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략적 인내’ 시절로

심재권 전,국회의원(정당인) 20대 국회 전반기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호주 모나쉬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이번 하계 한미연합훈련 시작에 반발하며 북한이 중단시킨 남북통신선이 훈련 종료에도 불구하고 다시 개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남북이 13개월의 단절을 딛고 상호신뢰 회복과 관계개선을 다짐하며 복원한 남북 연락 채널이 끊김으로써 남북관계도 다시 그 전의 상태로 돌아간 듯하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북한의 핵실험 중단과 ICBM 실험 중단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였다. 싱가포르선언의 연장이다. 과거에도 남북관계를 고려해 팀 스피릿훈련이 중단되기도 했다.

1년여의 단절을 거쳐 남북이 어렵게 상호 신뢰회복과 관계 발전을 이룰 계기를 마련했는데, 더욱이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생각할 때, 다시 남북이 갈등적 관계로 회귀한 듯해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번 훈련은 전시작전권 반환 계획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보도되고 있다. 방어적 목적의 한미연합훈련을 앞으로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하계훈련은 유예하거나 중단하고 다시 남북관계를 궤도에 올려놓은 후 9.19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남북이 서로 방어적인 훈련실시 합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평화를 위해, 평화적 한반도비핵화를 위해서도, 다시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고 하며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핵실험, ICBM 실험중단 등 북한의 선 조치들에 대해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 미국이 상응하는 신뢰구축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는 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 코로나, 수해 등으로 북한의 내부 여건이 어려워 자력갱생, 자급자족에 우선하는 듯하다. 하노이 회담이나 스톡홀름 회담 류의 대화에 나설 여유가 없다는 것을 공식으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

결국 북한이 ‘조건 없는 대화’에 다시 나서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거기에 제재로 대응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시절로 북미관계가 회귀하고 있다.

엊그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2018년 12월 이래 가동이 중단돼온 북한 영변 5MW 원자로가 올 7월부터 다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자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2018년 3월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북한에 대한 군사위협이 제거되고 북한 체제가 위협받지 않는다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비핵화입장을 아직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평화체제가 구축되지 않는 한 북한 안보를 위해 핵무장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핵탄두 다량화, 다종화, 투발수단의 다양화를 공언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략문제 연구 기관인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은 지난 한해만 해도 북한이 10개 정도의 핵탄두를 늘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우리에게 한반도평화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이번 한미연합훈련 유예나 중단으로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의 마중물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는 사라졌지만 다른 어떤 형태로던 북한의 선 조치에 미국이 응답하여 싱가포르합의 실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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