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박사와 함께 떠나는 기후변화 나비여행 ⑤기후 따라 월북하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먹이식물인 합다리나무, 나도밤나무 따라
생태 반경 남방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이동

애벌레는 잎 가장자리에 대롱방 만들어 생활
날씨변화에 대응, 천적으로부터 몸 보호
수천만년 전 출현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생존

기껏해야 백만년된 신출내기 생물, 인간이
어찌 ‘나비의 꿈’같은 삶의 뜻을 알겠는가?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순천 조계산.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순천 조계산.

푸른큰수리팔랑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Choaspes benjaminii)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0만여년 전 신생대 제3기의 중기에 출현했다. 이후 빙하기와 간빙기를 여러 번 거치며 극심한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해 온 나비이다. 일본, 대만, 중국남부, 히말라야, 동남아시아, 인도, 스리랑카 등 주로 아시아에 서식한다.

푸른큰수리팔랑나비로 이름이 지어진 것은 나비학자 석주명 선생이 발표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서 조선 이름으로 이 종류의 형태와 생태를 잘 표현한 듯하다. 큰수리팔랑은 북방 것이고 푸른큰수리팔랑은 남방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이 나비가 남방계 나비임을 확실하게 구분해 정의해 놓았다. 더불어 선생의 유고집 한국산 접류 분포도를 보면 1950년 이전에는 제주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충청남도 등 남쪽지방에서만 채집된 기록이 있다.

현재는 태안반도와 경기도 서해안 도서지방까지 올라와 서식하고 있으나 기온 등의 변화로 인해 북쪽으로 분포 확대가 예상돼 환경부에서는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나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이전 호(2021.5.10)에 기고한 먹그림나비와 같이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나도밤나무과의 합다리나무와 나도밤나무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 보통 나비가 같은 과()일 경우 애벌레의 먹이식물이 같을 수는 있다. 하지만 먹그림나비는 네발나비과이고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팔랑나비과로 유연관계가 멀다. 두 종이 5월부터 8월까지 1년에 두 번 똑같은 시기에 나타나서 같은 나뭇잎을 사이좋게 갉아먹고 자라는 특이한 먹이생태를 보여주는 이웃사촌 나비이다.

기후변화에 의해 온난대계열인 합다리나무는 충청 이남에서 위쪽으로 분포를 확대하고 있고, 온대계열인 나도밤나무 역시 남한을 넘어 북쪽으로 이동해 월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먹그림나비와 푸른큰수리팔랑나비를 두 종의 나무가 서로 밀고 당기며 북으로 쌍끌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 가장자리로 이동해 커가는 자기 몸에 맞게 잎을 마름질해 동그랗게 잎을 말아 대롱방을 만들고 그 속에서 생활한다. 비가 오거나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변화에 대응하고 햇빛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보다 더 큰 이유는 천적으로부터 잡혀 먹히지 않기 위해 은신처를 확보한 것이다. 본능이라기보다는 비상사태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특화된 자기방어 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적응 진화해 왔다.

사람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단해 집을 만드는 이러한 애벌레의 행동을 보고 하찮은 벌레의 습성이나 본능이라고 치부해버린다. 이 친구는 무려 수천만 년 전에 지구상에 출현해 지금까지 살아남기 위해 기후변화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인간은 기껏해야 백만 년밖에 살지 못한 그야말로 신출내기 생물이다. 어찌 우리가 이 나비의 꿈같은 삶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

남북이 분단돼 군사분계선을 두고 총부리를 겨누는 대치 상태에서 같은 동포끼리 오가도 못하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후 온난화 때문에 이 친구가 북상해 서부전선 언저리인 기후변화 나비분계선에 이제 막 도달했다. 비록, 이 녀석이 머지않아 월북하겠지만 북한 곤충학자들은 이 나비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이 즐거움일 것이다.

현재까지 조사된 남한에 토착한 나비는 200여종이나 된다. 아쉽게도 북한에만 국지적으로 서식하는 나비는 5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료는 1950년 남북 분단 이전의 석주명 선생을 비롯한 일부 학자의 연구 자료로 향후 더 증보될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는 아직 북한 땅을 밟지 못했다. 설령 갔다고 해도 곤충을 채집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언젠가는 포충망을 들고 자유롭게 곤충 탐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한다.

푸른큰수리팔랑나비는 화약먼지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던 한국전쟁 당시 동족상잔의 아픈 사연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38선을 넘나들며 서글픈 기후변화 북행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 생태도시 담양에서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미세먼지를 증가시키는 불법 쓰레기를 태우지 않는 작은 실천을 기대해 본다./담양자치신문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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