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다​른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회사 내 모임이나 각종 교육과정에서 가장 곤욕스러운 순간은‘자기소개’시간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올 때면 가슴까지 콩닥콩닥 뛰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준비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인사만 한 채 자리로 돌아올 때면 쥐구멍이라고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 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청산유수 같은 말재주가 없던 나는 길진 않지만 나를 잘 알릴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를 소개하는 문구는 ‘어제의 손명훈 보다 나은 오늘의 손명훈입니다’였다. 사람들은 나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SNS, 방송, 신문, 광고판, 홈페이지, 블로그 등 수많은 글자와 문장들 중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고 잠시 멈추게 하거나 내용까지 읽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거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가 아니면 철저히 외면한다. 벨기에 프랑드르 뇌전자공학연구소(NERF) 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기억력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인식할 경우‘기억의 공고화 과정’을 거쳐 그 사실을 장기적으로 기억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억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남과 다른 새로움이 필요하다.

남과 다른 새로운 한마디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분야는 출판업계다. 특히 남다른 책 제목은 전체 판매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매년 수만 권의 책이 쏟아지는 출판계에서 책 제목은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절대적인 무기이다. 전 세계 25개국 언어로 발간되어 수천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한 켄 블랜차드의‘Whale done!’은 2003년 국내에서 발매됐지만 기대와 달리 초판 판매량은 2만 부에 그쳤다. 출판계 내용에 맞게 번역한 국내 책 제목은‘You Excellent:칭찬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 하나만을 바꾸고 70만 부 이상 팔리는 엄청난 판매 부수를 기록하며 당시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가에 돌풍을 일으켰다. 그 책이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왔을 책‘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도 2015년 처음으로 국민들에게 LX를 알릴 수 있는 한 문장을 캐치프레이즈로 처음 도입해 큰 홍보효과를 본 사례가 있다. 그 당시 캐치프레이즈는 ‘국토에 가치를 더하다’였다. 지적측량과 공간정보사업으로 국토의 효율성을 높이는 업무를 하고 있는 LX의 사업과도 딱 들어맞는 문구였다. 이 한 문구는 많은 광고 수단보다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고, 이 문구를 보고 LX의 입사를 결심했다는 신입사원들까지 있었을 정도이다.

남다른 한 문장,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가 무조건 새로고 창조적일 필요는 없다. 명절 고향방문 자제를 위트 있게 전달했던‘불효자는 옵니다’처럼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을 조금만 비틀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나만의 문장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나 홍보 분야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까지 의미 있고 남다른 한 문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파급력이 있다. 새롭게 시작되는 소의 해 금연, 운동, 책 읽기도 좋지만 올해에는 나를 알리고 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나만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자기소개 시간이 두렵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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