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1 하반기 ‘깊은 호흡’ 이재윤 'Wanderlust' 展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도심에든 풀잎이 유려하게 흔들리는 숲속에든 바쁜 일상이 반복되는 그 어떤 곳에든 바람은 머물다 간다. 물론 때때로 인간은 소속감에 저항해 보지만 저항하는 만큼 열망하면서 귀속되고자 애쓸 수밖에 없기에 어느 날 온 데 간 데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씁쓸한 허기에 잠식되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지겠다는 명분을 내세운 채 보다 그럴싸하게 치장함으로써 만족스러운 낯빛을 띄우기도 한다. 갤러리도스‘깊은 호흡’이재윤 'Wanderlust' 展은 2021. 9. 15 (수) ~ 2021. 9. 28 (화)까지 전시된다.

갤러리도스  ‘깊은 호흡’ 이재윤 'Wanderlust' 展 안내 포스터
갤러리도스 ‘깊은 호흡’ 이재윤 'Wanderlust' 展 안내 포스터

하지만 이는 스스로를 주변의 잣대와 평가에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시선을 주도한다고 믿고자 하나 종내에는 시선에 굴복당하고 종속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웃어 보이려 하면서 조그마한 일에도 분개하게 된다.

진실과 진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손 쓸 도리가 없다는 것을 자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내부가 허물어진 탓에 외로워져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재윤의 작품은 이러한 현 세태에 대한 고민과 걱정을 환기시킬 수 있는 창으로 자리 잡는다.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유목적 사유를 통해서 세상과 삶 그리고 자아에 대해 자문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완전성과 불안정성을 있는 그대로 긍정함으로써 삶의 여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일구어지기 때문이다.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부터 벗어나 세상과 삶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가변적인 상황과 목적 없이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낯설고 차갑게 보일 거라고 여겨지지만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유동성은 감정적으로 충만하고 뭉근하게 다가온다. 작품을 통해 발현되는 유목적 사유라는 것이 불안한 방황이 아닌 자유로운 방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아직은 괜한 불안과 두려움에 떨 필요가 없다는 뜻이므로 구속과 실패가 아닌 해방과 자유에 대해 얼마든지 궁금해하고 염원해도 된다는 의미로 작용할 수가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방랑을 향해 낸 커다란 창이다. 우리는 그 창을 통해 낯설기 때문에 솔직하다고 여길 만한 삶의 파편을 마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길 위의 삶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나선다. 어디로 가야 하고 도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서 괜찮다며 길 위의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걷는다. 당신을 위해 남은 아름다움이 내내 당신을 사랑할 것이므로 삶은 당신에게 언제나 괜찮다고 다독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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