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그룹TM ‘부정리듬’ 展

7종류의 씨앗에서 비롯된 각기 다른 생명의 매듭이모여 하나의 꽃다발을 이루듯 그룹 TM은 그림자에 적응되어가는 단절의 시대에 이제는 낯설어 졌지만 분명히 존재했던 소박하고 편안한 향기를 건네준다. 갤러리도스 기획 그룹TM ‘부정리듬’展은 2021. 6. 23 (수) ~ 2021. 7. 6 (화)까지 전시한다.

갤러리도스 기획 그룹TM ‘부정리듬’ 展 홍보물
갤러리도스 기획 그룹TM ‘부정리듬’ 展 홍보물

 고해정의 작업은 안주하고 있는 환경과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에서 출발한다. 거창한 담론이 아닌 보금자리를 벗어나는 날갯짓의 경쾌한 진심처럼 울타리 너머의 세계를 향한 기대는 단순한 얼굴로 큰 변화를 불러온다. 솔잎에 맺힌 물방울의 형상을 띤 채 새의 둥지를 연상시키는 형태는 과하거나 부족함 없이 필요한 만큼만 제공해주는 자연의 무정함을 닮아있다. 무수한 솔잎만큼 작품을 둘러쌓고 있는 빈틈은 구조적 결함이 아니다. 바람과 물이 통하고 흐를 수 있는 호흡의 공간이다. 작가는 가득 채우지 않는 형상을 빚음으로 우리의 시간이 고이고 부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움켜쥐려다 엎지르게 되는 욕망이 아닌 떠나보낼 수 있는 배포와 여유가 필요한 것임을 되새겨준다.

 김계옥은 작가의 손끝에서 실타래처럼 뿜어져 나온 유연함이 우리의 시선과 촉각에 의해 서로를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잔잔한 수면에 반갑고 천진난만한 물장구를 더하면 일어나는 물방울과 거품의 형상을 닮은 작품은 애정 어린 몸짓이 더해질수록 견고한 점성을 지니며 증식된다. 하루를 시작하는 비눗방울들의 열기와 하루를 마무리하며 몸에서 피로와 먼지를 닦아주는 둥글고 달콤한 온기는 다른 온도와 속도를 지니고 있음에도 닮아있다.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물에 씻겨 내려가는 거품은 사람의 신체와 하루의 모습을 지닌 허물과도 같다. 작가는 생채기가 있던 곳에 더 맑고 건강한 피부가 채워지는 세포의 신비처럼 지금의 시련으로 더욱 돈독해질 관계의 구조를 보여준다.

 원재선의 작품에 드러나는 우직하고 냉철한 직선은 형태를 타고 흐르는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다. 금속의 광택이 자아내는 속도감은 날카로운 가장자리에 존재하는 공간과 절제된 질감의 사이에서 변주를 일으키는 색상의 변화로 관객의 관찰을 리드미컬하게 이끈다. 단순한 모양의 가닥들이 모여 약간의 뒤틀림을 통해 이루어내는 기하학적 구조는 빛의 산란을 연상시킨다. 구조를 뒤트는 하나의 작은 각도로 인해 힘의 시작지점에서 예측가능 했던 전체의 형태는 반전을 맞이한다. 크기와 강도에 관계없이 사건은 불변이라 믿어왔던 규칙에 변화를 초래한다. 작가는 그 뜻밖의 변화를 걸림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지나며 겪는 흔들림의 속삭임은 우리의 삶에 군더더기를 털어내며 직관적이고 팽팽한 긴장감으로 작품에 깃든다. 

