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도토리숲 키즈파크 최희숙 원장 “향기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세종 도토리숲 키즈파크 최희숙 원장 “향기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21.02.10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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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사랑·존중·행복의 뿌리가 내리는 시기
아이들에게 제일 큰 선물은 ‘자연에서의 자유’
최희숙 원장

세종시에 가면 자연놀이가 가득한 도토리 키즈파크가 있다. 도토리 키즈파크에는 숲 놀이터, 갤러리와 함께 숲속 동물 인형을 보며 자연과의 교감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30여 년을 아이들과 함께 한 뼛속까지 ‘아이들의 엄마’, 도토리 키즈파크의 최희숙 원장을 만나봤다.

 

Q. ‘도토리숲 키즈파크’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도토리숲 키즈파크는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거리로는 해먹, 거미줄, 바이킹 그네, 밧줄사다리가 있는 숲 놀이터와 짚라인, 카페 뒤 연못에서 미꾸라지 잡기, 숲 속 도토리 줍기, 자연생태체험(나무하늘곤충), 인형, 청진기, 하늘거울, 씽크토이 등이 있고, 볼거리로는 갤러리(그림, 사진, 각종 전시물)와 쁘띠아르정원(꽃, 나무, 자연), 각종 포토존(인형, 겨울왕국, 팬더, 사슴, 얼룩말, 피노키오, 기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또한 비둘기와 강아지, 잉어 밥주기, 미꾸라지와 함께 동물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토리숲 키즈파크’는 제가 30년간 유치원을 운영하며 느낀 것을 토대로 준비했습니다. 숲 유치원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서울교대 교수팀과 처음 독일의 숲 학교 방문을 했고 10년 후가 되면 한국에 자연에서의 캠핑 교육이 부흥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때부터 준비했어요. 거의 6년간 조경과 아이들의 놀이터 준비에 힘써 지난 해 5월 문을 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제일 큰 게 자연에서의 자유예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잘 놀 수 있도록 언덕을 놀이터로 만들었어요. 거기에서 흙을 밟고 엉덩방아 찧으며 자연에서 창의를 찾는 거예요. 자연에서 새로운 것 발견하고, 그렇다보니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죠.

제가 30년 넘게 현장에 있으면서 퇴직을 앞두고 ‘평생 아이들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서 갈망하는 게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그래보질 않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 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30년 세월이 어떻게 이렇게 갔지?’할 정도로 그 세월이 바로 어제 같은 거죠. 물론 유아교육 현장이 힘들다는 건 누구나 다 알잖아요. ‘심장 30개를 떼었다 붙였다 하고 살았다’는 표현을 제가 많이 썼는데, 그 반면에 행복감은 더 크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Q. 인생의 모토는?

A. 저는 존중이라는 표현을 참 많이 해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받았던 그 방석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아요.

아마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 3학년 아이들하고는 비교도 안 되게 그때는 3학년이 정말 어렸어요. 지금으로 치면 아마 1학년 정도 수준일 거예요. 전기도 안 들어와서 아궁이에 불 때던 시절, 제가 평택 시골에 살았거든요. 옆 동네에 이모님 한 분이 사셨는데 아버지가 인사 간다고 거기 저를 데리고 가셨어요. 머리 새하얀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방석을 하나 내주셨어요. 그러자 아버지가 “어르신, 죄송한데 방석 하나 좀 더 내주세요.”하셨죠. 할머니는 아무리 봐도 방석에 앉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사내아이도 아닌 조그마한 여자아이밖에 없으니까요. 아버지는 한 번 더 부탁을 하셨어요. “방석 하나 부탁합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머니가 농에서 방석 하나를 내서 방바닥에 놓아주셨어요. 그때 아버지가 “희숙아, 여기 앉거라.” 하셨어요.

저는 그때 그 순간이 57년 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 머릿속에 남아 있어요. 그 날을 떠올리면 ‘난 참 중요한 사람이구나. 난 참 귀한 사람이야.’하는 생각을 항상 했어요. 그런데 단점도 있었어요. 시골동네에 살며 친구들이 나물 캐러 갈 때 난 참 소중한 사람이라며 책 읽고 우아를 떨었죠. 요즘 같으면 아이들이 재수 없다 했을 건데, 착하게도 아침마다 아이들이 학교 같이 가자고 우리 집에 데리러 왔어요. 그렇게 친구들한테도 사랑을 무척 많이 받았어요. 부모로부터의 존중이 동네 모든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게 해요. 학교 선생님들한테도 사랑을 받았고 모든 학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것 같아요.

