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조해리 '행복한가(幸福限歌)' 展

조해리는 전통악보의 형식을 빌려 대중음악과 마찬가지로 오늘을 살아가는 자신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행복에 대한 질문이자 노랫말로 3분이 아닌 인생의 긴 이야기를 작품에 먹으로 새긴다. 그 시간은 일생의 호흡처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탈한 줄거리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한 세기보다 조금 모자란 관계의 시간을 담고 있다. 조해리 기획 '행복한가(幸福限歌)' 展은 2021. 4. 28 (수) ~ 2021. 5. 4 (화)까지 갤러리도스에서 전시한다.

조해리 기획 '행복한가(幸福限歌)' 展 전시 안내 포스터
조해리 기획 '행복한가(幸福限歌)' 展 전시 안내 포스터

각 작품마다 다양한 이미지가 그려져 있듯 한 화면 속에 새겨진 재료의 표현역시 다채롭다. 미니어처처럼 작게 그려진 인물들과 배경에 보이는 자연 풍경의 정교한 표현은 환상에 젖어있는 관광지의 사진이 아닌 한국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가까운 세상을 그려냈다. 강산과 나무와 같은 자연 풍경은 고미술을 보는 듯 정교한 획으로 그려졌기에 일상을 소재로 한 작품의 분위기가 지닌 간편한 흥미로움에서 그치지 않고 무게를 더한다.   

작가의 피부에 스치는 일상은 생활방식과 주거환경의 변화로 인해 전통을 찾기 힘든 도심의 삶이다. 그럼에도 조해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 흘러나오는 문화의 힘은 거창한 의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삶에 스며있는 행복이라는 형상을 알 수 없는 노랫말임을 명확하게 되새긴다.

조해리 개인전 <행복한가(幸福限歌, The songs of defining happiness)>는 '행복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노래'라는 뜻과 동시에 "행복한가?"라고 묻고 있다. 조해리 작가는 전통 국악보인 정간보를 차용해 한 곡의 시작과 끝이 있는 음악처럼 행복의 순간을 한 화면에 풀어냈다.

조해리 작가는 전통 국악보인 정간보를 차용해 화면에 시간의 질서를 부여하고,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정간보는 국악의 기보법 중에 현대에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세종이 창안한 동양 최초의 음의 길이, 즉 리듬을 헤아릴 수 있는 유량악보다. 井(우물정) 모양으로 상하좌우로 간을 나누어 음표나 쉼표의 길이인 싯가를 표시하고, 그 안에 음높이를 알 수 있는 악보인 율자보 등을 표시한 기보법이다. 전통악보 형식인 정간보는 한국전통음악의 구조를 확연하게 시각적으로 기호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국악 정간보에서 정사각형 한 칸은 한 박을 뜻한다. 본 작품들에서 정사각형 한 칸은 어떠한 대상을 관찰하는 한 시점을 말한다. 칸칸이 연결되며 그려진 그림은 여러 시간으로 관찰한 장면이다. 행복은 쾌락과 다르다. 겹겹이 쌓인 시간과 사건들 속에서 문득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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