 이승현의 작업은 눈동자에 달콤함 기교가 아닌 이시기에 필요한 근본적인 힘을 보여준다. 쇠를 단단히 뭉치게 만드는 힘은 곧게 선 사람의 척추에서 나와 어깨의 근육을 타고 중력을 따라 내리치는 단순한 법칙에 있음을 되새긴다. 그 타격의 불꽃 사이에 오래전부터 사람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길들인 불과 통증을 견디고 토양에서 뽑아낸 모루가 있다. 애써 감추고 꾸미려하지 않은 무신경한 열의 흔적과 작가가 다루는 물질의 근본이었던 바위를 닮은 이음새는 철을 두들기는 망치처럼 뜨겁고 단단히 관객의 시야에 새겨진다. 쇠의 피부에 불이 지나간 자취에는 작가가 몰두한 시간과 속도가 가림 없이 새겨져있다. 일반적인 용도로 가벼이 유추할 수 없는 위엄 있는 형태는 표면에 채워진 미세한 쐐기무늬와 함께 숭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재익의 작업은 재료가 지닌 단단한 성질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을 지니고 있다. 힘의 방향이 분명히 드러나는 항아리 형상의 작품은 과일이나 소라껍데기를 떠오르게 한다. 작위적인 잣대에 무신경한 자연스러운 열매처럼 매순간 누릴 수 있는 양분에 최선을 다해 성장해온 한 사람의 일생이 압축되어있다. 모체의 두꺼운 살가죽 속에서 맥동하는 생명의 발길질이 담겨있는 듯 리드미컬한 형태는 작품이 지닌 견고한 질감과 별개로 부드러운 막 속에 감돌고 있는 알 수 없는 가능성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표면의 소박한 색상과 입구 부근에 엿보이는 황홀한 금빛이 대비되며 앞서 이야기한 내면의 신비에 치밀한 논리를 더한다. 마침내 제 시간이 다가왔을 때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던 껍질을 찢고 나올 가능성을 기다리는 작품에 귀를 기울이면 파도소리 사이에 인내라는 작은 울림을 듣게 된다.

 정호연은 스스로의 선택과 관계없이 우리의 마음을 보금자리로 밀어 넣고 방어적으로 연마시켰던 짧고도 긴 지난 시련동안 굳어진 자신의 공간을 그린다. 생존을 위해 낭만을 덜어냈기에 형성된 나선형의 형태는 속을 앓는 짐승의 고요한 웅크림처럼 둥글게 말려있다. 욱신거리는 아픔이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껍데기에서 연한 몸을 이끌고 나와 당당히 자신의 굳어진 허물을 바라본다. 예술가에게 작품을 선보이는 순간은 성장을 위한 탈피의 과정이다. 창작과 결실은 자비 없이 고통을 유발하지만 그로인해 자신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축축한 호흡과 귀를 달구는 혈액의 열기를 느낀다.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욕구를 가두던 굳은 각질을 마침내 뚫고 나오며 작가는 내가 이렇게 살아가노라 나지막하게 독백한다. 관객 역시 매순간 행위를 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에 몰입하며 공감하게 된다.

 최윤정의 작업에는 동시대의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 이후 세대에게 바치는 선물이 담겨있다. 풍선의 성질을 닮은 작품은 작가가 내쉬는 들숨과 날숨에 따라 꾸밈없이 형태를 지니게 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풍선의 크기와 모양으로 값어치를 결정할 때 예술가는 속을 채울 공기의 질에 대해 고민한다. 시간이 흘러 어떠한 영향을 받아 마침내 막이 깨지고 그 안에 머물던 자신의 숨결과 세상의 공기가 섞이게 될 때 어떠한 향기를 불러일으킬지는 작가뿐만 아니라 같은 공기를 삼키고 뱉으면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작품에 채워진 작가의 호흡이 세상의 수많은 호흡과 만나 어우러지는 순간 긍정적인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공기를 다져두는 것은 선한 영향력을 따르는 감정과 지식을 지닌 인간의 사명이기도 하다. 관객은 작품을 보며 자신의 마음과 입을 통해 번져나가는 호흡에 대해 다시금 차분히 생각해볼 시간을 갖게 된다.  

10년 이상 작품활동을 지속해 온 40대 전‧후의 금속공예 전공 작가 7인이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기 위하여 2018년 결성한 전시모임 ‘TM’은 총체적 예술로서의 공예를 지향하는 그룹으로서, 각자의 작업관을 비롯하여 서로의 표현 방법에 대한 의견을 소통해 보고자 결성한 모임이다. 작가로서의 삶을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은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써 책임져야 할 경제, 사회적 활동과 스스로의 작업 활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하는 것과 같다. 더불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후배 작가들의 모범이 되는 작업 활동을 지속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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