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린 수련 그림에 개구리가, 수국 그림엔 나비가 날아와 앉아…

서양화가 이은희

“해를 보지 않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꽃은 없다. 높은 꽃대 위, 쟁반만 한 해바라기 얼굴은 어린 시절 희망을 주기도 했다. 하늘을 바라보는 바라기, 누군가를 위해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 주는 행복한 꽃이고 싶다. 햇볕과 바람과 모든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그날그날의 이야기를 만들 듯이 나 또한 해바라기와의 다정한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 보려 한다.”

서양화가 이은희

서양화가 이은희 작가의 그림은 자연이나 꽃을 통해 마음의 정서적인 감성 최대한 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나 마음속의 언어, 바람, 빛을 움직이는 시간 속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인생의 하루하루가 다르듯 나들이를 하며 그림을 통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설명하는 이은희 작가를 청풍 편집장이 만나봤다.

 

서양화가 이은희

- 그림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초등학교 때부터 그냥 자연스럽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그리게 되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사생대회도 몇 번 나가기도 하고요. 고등학교 때쯤에 언니가 결혼을 했는데, 형부가 그림을 그리시더라고요. 그래서 형부의 영향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해바라기, 서양화가 이은희

-주로 해바라기, 꽃 같은 걸 그리시나요?

대학교 다닐 때 야외를 잘 못 나가니까 실내에서 정물을 놓고 꽃병에 있는 꽃을 주로 그렸고 결혼해서는 신랑이 도자기를 해서 꽃을 그때도 많이 그렸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여행스케치 동아리에 들어가서 동호인들이랑 같이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을 가서 야외에서 스케치도하고 수채화로 그리면 집에 와서 유화로 칠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가슴이 뛰고 너무 좋아요. 그림 그리는 사람들끼리 다니다 보니 함께 그림 이야기도 하고 의미도 있고 아주 많이 행복합니다. 정물에서 풍경 쪽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어요.

 

- 개인전은 얼마나?

개인전은 1년에 한 번이나 2년에 한 번 정도 컨셉을 잡아서 하고 있고 가장 최근에 한 전시회가 작년 11월 해바라기시리즈였습니다. 코로나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행복을 전하기 위해 소재를 ‘해바라기’로 해서 예산 ‘더뮤지엄아트 진’이라는 곳에서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거기서 유화 전시도 하고, 여행스케치 다니면서 그린 소품 전시를 했어요.

서양화가 이은희 프랑스 개인전
서양화가 이은희 프랑스 개인전 전시작품

그리고 예술가라면 프랑스 파리에 가서 개인전을 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지요. 마침 형부가 프랑스에서 개인전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에 이어서 저도 2018년도에 형부가 갔었던 곳에 가서 한 20여 점 작품을 딸 대학교 4학년 방학 때 8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프랑스에 가서 개인전을 열었어요. 코리아플라워라는 타이틀로 무궁화를 그려서 팔고 왔어요.

 

- 그림 그리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친정 시골집에서 문을 열어놓고 그림을 그릴 때, 연꽃과 수련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잠깐 쉬러 갔다 들어왔는데 청개구리가 제가 그린 수련에 즐비해 있는 거예요. 솔거가 그린 소나무 그림에 새가 앉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우연의 일치였을 수 있지만 제가 천재가 된 기분이었어요. 내가 솔거와 같지 않나 하는 생각과 그런 기쁨이었어요. 그리고 국전에서 특상을 받은 수국이 있어요. 그 그림을 그릴 때는 나비가 들어와서 수국에 앉았어요. 그래서 ‘이 그림도 괜찮게 그렸구나. 큰상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했었죠.

나비가 앉은 수국 그림

 

- 남편이 하는 도자기에 그림을 접목하니까 참 좋네요.

서양화가 이은희 작가 부부

남편과는 도자기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만났어요. 사내결혼 한 거예요. 원래도 디자인을 했는데, 도자기에는 도자기를 위한 디자인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도자기에 맞는 제 그림을 도자기에 넣는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벨루즈까사 아티스트 시리즈(썬플라워)

- 처음 돈을 받고 작품을 판매한 것은 언제인가요?

대학 졸업하고는 그림을 아까워해서 안 팔았어요. 40대쯤부터는 좀 변하더라고요. 내가 혼자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어요.

도자기 전시장에 수국 50호짜리가 전시돼 있었는데 매일 그 수국을 보러 오시는 분이 계셨어요. 살아있는 꽃도 좋아하지만 그림도 좋아한다며 매일 와서 그림을 사고 싶다고 하셔서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그 수국을 팔았어요. 내 그림을 받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늦었지만 작가 활동을 한 것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게 제가 판매한 첫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은 시골에서 수국을 많이 가꾸시는 분이셨어요. 자기가 수국 그림의 가치만큼 돈으로는 많이 주지 못하지만 대신 수국을 많이 심어주시겠다며 몇 그루 심어주셨어요. 그분이 제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에게 전해졌기 때문에 마음으로 팔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온 집안을 제 그림으로 장식한 분도 있습니다. 그분을 보면 보람과 행복이 함께 느껴집니다.

 

-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내년(2022년) 가을쯤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소는 아직 미정입니다.

지금은 여행 스케치를 많이 다니고 있어서 여행하면서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나 전설 등을 토대로 그렸던 그림을 책으로 만들어서 스토리가 있는 전시회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책으로 엮어서 볼 수 있게 이야기도 있고 그림도 있는 그런 개인전을 구상하고 있어요.

 

작업실

- 어떤 화가로 남고 싶으세요?

제가 그림을 그릴 때 행복했으니까 보는 사람들도 제 그림을 보고 행복하고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려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 옛날에는 저만 좋아서 그리는 그림을 많이 그렸거든요. 그런데 이젠 다른 사람들도 제 그림을 보며 함께 행복했으면 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함께 소통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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