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은선 선정작가 '어떤 표정 지어야할지' 展

아이의 표정에는 성인의 계산으로 납득하기 힘든 고삐 풀린 순수함이 있다. 어느 날, 조용한 탄천에서 산책하다가 한 아이가 펑펑 우는 걸 목격한 이후로 아이는 내 눈길과 관심을 끄는 대상이 되었다. 아이가 가진 솔직함을 통해 어른들의 내면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사건은 내 그림 속에 아이를 처음으로 등장시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류은선 선정작가 '어떤 표정 지어야할지' 展은 2021. 8. 11 (수) ~ 2021. 8. 16 (월)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전시한다.

류은선 선정작가 '어떤 표정 지어야할지' 展 포스터
류은선 선정작가 '어떤 표정 지어야할지' 展 포스터

예술가의 어린 시절에는 스케치북의 사각형 울타리를 거침없이 넘나들며 팔꿈치와 집안 곳곳에 뭉개지는 크레파스의 자유분방함이 있다. 내일을 겁내지 않았던 그 획들은 성인이 되어 작품을 만드는 작가에게 종이의 입자를 타고 변덕스럽게 퍼져나가는 물과 먹의 솔직한 붓질에 담겨 자신의 과거를 돌이키는 창이 된다. 물리적으로는 나와 멀리 존재했지만 내 주목을 끌었던, 풍경 속 아이들을 포착하여 다시 한지에 수묵으로 구체화하고 재구성하였다.

작가는 오늘날 디지털 매체에서 대중적으로 다루어지는 화면구조를 가져와 전통재료로 그려냈다. 단순히 인물의 표정과 주변 환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생략과 절제된 색의 사용으로 자극적인 내용이 아님에도 강렬히 다가온다. 천진난만이라는 소재가 지닌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들이 지닌 유치함은 앞서 이야기한 재료가 지닌 차분함과 정밀함을 요구하는 특성으로 인해 마냥 가벼이 보이지 않고 작품의 분위기에 균형을 잡는다.

화면에 담긴 아이의 모습은 계산 없이 엉뚱하고 귀엽지만 때로는 당혹스러운 순간을 지니고 있다. 먹이 지닌 고요한 색으로 그려졌음에도 냄새와 소리까지 유추 가능한 이미지는 악의 없는 순수한 표현을 뿜어내고 있다. 전시의 제목인 어떤 표정 지어야 할지라는 글귀는 아이의 입장을 이야기해주는 동시에 어른이 느끼는 난처하고 우스운 감정을 담고 있다. 류은선이 그리는 작은 타인들의 얼굴은 평범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초상인 동시에 작품을 관람하는 모두의 지난 시간이 새겨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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