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상했던 꽃과 자연이 있는 삶

교직생활 마치고 남편 고향마을에 귀촌해
그림 그린 남편, 꽃 키우는 아내가 지은 집

‘비밀의 화원’으로 유명한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삶 롤모델로 자연스러움 추구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 고스란히 녹아
동화속 들판인 듯, 숲속 오솔길인 듯…

⑥부안 고신정원

줄포IC에서 변산 해안길을 가다보면 내소사 초입에 부안군 석포리가 나온다.

석포리의 한갓진 시골마을 길에 들어서면 푸른 콩밭 너머로 흐드러지게 핀 여름 꽃들과 프로방스풍 좌우대칭의 벽돌집이 눈에 띤다.

고신정원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 고충석씨와 꽃을 가꾸는 아내 신예순씨가 양파밭이던 대지 위에 집을 짓고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며 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접촉을 꺼려 아쉽게도 고신정원 안의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꽃을 사랑한 두 사람은 10년 전 부부의 고향이기도 한 전북 부안으로 귀촌했다.

전주에서 교직생활을 하던 부부는 주말이면 양가 부모님을 뵙거나 변산반도 드라이브를 즐기던 남편의 고향마을 근처 땅을 구입했다고 한다.

황량한 양파밭이었던 땅에 작은 조립식 주택을 마련해 자연과 조화로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들여 땅을 다지고 꽃을 심었다.

뻘밭처럼 질퍽거리는 황토밭이라서 손수레에 한가득 실은 자갈을 일일이 붓고 길을 만들어 토대를 만든 후 1년내내 꽃을 즐길 수 있도록 정원 곳곳에 다양한 꽃을 심고 마당에는 잔디를 깔았다.

정원을 오가는 산책길의 자연스러운 지형은 아내가 기획했으며 남편과 함께 마사토를 직접 퍼나르며 조성했다.

귀촌 전 플로리스트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녀가 정원내 화초들의 배치도 직접했다.

그렇게 10년을 가꾼 부부의 정원에는 330여종의 꽃과 나무들이 가득이다.

평소 ‘비밀의 화원’으로 유명한 미국의 동화작가이자 화가였던 타샤 튜더의 삶을 롤모델로 귀촌과 정원을 준비한 부부는 고신정원에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추구했다고 한다.

부부는 숲속 오솔길을 거니는 느낌이 들도록 화초와 텃밭의 경계를 뚜렷하게 하지 않고 최대한 자연과 어우러지도록 조성했다. 부부는 오랜 정성과 수고가 담겨있는 이곳을 각자의 성을 따서 고신정원이라 이름 붙였다.

이곳은 꾸미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어느 동화속 들판인 듯, 숲속 오솔길인 듯 느껴졌다.

저먼 아이리스(독일붓꽃), 영국장미, 튤립, 작약, 니겔라(흑종초), 데이릴리(서양 원추리), 우단동자, 수국, 해바라기, 구절초, 국화 …

고신정원에는 계절별로 예쁜 꽃들이 즐비하다.

봄이면 튤립, 영국장미, 저먼 아이리스, 작약 등이 만발해 정원을 떠나기 싫을 정도라 한다.

초록이 싱그러운 여름에는 강렬한 햇볕을 뚫고 피어난 데이릴리, 니겔라, 수국, 해바라기, 백일홍 등이 정원을 채운다.

앞산 자락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에는 구절초, 국화, 단풍나무 등이 차례로 화려한 색감을 선사한다.

부부가 에너지를 충전하고 잠시 쉬어가는 겨울에도 수목과 화초에 쌓인 눈과 어울린 설경은 또 다른 기쁨을 준다.

잔디밭과 정원의 운치를 더하기 위해 남편의 아이디어로 정원 한가운데 금붕어가 노니는 연못도 마련했다.

정원을 꾸미기 시작할 때만 해도 부안에는 전문 종묘상이 드물었다고 한다.

꽃이 있는 현장을 찾아 사람들을 만나고 배워 가면서 모종을 구해 포기나누기로 착실히 화초를 하나 둘 늘려가며 오늘의 정원을 일궈냈다.

귀촌하며 고된 농사는 짓지 말자 서로 약속했던 부부는 꼭두새벽부터 풀과 씨름하며 정원을 가꾸는 일과를 시작한다.

정원 일이 농사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렇게 무한한 애정과 땀이 어린 공간이기에 부부의 정원사랑은 각별하다.

이 좋은 풍경을 둘만 보기가 아까워 지인을 초대하거나 방문객에게 초기 거주했던 주택인 별채에 머물며 정원을 만끽하도록 공간을 내어주기도 한다.

운이 좋은 방문객은 별채에서 하룻밤 사색을 즐기고,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본채 거실에서 아침 식사와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담양자치신문 조 복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