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닭장을 연상케하는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
'트렌드하고 쾌적한 모습으로 진화'

기자가 생활중인 한빛고시원 모습 (광주광역시 북구 전대후문)
기자가 생활중인 한빛고시원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권록현 기자 = 기자는 올해 6월부터 가족이 있는 집을 떠나 고시원에 보금자리를 틀고 어느 덧 한 달 가까이 생활하고 있다. 다 수의 사람을 상대하는 바깥일을 하게 되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엄중한 시국에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접촉을 최소화 하겠다는 명분을 표면적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집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맛보겠다는 일탈의 성격이 컸다. 둥지에서 자란 어린새가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부모 곁을 떠나 세상을 향해 발돋움 하는 그 시점에 기자 본인도 다다른게 아닐까 싶다.

'혼자 살거면 차라리 원룸이 낫지 않아? 고시원은 창문도 없고 방음도 잘 안된다던데..' 기자가 고시원에 입주한다는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하나 같이 하던 말이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최종 선택지로 고시원을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원룸과 달리 수백만원의 보증금을 부담할 필요가 없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등 공과비도 없으며 월세만 꼬박 납부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용적인 장점은 모든 주위의 걱정을 상쇄시키고 강행할 만큼 가난한 기자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기존에 다큐멘터리, 뉴스 등의 방송 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흔히 알려진 고시원의 모습은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고시원들은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맞게 변모를 이루어 왔고 특히 기자가 현재 생활중인 전대후문의 한빛고시원은 이러한 모범적인 모습을 선도하고 있는 곳으로 광주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기자의 사는 모습과 고시원의 여러 시설을 여러분들께 소개하고자 한다.

 


고시원의 모습들

1층 로비 전경

고시원 내부에는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잠금 장치가 입구에 설치되어 있고 원칙적으로 '입주자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올 수 있다. 로비에 들어오면 1층과 마주하게 되는데 1층에는 원장님이 계시는 관리실이 있고 외부인은 관리실의 허락을 받은 뒤에 출입 가능하다. 로비와 출입문을 비롯한 각종 내부 구역은 24시간 CCTV로 면밀하게 감시중이며 혹시 모를 보안 사태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각 층의 복도 모습
각 층의 복도 모습

고시원 건물은 1~3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층은 관리실이 있고 2층은 남성 전용층, 3층은 여성 전용층으로 운영중이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 남녀 층 분리를 해놓았다고 원장님은 말씀하신다. 남녀 입주자들이 서로 편하고 안심하면서 살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이 기자의 눈에는 긍정적으로 비춰졌다. 또한 각 층 복도에는 화재 등의 비상 시에 대비하기 위한 소화기가 구비되어 있고 완강기가 설치된 비상구가 존재한다. 

 

기자의 방 모습

방이 지저분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남자 혼자 살고있는 방이니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각 방에는 기본 옵션으로 행거, 침대, 냉장고, 화장실 겸 샤워실, 책상, 의자, 개인 에어컨 등이 존재한다. 과거 고시원의 경우에는 에어컨도 중앙 통제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화장실이나 샤워실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창문의 유무에 따라서 방값이 오르기도 했었는데 이 곳은 모든 방에 외창이 기본적으로 달려있기 때문에 환기와 관련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고시원에서도 햇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냉장고의 모습
냉장고의 모습
화장실 겸 샤워실의 모습
화장실 겸 샤워실의 모습
개인 에어컨의 모습 (리모콘으로 조작)

냉장과 냉동을 모두 지원하는 냉장고와 화장실 겸 샤워실, 에어컨이 방마다 구비된 고시원의 모습은 기존 대중들이 알던 고시원의 인식과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제일 큰 메리트는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완비되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용변과 세신은 그 무엇보다도 개인의 민감한 프라이버시 아니던가.

 

기자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침대
기자의 책상 모습
책상에 놓인 카세트 (기자는 음악감상을 좋아한다)

창가의 옆에는 기자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푹신한 침대가 자리잡고 있고 그 오른쪽에는 책상이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기자는 집에서 카세트를 가져와서 종종 듣곤 한다. 고시원에서는 방음이 민감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두꺼운 콘크리트로 시공된 벽은 각 방에서 생활하는 소리의 외부 전파를 매우 성공적으로 차단한다. 옆 방의 입주자와 친해져서 소리와 관련된 질문을 주고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분 또한 기자가 평소에 생활하면서 내는 각종 소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공용 다용도실의 모습
세탁기와 건조기의 모습
전자레인지의 모습
전자레인지의 모습

각 층에는 공용 다용도실이 존재한다. 이 곳에서는 세탁기와 건조기, 전자레인지, 정수기, 인덕션 등 각종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자가 가장 애용하는 장비는 건조기다. 최근까지 지속되었던 장마의 영향 속에서 건조기의 존재는 행복 그 자체였다. 빨래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한 즉석밥과 라면을 좋아하는 기자에게 전자레인지와 인덕션 또한 친한 친구라고 하겠다. 이 곳 다용도실은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을 만나고 인사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친분을 쌓는 공간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테라스의 전경
기자는 밤에 테라스에 나와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를 즐긴다

3층의 테라스에는 넓은 휴식 공간이 자리한다. 고시원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날개가 펼쳐진 벽화가 맞아주는데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진다. 기자는 밤마다 테라스에 올라가서 야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즐긴다. 답답한 일상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신에게 주는 보상이자 다음날을 기약하는 소중한 휴식이다.

 


"입주자분들이 편하게 지내시도록 하는게 저희 의무이죠."

원장님의 문자 내용들

한빛고시원의 원장님은 두 명이다. 두 분은 같은 가족분들로서 힘을 합쳐 입주자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다. 각종 생활과 관련된 문제점들을 바로바로 해결하여 입주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항상 밝은 모습으로 기자를 비롯한 입주자들을 만나면 먼저 고개숙여 인사를 건네신다. 기자는 신문을 보는데 아침마다 기자의 방 앞까지 신문을 가져다 주시기도 한다. 입주자들이 시키는 택배도 문 앞까지 친절하게 가져다 주시며 공용 공간에 대한 깨끗한 청결 유지에도 크게 신경을 쓰신다.

기자가 입주하고 2주 쯤 되던 날 원장님 두 분을 1층에서 조우하여 이렇게 덕담을 건넨적이 있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쾌적하고 좋은 환경에서 이렇게 지낼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기자의 덕담을 들은 원장님 한 분은 환한 미소로 화답하셨고 다른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희가 항상 입주자분들 편의를 위해서 노력한다고는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생활하시면서 불편한 부분은 꼭 말씀해주세요. 입주자분들이 편하게 지내시도록 하는게 저희 의무니까요.'

모름지기 어떤 사업이든 리더의 자질과 태도에 따라 그 사업은 망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리더가 정한 룰과 원칙에는 고객들이 따라야 하지만 그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과 보완 사항을 인지하고 해결하는 것은 리더의 필수적인 역할이다. 한빛고시원의 원장님들은 모범적인 리더의 소양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기자가 감히 자신할 수 있다. 기존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고시원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 시설에 대한 편견을 몸소 깨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들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춰보았을 때 고시원 또한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고 트렌드에 맞게 갈 수록 진보를 거듭해왔음은 명약관화 하다. 이러한 고시원의 진화를 기자는 몸소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으며 무엇보다도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언제까지가 될 지 모르겠지만 이 곳 한빛고시원의 생활이 기자의 앞 날에 있어서 성장의 큰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빛고시원: 광주광역시 북구 면앙로32번길 29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