 있는 바위로 그 모습이 마치 반닫이 농을 뒤집어 놓은 것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의식은 30대 이상의 부인들이 주도하는 편인데, 바위 아래 계곡물에 여인네들이 알몸으로 떼를 지어 들어가 바가지로 물을 퍼 끼얹으며 물장난을 치고 놀면 하늘이 비를 내린다는 기우(祈雨)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이 의식은 비를 기원하며 병에 솔가지를 꽂아 거꾸로 매다는 ‘물병매기’, 짚으로 지름 20cm, 길이 200m의 동아줄을 꼬아 농바우에 거는 ‘용줄매기’, 아낙들이 농바우에서 비오기를 기원하는 ‘산제’, 아낙들이 농바우 아래 계곡물에 옷을 벗고 떼 지어 들어가 키로 물을 까부는 ‘날궂이’ 등으로 구성됩니다.

선소리꾼이 농바우에 올라 소리를 메기면 건너편 언덕에 양쪽으로 길게 줄을 잡은 아낙들 70~80명이 번갈아 가며 농바우를 끄시는 겁니다. 1993년에 보존회가 설립된 이후, 금산인삼축제나 금강여울축제, 기타 국내외 행사에 참여해 활발한 전승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농바우끄시기가 유명해진 계기로 ‘물페기농요’라는 것이 있습니다. 평촌은 예능보유 무형문화재 두 개를 받았는데 첫 번째가 물페기농요입니다. 이 것이 왜 떴는고 하니, 아리랑TV에서 현장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제안이 와서 24~5년 전에 100만 원 정도를 지불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돈으로는 100만 원이면 적은 돈은 아니었어요.

행사 당일, 방송인들도 많이 와서 햇빛이 쨍쨍 나는 날 촬영했어요. 농바우끄시기 소개를 하며 촬영을 했습니다. 한참 농바우를 끄시며 의식을 하고 있자니 좋은 날씨에 비가 갑자기 쏟아져 촬영중이던 사람 모두 민망할 정도로 옷을 다 버린 거예요. 아리랑TV는 전 세계로 송출되는 채널이라 그 방송이 전 세계로 나갔고 그때부터 전국적으로 크게 유명해졌습니다. 그 후 91년도에 물페기농요 전수활동을 시작해 93년도에 보존회를 결성했어요.

처음에는 마을사람한테 전수를 맡겼는데 몇 년 하더니 집어 치워버리더라고요. 전통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 게 안타까워 제가 거머쥐고 다시 시작해서 문화재 지정도 받게 되었습니다. 농바우끄시기는 지정을 받기 전에도 여러 행사에 초청을 많이 받았어요.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한일축제까지 초청받아 참석했을 정도였습니다. 에버랜드 장미꽃 축제에도 초청을 받아 농바우끄시기를 선보이는데, 이상하게 우리만 가면 비가 와요. 서울에서 한일축제하는 날에도 비가 왔고, 에버랜드 장미축제에서도 멀쩡한 날이었는데 그냥 비가 쏟아졌어요.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해마다 열리는 금산인삼축제에도 저희가 인기가 꽤 있었습니다. 금산인삼엑스포 첫 회 때도 인기가 있었지요. 엑스포를 30일간 개최했는데 저희가 16일간 참가했어요. 우리 농바우끄시기는 체험코너로 꾸며 외국인들도 직접 참여하도록 했는데 그게 인기가 좋았어요. 외국인들도 물병을 머리에 이고 춤 추는 것을 아주 재미있어했어요.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Q. 양철규 성생님이 농바우끄시기 예능보유자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우리 할머니가 91세에 돌아가셨어요. 그때는 91세면 정말 장수하신 거였지요. 그때만 해도 60살까지 살기도 어려운 일이니 환갑잔치를 크게 했던 건데, 91살까지 살았으니 아주 오래 사셨던 거죠. 그 할머니가 농바우끄시기를 한 걸 두어 번 따라가봤어요. 어렸을 적 할머니와의 추억이 생각나는 농바우끄시기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금산농바우끄시기 전시실
금산농바우끄시기 전시실

Q. 지금도 마을 여자들만 하는 건가요?

A. 네, 지금도 마을 여자들만 하고 있어요. 제가 줄을 갖다 걸면 아낙네들이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어와요. 강경모랭이가 물이 안 마르는 곳인데, 거기서 물을 받아옵니다. 솔가지를 꺾어서 입구를 막고 물을 흘리지 않게 이고 와서 집에 대문에다 거꾸로 걸어놓으면 물이 솔잎을 따라서 뜨문뜨문 비 오듯이 떨어지거든요. 그 모습이 비가 오는 것처럼 보이니, 이렇게 비가 와달라고 비는 겁니다. 또 뒷산에 가면 빨간 흙이 있는데 그걸 받아서 삽으로 대문가에 찍어놔요. 말하자면 귀신 못 나오라고 액막이를 하고, 솔가지와 고추 몇 개를 꽂아 금줄을 쳐놓습니다. 또 달거리하는 사람은 부정하다고 하여 농바우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금산농바우끄시기
금산농바우끄시기

Q. 농바우끄시기 행사는 언제 하나요?

A. 올해 인삼축제는 비대면으로 전환됐지만 저희는 현장에서 하려고 해요. 작년에도 현장에서 했고요. 날짜는 아직 안 잡혔지만 인삼축제가 진행되는 10월 1일부터 10일 정도 사이에 날을 받아서 회원들만 참석하여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양원식 회장(왼쪽)과 양철규 예능보유자
양원식 회장(왼쪽)과 양철규 예능보유자

Q. 앞으로의 계획은?

A. 농바우끄시기는 배경 전설도 재미있어서 뮤지컬로 만든 대본이 있는데 공주 마당극패 ‘우금치’가 초창기에 저희한테 배우고 갔어요. 금산인삼축제 때 저희가 뮤지컬 공연을 했었는데 그게 제법 인기가 있어서 공연단을 만들어달라고 단장한테 얘기를 했어요. 우리 후배지만 지금은 더 유명해졌고 전문성도 가지고 있어서 우금치 단장과 단원 20여 명이 와서 우리를 가르쳐줬어요. 그렇게 마당극을 만들어서 여러 군데 공연을 다녔어요. 예산, 충북도 가서 공연하고 전주에서도 공연을 하고 그렇게 몇 번을 다녔습니다. 더 많은 공연을 위해 뮤지컬 연습을 하던 중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중단이 된 상태라 아쉽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공연으로 돈을 벌어가는데, 우리 촌놈들도 도시에 가서 뮤지컬 공연을 통해 전통을 알리고 더 나아가 세계 무대에도 선보여 우리 농바우끄시기를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금산농바우끄시기 전시실
금산농바우끄시기 전시실

※ 농바우끄시기 전설

옛날 어재리 느재마을에 두 아내를 거느린 장수가 살고 있었다. 부인들은 투기가 심하여 서로 장수를 차지하려고 늘 다투었다. 그러던 중 전쟁이 발발했다. 장수는 전쟁터에서 큰 공을 세우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벗어놓은 갑옷을 두고 또다시 다투기 시작했다. 화가 난 장수는 갑옷을 빼앗아 바위로 된 단단한 농에 넣고는 다시는 꺼내 볼 수 없도록 뒤집어 놓았다. 그때 장수의 갑옷을 보관한 농이 지금의 농바우라고 한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