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史料 근거 없이 부실 제작…창작 설화 안내판도

인문학과 생태로 ‘1천만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담양군이 주요 관광지에 설치한 안내판에 어설픈 스토리텔링으로 지명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

특히 시대를 특정할 수 있는데도 ‘옛날’이라는 막연한 표현을 사용하는가 하면 인과관계가 희박한 설화나 전설을 억지로 지명과 관련시키고, 구체적인 자료도 뒷받침하지 못하는 등 부실하게 제작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가마골생태공원 용소폭포 앞에 설치된 ‘담양 가마골의 유래’라는 안내판에는 ‘옛날 담양고을에 어떤 부사가 부임하였다’라는 문구로 시작되는데 ‘옛날’이라는 첫 단어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담양에 부사가 부임한 때는 1413년 담양도호부가 설치된 이후로 조선시대로 특정하는 것이 보다 구체성을 띠게 된다.

또 용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피를 토하고 죽는 광경을 본 부사가 기절해 회생하지 못하고 죽었는데 나중에 사람들이 용이 솟은 못을 용소라고 하고, 용이 피를 토하고 죽은 계곡을 피잿골이라 불렀다는 내용도 어설프기만 하다.

피잿골이라는 지명의 뜻이 피잿골의 ‘피’가 피(血)를 나타내는 말인지 아니면 재난을 피(避)하는 골짜기에서 온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용이 추락해 죽는 광경을 보고 기절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희박하고, 부사 정도의 위치에 있는 고관이 혼자 구경하러 가지 않은 이상 부사만 목숨을 잃었다는 것도 일반상식과 동떨어진다.

설령 부사가 자기 혼자만 구경을 하다 죽은 것이라면 이를 목격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용이 솟은 연못을 알고 용소라 불렀다는 것인지도 헤아리기 어려울 뿐더러 부사가 기절해 사망했다는 근거를 어떤 문헌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이 현판에서 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그릇을 굽는 가마터가 많아 ‘가마곡’으로 불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가마골’로 변했다는 대목이 유일하다.

‘백룡가족 이야기’를 만성교 동판에 새겨 부착한 것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2016년 12월 설치된 이 동판에는 하늘의 백룡이 놀러와 만성리 관어정 풍경의 아름다움에 취해 아들 딸을 낳을 때가지 머물다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승천했다는 창작설화가 새겨져 있다.

또 백룡가족이 머무를 때 행동거지를 조심히 한 인근 마을사람들에게 보은하고자 승천하면서 돌다리를 만들어주고, 마을이 하는 모든 일이 이루어지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의 소원이 이뤄지는 만 가지 복도 함께 내려줘 마을이름이 만성(萬成)리가 됐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만성리의 유래를 탄탄한 스토리로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조성한 공공시설물에 전래설화가 아닌 내용을 동판으로까지 새길만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어떤 장소를 스토리텔링 하려면 무리하게 설화나 전설을 만들기 보다는 자연과 생태, 인문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가마골의 경우도 영산강 발원지로서 가마터가 좌표상으로 어디어디에 분포하는지, 지질과 식생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등을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설명해야 스토리텔링으로서 설득력을 얻게 된다.

주민 A(66·금성면)는 “개인시설이라면 모를까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담양군이 어설픈 스토리텔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현판을 방치한다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라도 잘못된 안내판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담양자치신문 김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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