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한범수 기관사, 23년 2개월 무사고 100만km 달성
코레일 한범수 기관사, 23년 2개월 무사고 100만km 달성
  • 정다은 기자
  • 승인 2021.09.09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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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수 기관사

“국민의 안전을 위해 23년간 달렸습니다.”

1996년 철도청에 입사해 1998년 6월 비둘기호를 시작으로 2021년 8월 21일 10시 9분 대전역에 도착하는 무궁화 1304 열차로 23년 2개월 운전무사고 100만km를 달성한 코레일 한범수 기관사를 청풍 편집장이 만나봤다.
* 100만km: 대전에서 서울까지 350km, 대전에서 서울을 2900번 왕복한 거리

 

Q. 많은 직업들 중에 기차 기관사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아마 초등학교 때였던 것 같아요. 어머니 손을 잡고 논산역에 갔는데 난생처음 기차를 보았어요. 여러 칸의 기차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걸 보고 신기해 한참을 구경하며 나도 어른이 되면 저런 기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 들었습니다.

그 후로 초등학교 친구들한테 나는 커서 기관사가 되겠다고 얘기한 모양이에요. 기관사가 된 후 어느 날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서로 안부를 나누다 “너는 옛날부터 기관사가 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정말 기관사가 돼서 성공한 사람이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Q. 첫 운행은 어떤 기차로 시작하셨어요?

A. 제가 1998년 기관사 발령을 받았는데 그 전엔 주로 비둘기호를 많이 했어요. 3량, 2량 달고 다니는 각 역마다 정차하는 비둘기호요. 완행열차였죠. 지금은 ITX-새마을호와 무궁화호를 운행하고 있습니다.

면허가 기종마다 각각이라 똑같은 기관사라도 디젤면허가 있는 분이 있고 전기차 면허가 있는 분이 있고 또 새마을호 ITX-새마을 면허가 있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모든 면허를 다 갖고 있습니다.

처음에 입사할 땐 면허증이 없습니다. 저는 부기관사, 즉 직접적으로 운전을 안 하고 기관사를 보필하는 위치에서 근무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그때 기관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줍니다. 대전은 10년 이상 지나야 기관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줬지요. 그래서 100만km 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Q. 3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철도 근무자의 입지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처우는 어떤가요?

A. 제가 처음 철도에 들어갔을 때는 공무원 신분이었는데 2004년 철도공사로 전환되었습니다. 많은 변화 속에서도 공무원 신분일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Q. 밖에서 볼 때는 그냥 기관사, 단순한 직업으로 보이는데 그 안에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화물열차에는 기관사, 부기관사 둘이서 운행을 하는데 선로차단 공사를 하다 보면 화물열차는 제시간에 운행하지 못합니다. 한번은 경부선 황간역에서 선로차단 공사 때문에 밤새 운전실에서 대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관차로 몰려와 왜 밤새 시끄럽게 기관차 시동을 켜 놓았냐고 항의를 하더라고요. 이유를 들어보니 역 옆에 민가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밤새 기관차 엔진 시동을 걸어놓고 있으니까 얼마나 시끄럽겠어요. 여름이니까 문도 열어놨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아침에 와서 뭐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나가서 “이건 자동차랑 다른 거예요, 자동차는 시동을 끄면 되는데 기관차는 시동을 끌 수가 없습니다.”라고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기관차는 자동차와 달라서 한 번 시동을 끄게 되면 다시 시동 걸기가 쉽지 않거든요. 배터리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특별한 경우 외에는 시동을 끄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분들께 그렇게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들도 수긍하셔서 끄덕끄덕하면서 가시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Q. 자부심이나 사명감을 느낄만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 설이나 추석 명절 특별수송 기간에 저는 이 직업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대신 저를 믿고 이용하시는 고객들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고 운전실에서 내릴 때, 피로감이 몰려오면서도 ‘오늘도 안전하게 고객들을 편안하게 모셨구나’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 뿌듯함을 느낍니다.

 

100만km 달성 기념식에 참석한 가족들

 

Q. 근무 중 가장 특별한 기억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옛말에 춥고 배고픈 건 참지만 졸음은 못 이긴다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출근하면 우선 작은 봉지커피를 하나씩 주곤 했습니다. 어느 날은 운행하다 졸음이 너무 심하게 참지 못할 정도로 쏟아졌는데 운행 중에 뜨거운 물을 구할 수도 없으니 커피를 물에 타서 마실 수 없어 봉지커피를 뜯어 가루째 입에 털어 넣고 씹으며 졸음을 쫓았던 기억이 납니다.

저희는 체력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저도, 다른 기관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 운행을 하기 때문이지요. 개인 승용차 같은 경우엔 휴게소나 갓길에 세우고 눈이라도 붙일 텐데 열차 같은 경우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죠.

 

Q. 특별히 좋아하는 코스는 어디인가요? 또한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요?

A. 저희 사무소에서 담당하는 운전구간은 경부선, 호남선, 충북선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충북선을 운행할 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충북선은 대전에서 제천까지 운행하는데 삼탄에서 공전을 거쳐 봉양을 가다 보면 꼬불꼬불 굽은 길가에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보면 정말 절경입니다. 봄에는 핑크빛의 진달래가 온 산에 만발해 있고 여름에는 진초록의 나뭇잎이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물결을 이루고 겨울엔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제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충북선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우리 가족이 시간 될 때 자주 가는 강원도 양양입니다. 낙산사에서 넘실거리는 바다 위로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는 속초 중앙시장에서 회를 떠서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와 함께 먹는 맛이 최고입니다. 설악산 흔들바위를 오르며 자연의 웅장함도 멋있습니다.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동해안 여행 강추입니다.

 

Q. 쉬는 날은 주로 어떻게 보내시나요?

A. 쉬는 날은 건강을 위해 보문산을 자주 오르내립니다. 여러 군데 등산코스가 있어서 시간에 따라 선택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또 안전운행을 위해 철도규정, 기술습득을 위해 노력합니다. 군산에 사는 외손주가 이제 20개월인데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주말에 오면 자전거 태우고 아파트 주변을 돌아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외손자와 함께 자전거 드리이브

A. 앞으로의 목표는?

Q.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게 바람입니다. 퇴직까지 남은 기간 동안 더 안전운행에 전념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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