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이학박사(곤충학)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이학박사(곤충학)

1. 기후변화 지표나비의 여행

나비들은 따뜻한 바람을 따라

앞만 보고 날아가는 질주본능이 있다.

뜨거운 대지 위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힘겨운 나비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비들은 제주도에서 전남 남해안을 지나

담양을 거쳐 북쪽으로

서식처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2020년 8월 8일 새벽, 담양에 폭우가 내려 대홍수가 일어났다. 메타세쿼이아길 옆 기후변화체험관과 개구리생태관이 침수가 되고 담양읍은 물바다가 됐다. 급기야 정부에서는 담양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유사 이래 처음 있는 이 비상사태는 날씨 때문인가? 기후 탓인가? 아니면 산신령이 조화를 부려 날궂이 한 것인가?

그 원인은 날씨나 기후, 신들의 조화도 아닌 이 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 종들 중에 유일하게 지구를 힘들게 하는 단 한 종,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기후변화가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날씨와 기후는 어떻게 다르며, 오늘날 일상이 되어버린 기후변화의 정의는 무엇인가?

‘날씨’는 하루나 이틀 동안의 짧은 기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기온, 바람, 비, 눈 등의 기상 현상이다. 반면에 ‘기후’는 일정한 지역에서 30년 이상의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평균적인 기상현상이다. 또한 ‘기후변화’는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 등 인위적인 요인과 태양 에너지와 화산폭발 등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기상현상이 평균상태를 벗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46억년 전 지구 탄생 이후 지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현재의 위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성장해 왔다.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이전에는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은 약 15℃ 정도였다. 하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평균기온은 약 1℃ 상승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무려 1.5℃ 정도나 상승했다.

이렇게 가속화된 지구온난화는 극심한 기후변화를 야기해 기온상승과 강수량의 변화, 계절변화 등으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곤충 중에서도 나비목(目)은 빠른 이동 수단인 날개의 진화와 발달로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들 중 기후생태 환경변화에 민감한 분류군이다.

나비들은 가재처럼 뒤로 물러나거나 게처럼 옆으로 비켜가지 않는다. 불나비 사랑처럼 따뜻한 바람을 따라 앞만 보고 날아가는 질주본능이 있다. 남방계의 나비들은 제주도에서 전남 남해안을 지나 담양을 거쳐 북쪽으로 서식처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반면에 북방계의 나비들은 기존의 서식처에서 점점 북상해 종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필자는 환경부에서 선정한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 중 7종의 나비들이 기후에 어떻게 민감한 반응과 대응을 하고 있는지 기술하고자 한다.

온난화의 기후앞잡이 남방노랑나비, 은빛 날개를 뽐내는 뾰족부전나비, 묵향 따라 천리길을 가는 먹그림나비, 독수리처럼 월북하는 푸른큰수리팔랑나비 등 이름만 들어도 사연이 깊은 나비들로 기후변화에 몸살을 앓고 살아가는 불쌍한 녀석들이다. 또한 제비처럼 봄바람을 몰고 오는 무늬박이제비나비, 파도치는 바다를 건너오는 물결부전나비,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소철꼬리부전나비 등 바다를 건너 육지로 올라오는데 기후와 혹독한 밀당을 하고 있는 고수들도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부문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예측하기 위해 지정한 ‘기후변화 지표생물’중 나비목 4종이 있다. 환경부와 중복 지정된 남방노랑나비, 농업 생태계의 바로미터인 배추흰나비, 농사철 기상 예보관 호랑나비, 농번기의 사랑둥이 노랑나비 등 농민들의 고된 일터의 현장에서 동행하며 아름다운 춤으로 애환을 달래주는 고맙지만 한편 안쓰러운 친구들이다.

우리나라의 농촌 현실이 그렇지만 특히 담양의 농촌 고령화는 심각하다. 평생을 논밭에서 수백 세대를 거쳐 살아온 어르신들 곁에서 동고동락하며 살아온 나비들 역시 생활사와 세대수 변화 등으로 농민들과 함께 점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농경지 주변의 안타까운 풍경들이 씁쓸하기만 하다.

여기에서 기술하는 나비들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지표종들로 난대지역의 제주도에서 온난대지역의 남해안을 지나 담양까지 올라오고 있거나 이미 북상하는 추세이다. 이 지표나비들은 뜨거운 대지 위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힘겨운 나비여행을 하고 있다.

곤충 중에서도 활동성이 큰 나비들은 기후에 민감해 과학적인 추적 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기고할 나비 10종과 함께 나비여행을 동행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하는 미덕을 갖추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담양자치신문

▶▶다음 호에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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