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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여행⑩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나비여행⑩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 조복
  • 승인 2021.07.08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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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⑩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마을 주변 농경지·야산에서 쉽게 관찰
머리·가슴·배·날개·다리까지 온몸에 작은 털
털은 기온·습도·기압 등 날씨 정확히 감지

날이 흐려도 나는 모습 보기 힘들고
비가 오려고 바람이 불면 감쪽같이 사라져
예부터 농민들은 나비 행동 보고 날씨 예측
호랑나비, 한국가사문학관
호랑나비, 한국가사문학관

나비여행⑩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호랑나비(Papilio xuthus)는 지금으로부터 약 6천만여년 전 신생대 제 3기의 전기에 출현했다. 이후 신생대 제4기의 한랭한 빙하기와 온난한 간빙기를 여러번 거치며 해수면의 상승과 하강, 기후대의 이동 등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 살고 있으며 일본, 대만, 중국 동남부 등 주로 극동지역에 서식하는 온난대성 나비이다.

애벌레는 탱자나무, 산초나무, 황벽나무, 귤나무 등 운향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란다. 성충은 봄부터 가을까지 2~3회 발생하며 철쭉, 엉겅퀴, 자귀나무, 누리장나무 등의 꽃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번데기 상태로 혹독한 추위를 견딘다.

호랑나비로 이름이 지어진 것은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1947년 조선생물학회에 발표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본래 Papilio는 나비를 의미하는 말로 이 과(科)중에서 가장 많은 대표종이다. 그 유충은 운향과 식물을 식해(食害)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친구는 마을 주변 농경지와 야산에서 쉽게 관찰된다. 남부와 중부지방에서는 북부지방보다 약 1주정도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발생횟수와 출현시기, 분포변화 등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돼 농촌진흥청에서는 ‘기후변화 지표나비’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커가면서 허물을 벗는 변태과정을 거친다. 네 번째 허물을 벗는 4령까지는 새똥처럼 보이게 해 자신을 보호하는 은폐의태를 보여준다. 5령 때에 초록색의 몸에 흑갈색 줄을 그려 마치 잎사귀에 앉아 있거나 먹이활동을 할 때 잎맥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는 보호색으로 치장한다.

어린 시절 탱자나무 잎사귀에서 호랑나비의 애벌레를 손으로 살짝 건드리면 고개를 번쩍 들고 머리에서 갑자기 주황색 냄새뿔이 튀어나와 독특한 냄새를 발사해 필자를 놀라게 한 기억이 있다.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천적이 다가오면 위협을 주고 고약한 냄새를 뿌려 도망가게 하는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를 발동한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 담벼락으로 변해버린 시골의 정감있는 탱자나무 생울타리가 사라지고 있어 애벌레를 집 앞에서 자주 볼 수 없어 아쉽다.

날씨변화에 민감한 호랑나비는 농사철 기상예보관이다. 날이 흐리기만 해도 나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비가 오려고 바람이 몰아칠라치면 감쪽같이 사라진다. 예부터 농민들은 곤충 특히 개미나 나비들의 행동을 보고 그날의 날씨를 예측하고 농사를 지어왔다.

호랑나비를 현미경으로 보면 머리, 가슴, 배 심지어 날개며 다리까지 온몸이 작은 털로 뒤덮여 있다. 이 털들은 더듬이, 눈, 피부와 함께 기온, 습도, 기압, 바람의 흐름 등 날씨를 정확히 감지해 각종 감각신경을 통해 작은 뇌로 전송해 준다. 컨트롤 타워인 뇌는 주변 날씨 환경변화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체내의 호르몬 변화를 유도해 생체 내 기상예보 시스템을 가동시킨다. 수천년 동안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체내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이다.

평생 농사꾼이셨던 우리 할머니도 역시 기상예보관이다. 날이 꾸무럭하니 기압이 낮아지면 할머니는 비가 올 것을 알고 계신다. 무릎이 쑤신다고 하며 혼잣말로 ‘비가 올려나?’ 하시면 불과 몇 시간 내로 영락없이 비가 내린다. 오랜 세월동안 조그만 기압의 차이에 따른 날씨변화를 몸소 느껴왔을 것이다.

지표면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대부분 1기압 즉, 1013㍱(헥토파스칼)이라는 공기의 압력을 사면팔방에서 받고 살아간다. 엄청난 세기로 몸을 짓누르고 있지만 우리는 별로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 만약 기압이 1005㍱ 정도로 낮아지면 할머니의 몸은 압박이 풀려 관절은 미세한 틈이 생기고 벌어져 몸의 각 마디가 쑤시고 아플 것이다.

아침부터 텃밭에서 호랑나비가 춤을 춘다면 그날은 맑은 날이다. 나비가 날아오면 할머니도 덩달아 기뻐하셨다. 예쁜 나비를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무릎과 허리가 덜 아플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나비로 사랑받고 있는 농사철 기상 예보관인 호랑나비가 담양에서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시멘트 블록으로 된 담벼락보다는 탱자나무 같은 생울타리 조성과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자제하는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

⇒ 다음 호에 계속

※ 이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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