며칠 전 어떤 어머니 회원들이 오셔서 모임을 가지셨는데 그 중에 한 엄마가 예전 저희 유치원 졸업생 어머니였어요. “저, 혹시 피노키오 유치원 원장님 맞으시죠?”하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했더니 “제 아이가 그 유치원 졸업생이에요. 이제 나이가 27살이 됐는데 원장님이 차를 대접해주신 이야기를 지금도 해요.”라고 말씀해주신 일이 있었어요. 참 잘한 일이었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한 계기였어요. ‘너는 존중받아야 돼, 나는 너를 존중해.’ 저는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교사들한테 항상 전하는 메시지가 그거예요. ‘존중’. 아이를 존중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저는 지금도 아버지께 참 많이 감사해요. 그때 깨달은 것이 어쩌면 제 교육의 철학이 돼버렸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A. 36개월, 결정적 시기. 인생의 80% 가까이가 형성되는 시기예요. 제가 이 놀이터를 만든 이유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누려야 할 권리를 거침없이 숲에서 누려보라는 뜻에서였어요. 제가 혁신유치원을 1년 시범으로 운영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 아이들의 행복감이 만족스러웠다는 것으로 나왔어요. 내가 선택해서 놀이한 것들이 얼마나 행복감을 충족해주는지 알 수 있었고 이것은 곧 행복감 증진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이걸 가지고 이런 놀이를 할 거야.’라든지 ‘여기서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블록을 가지고 집을 만들어보자.’ 이렇게 누군가가 놀이의 내용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도 아이들이 스스로 하도록 해요. 그 대신에 교사는 많은 자원을 아이들에게 줘야 해요.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거죠.

모든 현상에는 반드시 그 근원이 되는 뿌리가 있듯이 인간 삶의 근본이 되는 사랑·존중·행복의 뿌리는 유아기에 있다고 봅니다. 나무의 뿌리는 그 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과 열매 등과는 달리 땅속에 깊이 감춰져 있죠. 또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주로 필요로 하는 것은 굵고 곧은 줄기와 알찬 열매 그리고 시원한 나무의 그늘 등 얼핏 보면 뿌리와 아무 관련 없는 듯이 보이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뿌리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도 생기죠.

그러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나무에는 아무리 좋은 밑거름을 주고 영양제 주사를 놓아도 회생하기가 어렵습니다. 뿌리가 충실하지 않은 나무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습니다.

 

교육에도 그런 뿌리가 있습니다. 교육의 뿌리는 영유아기의 정상적 발달입니다. 이 시기 동안에 올바른 발달이 없이는 청소년기나 장년기에서의 발달은 제대로 이루어질 수가 없죠. 따라서 우리는 영유아기의 발달특성과 발달과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에 따른 지도 노력이 매우 필요합니다. 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통합적이고 조화롭게 이루기 위해 유아기가 아니고서는 발달시킬 수 없는 독특한 교육경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유아교육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아를 교육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제 호가 두리미(학)예요.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제 몫에 최선을 다했고 현장에서 이런 교육이 우아하게, 향기는 있지만 소리 없이 퍼져 나갔으면 합니다. 제가 하는 시범학교며 혁신학교에서 이런 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했던 이유는 사립유치원의 존재가 우월성, 설립자의 철학, 이념에 맞게 국가의 수준을 더 높이 향상시키는 교육을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거죠. 제가 자주 쓰는 ‘향기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말처럼 그 향기가 어디까지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유아교육의 정체성을 부모들도 잘 알고 모든 시민들도 다 알아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작게는 행복한 도시, 행복한 유치원… 그것을 위해 행복한 작은 숲부터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Q. 끝으로 ‘도토리숲 키즈파크’ 아이들의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져 있나요?

자연이 꿈꾸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주고 싶은 숲속 자연 놀이터입니다.

‘랑 갤러리’는 엄마랑 나랑, 그림이랑 나랑, 친구랑 나랑, 꽃이랑 나랑… 함께 나누는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아이들의 갤러리를 꿈꾸고 있답니다. 쁘띠아르 정원은 작고 예쁜 예술정원에서 아이들의 창의와 인성이 우러나올 수 있도록 멋지고 아름다운 정원을 선물 할 것입니다. 언덕 위 도토리숲 사이로 줄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이곳은 아이들의 행복 놀이터입니다. 마음껏 소리 지르고 웃고, 세상을 품에 안을 듯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순간 순간이 되는 힐링 놀이터랍니다.

 

 

Q. 실내 공간의 컨셉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따스한 햇살이창을 통해 들어오고 뭉게구름과 바람,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낙엽이 뒹구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자연 친화적 건축물입니다. 실외 체험원은 열두 달 자연놀이 속에 ‘나 어린 시절 도토리숲 동산에서 참 잘 놀았었어.’라며 추억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채화 같은 힐링 정원입니다. 또한 가족들이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 때,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로 인한 힘듦이 참나무 숲길이며 야외 조각정원의 어머니의 사랑과 가족이 주제인 짐바브웨 쇼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답니다. 각종 야생화의 향기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통해 위로 받고 행복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으로 소박하지만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정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유아기 때 도토리숲 유치원과 새싹나라의 차를 통한 숲속 자연 체험이 몸에 배어서 그 기억을 가지고 성장했을 때 존중받는 사람, 사랑받는 사람, 향기 있는 사람, 자기 삶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유아교육을 하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제가 아호를 두루미라고 붙인 것은 올곧게 바라보길 바라는 뜻에서였는데, 늘 이 공간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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