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래마을에 그림자를 드리운 거대한 산업단지의 빼곡한 굴뚝과 첨탑은 과거 포경선의 작살과 갑판크레인을 연상시킨다. 수면 아래의 짐승이 생존을 위해 소금 섞인 숨을 뿜어내듯 산업화가 낳은 거수는 붉게 요동치는 석양의 바다에 자욱한 매연을 뿜어낸다. 장우진 기획 ‘철, 소음, 구름 展은 2021. 2. 24 (수) ~ 2021. 3. 2 (화)갤러리 DOS에서 전시한다.

장우진‘ 철, 소음, 구름’ 모음사진
장우진‘ 철, 소음, 구름’ 모음사진

포경사업은 고래를 쫒아냈고 시대가 흘러 박물관에 철지난 문화의 이름으로 박제되었다. 그렇게 빈자리가 생긴 생태계에는 경제성장과 산업화라는 거대한 고래가 시대의 파도를 타고 들어섰다. 날이 밝으면 인간이 철로 만든 고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불을 들이키고 푸른 하늘에 검은 숨을 내쉴 것이다.

공장 건물이 육중하게 자리 잡고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화면에는 숨은 그림 찾기처럼 시선의 변두리에 새겨진 고래 형상의 조형물과 그림이 그려진 간판이 담겨있다.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이 고래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었다는 정보가 없다면 공장 풍경사이로 편안히 섞이지 못하는 발랄한 하늘색의 저렴하게 그려진 벽화가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

낡은 정도가 저마다 다른 간판들과 조형물은 하늘을 찌르듯 세워진 작살처럼 날카로운 철골의 실루엣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그곳에는 고래와 산업이라는 부흥과 쇠락을 오고가는 거대한 두 짐승 사이에서 미약하지만 끈질기게 남아있는 삶의 방식과 냄새에 대한 작가의 씁쓸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이 묻어있다.
  
기술과 산업화가 환경을 파괴하고 이룩한 그늘은 첨단시대의 편리를 누리며 쾌적하게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장우진은 문화의 향기에 둘러싸인 채 연약한 살갗을 지니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관광이나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 되는 오락거리로 소모되는 지역 유산 경계 너머의 삼키지 못하는 부위마저 손질해서 전시장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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