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임현하 ‘Personalized Utopia’ 展

오늘날 정보의 바다는 SF영화속 주인공들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접속할 수 있는 동떨어진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손바닥에 담겨있다. 저마다 다른 기호를 지닌 사람들의 수많은 표본이 녹아있기에 다양한 형상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인공지능은 사람들의 취향을 계산적으로 분류하고 단순화한다. 임현하 ‘Personalized Utopia 展은 2021. 3. 10 (수) ~ 2021. 3. 16 (화)까지 전시된다.

갤러리도스 기획 임현하 ‘Personalized Utopia’ 展 안내 포스터
갤러리도스 기획 임현하 ‘Personalized Utopia’ 展 안내 포스터

디지털 산수화라는 단어에서 기대하게 되는 첨단과 전통의 융합은 이제는 진부한 클리셰처럼 도시조경이나 문화산업의 법칙으로 굳어졌다. 물감을 사용한 작품에서 보일법한 흐르고 번지는 색의 왜곡과 덕지덕지 겹쳐 붙여져 층으로 이루고 있는 이미지의 두께로 인해 누추한 손맛이 느껴지는데 그로인해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이미지가 지닌 매끄럽고 자극적인 선명함과 강한 대조를 이루며 아이러니하게도 회화성이 느껴진다.

산수화 작품에 주로 드러나는 산맥과 등고선에서 보이는 굴곡은 패턴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반복적인 규칙이 없기에 리듬감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다양한 색과 형상이 균형을 유지하며 화면의 다채로움에 힘을 실어준다. 그로인해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로 진입하는 상징적인 시기에 장르를 막론하고 유행했던 대중음악의 앨범 재킷 디자인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점철된 혼돈의 음악성이 느껴진다.

작가가 화면 곳곳에 심어둔 문자는 말 그대로 문자일 수도 있고 큰 의미를 지니지 않고 작품 전반의 분위기에 타당성을 더하는 장식적인 이미지일 수도 있다. 동시대의 인공지능은 자신을 창조한 사용자들의 선택과 애착을 높은 정확도의 계산을 통해 유사성을 선별하여 조합하지만 그 결과는 미묘한 차이의 경험과 감정을 파악할 수 있는 유기체의 눈으로 보기에는 기괴하거나 우스운 모습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비슷한 모습들이 뭉뚱그려진 화려한 덩어리를 들여다보면 개개인이 자신만의 특별한 순간이라고 믿어온 파편들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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