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른 감자·옥수수 간식 끝내줘요”

전교생이 친구야, 언니·오빠야, 동생아~
가족처럼 반갑게 인사 학교 분위기 생동감
산새소리에 일어나 들녘·야생화 보며 등하교
도시와 달리 운동장서 맘껏 뛰놀며 땀 흠뻑
텃밭에 심은 모종 무럭무럭 “내가 마법사”

교육청, 다양한 농촌알기 체험프로그램 주선
봉산초교, 마을학교와 연계 특색있는 교육
유학생 학부모, 농촌유학 개선방안 조언 눈길
유학기간 1개월, 1분기 단위로 확대됐으면…
인근 로컬푸드 5일시장서 싱싱한 먹거리 해결

도시와 농촌이라는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온 학생들이 시골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자기표현을 잘하고 발표력과 논리력이 좋은 서울 아이들과 자연에 익숙한 시골 아이들이 서로의 장점을 배워가며 친해지는 모습에서 전남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한 농촌유학이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서울학생들은 1학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방학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서울로 돌아 갈 것인지 아니면 1학기를 더 머물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농촌유학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담양을 찾아와 생태감수성에 푹 빠진 봉산초 유학생들을 만나본다.

 

# 농촌유학의 매력

봉산초교에 다니는 6명의 유학생들은 시골학교 생활이 정말 재밌다.

학교도 이들 유학생들 덕분(?)에 더욱 활기가 넘치고 있다.

매일 등교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고 뛰노는 현실이 꿈만 같다.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전교생들을 거의 다 알게 됐다. 동갑내기 또래는 물론 언니나 오빠, 동생처럼 지내며 정도 많이 들었다.

마치 한 가족 마냥 관심을 갖고 말을 걸어오는 것이 신기하다.

산새소리에 잠을 깨 녹음이 가득 찬 산과 들을 벗 삼아 등교하고, 아름다운 봉산들녘을 보며 집으로 돌아간다.

대나무밭에서 쑥쑥 자라 올라오는 죽순이 신비롭고, 죽순국과 죽순샐러드, 죽순무침이 입에 딱 맞는다.

도시학교와 달리 체육관인 늘품관은 늘 열려 있고 운동장도 언제든지 뛰어 놀 수 있다.

임금순 교장은 “도시와 농촌 아이들이 소통하며 성장해 가는 모습에서 농촌유학의 희망을 보게 된다”며 “농촌유학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 텃밭가꾸기 체험

흙을 만져가면서 텃밭을 가꾸고, 채소를 수확해 요리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훌쩍 성장한 느낌이다.

직접 심은 방울토마토에 꽃이 피고 열매를 따먹을 수 있게 돼 내가 마치 마법사처럼 느껴진다.

이들은 친구들과 조를 이뤄 만든 텃밭에 심은 모종과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맛있는 먹거리로 되는 것이 신기하다.

친구들이랑 심었던 감자랑 옥수수를 직접 수확해 방과후 시간 간식으로 맛보는 재미에 행복해 한다.

고추가 주렁주렁 많이 매달린 가지를 부러지지 않도록 고춧대를 세워줘야 한다는 제법 농사꾼(?) 같은 말을 거든다.

김현유 농촌유학 담당교사는 “학생들이 텃밭에서 키우는 작물 이야기에 지칠 줄 모른다”며 “직접 톱질하고 못을 박아 만든 앙증맞은 작물의 푯말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고 흐뭇해 했다.

 

# 마을연계 교육과정

봉산초교는 곤충체험학교 견학, 딸기·블루베리 잼 만들기, 타일제작 등 인근 마을들과 연계한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학교 체험강사가 직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 자신의 꿈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타일을 만들게 지도하고, 완성된 타일을 본관 현관에 전시해 자신이 그린 꿈을 볼 수 있게 했다.

면앙정가를 지은 송순 선생의 자취가 남아 있는 면앙정을 탐방하며 마을해설가에게 송순 선생의 이야기를 듣고, 오례천과 증암천이 합류하는 풍광을 내려다보며 옛 선비들의 풍류도 느껴봤다.

특히 송순 선생이 울창한 숲을 조성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굴참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애민사상을 엿보게 됐다.

학교 뒤 달본산을 수시로 오르며 체력도 기르고, 다양한 나무와 이름 모를 풀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 불편없는 농촌유학

자녀들을 데리고 농촌유학길에 오른 신혜진씨는 남편과 본인 모두 서울 토박이인 전형적인 도시민으로 농촌생활이 처음이다.

신씨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바람에 아이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혀 놓는 상황이 못마땅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늘 학원을 보내는 것이 맞는 지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년전 방학을 이용해 자녀와 함께 한 경기도 농촌체험학교에서 좋은 느낌을 받아 불편함을 감수하고 농촌유학을 선택했다.

담양에 와보니 많은 것이 잘 갖춰진 농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컬푸드에서 언제든지 제철과일을 구입할 수 있어 불편함이 없다. 전국에서 유명한 싱싱한 담양딸기를 실컷 먹을 수 있어 좋았다. 계절이 바뀌면서 질 좋은 오디와 블루베리도 마음껏 먹고 있다. 맛좋은 한우와 돼지고기, 싱싱한 식재료를 찾아 로컬푸드와 재래시장을 찾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신혜진씨는 “자녀들이 자연과 함께 생활하면서 건강해지고 감수성도 풍부해지는 것 같다”며 “2학기에도 담양에서 농촌유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두리농원 친환경 농사체험을 시작으로 은반지 공예체험, 죽녹원 탐방, 곤충체험관·메타세쿼이아길 탐방, 달빛무월마을 토우공예, 담양의 역사알기 등 담양을 알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진행됐다.

유학생 학부모들이 농촌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면서 느끼는 소회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학부모들은 농촌유학의 장점을 이해하고 담양에 대해서도 더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견과 함께 농촌유학의 확대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 농촌유학을 생각하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체험캠프 방식의 오리엔테이션을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마련하고, 유학기간도 학기나 학년단위로 한정하지 말고 1개월 또는 1분기 단위로 확대하면 참가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철주 교육장은 “농촌유학생들이 시골에서의 배움을 자양분 삼아 올바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방과후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맞벌이를 하거나 자녀만 유학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담양자치신문 조 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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