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홍승완 '자기' 展

자기는 단순한 방향으로 바라본다면 그릇이 빚어지며 부여된 역할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 사람의 탄력적인 성장과 준비에도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이 반복되는 인생처럼 작가는 손아귀의 흙에 가림 없는 땀과 열을 불어 넣지만 물기를 벗고 피부를 굳힌 그릇이 무엇을 채우고 비우게 될지 알 수 없다. 작가의 불을 들이키고 뱉으면 흙은 작가의 모습을 담고 닮은 존재가 된다. 갤러리도스 기획 홍승완 '자기' 展은 2021. 7. 21 (수) ~ 2021. 7. 26 (화)까지 전시 된다.    

홍승완 '자기' 展 안내 팜플렛
홍승완 '자기' 展 안내 팜플렛

홍승완은 흙에서 비롯된 재료가 지닌 물성을 작위적으로 가리고 정돈하지 않는다. 표면에 붙어있는 흙의 흔적은 재료가 태어난 장소를 생색내는 장식이 아닌 작품이 앞으로 거치게 될 환경과 시간을 압축한 비유적인 표현으로 다가온다. 이는 작품이 용기의 구조를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실용적인 도구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가 겪은 삶의 모습이 조형에 반영되어 있음을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표면이 마냥 매끄럽도록 허락하지 않는 크고 작은 돌기는 기성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계산되고 친절한 모양이 아닌 서서히 굳어지고 어느 날 시선에 침범하는 종양처럼 변주를 일으킨다. 작위적으로 위치가 지정된 장식이 아닌 생물의 피부에서 발견할 법한 모양으로 무심히 그리고 고요하게 작품의 일부로서 견고하게 굳어있다. 호사스럽게 장식되지 않고 소박한 색으로 마감된 홍승완의 작품은 사람의 생을 함축하여 보여준다.

뜨거운 품에 담겨있다. 빈손으로 태어나 자신의 그릇을 채우고 흙 속에 묻히는 어찌 보면 단순한 법칙으로 순환하는 한 생애처럼 흙은 빈자리에서 빚어지고 마침내 부스러질 때 빈자리를 남긴다. 홍승완은 생물이 나고 지는 터전의 한 움큼으로 동시대 사람들을 둘러싼 평범하고 사소한 사건과 공간에 늘 깃들어 있던 순환을 전시장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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