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캉스'에서 '호캉스'로 여행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
코로나19가 여행 형태도 바꾸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고요한 외침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단절의 시대에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1년 간 지속된 거리두기 방역지침으로 방콕에서 지쳐가던 사람들의 '숨 좀 쉬며 살자'는 조용한 외침과 더불어 개미군단의 조심스러운 집밖 활보로 추진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면 설이 다가오면서 전국 각지의 여행지 호텔의 숙박 예약이 이미 마감되었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여기에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소규모 숙박시설들도 예약이 대부분 완료직전이라고 한다. 사람의 일상적인 평범한 만남과 소통을 금지할 수 밖에 없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지침으로 누적된 피로감, 그리고 그에 대한 '셀프 보상 여행' 혹은 '보복 외출'이 적극적인 행동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여기에 경제적인 여유가 조금 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는 '호캉스'가 새로운 활력소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바깥 나들이만 아니라 호캉스와 같은 집안 탈출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에는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일까? 우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일 평균 500명 이상으로 확대되지 않고 있음으로 긴장도가 느슨해진 까닭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만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종교관련 시설에서의 전국적인 연속 확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반발심도 없지 않다고 본다. 또한 가족 또는 연인끼리 방역지침을 잘 준수하면서 멀리 조용하고 쾌적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이, 차라리 밀집된 종교시설의 폐쇄공간에 들어앉아 참석자들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 양성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발단이야 어찌되었건 정부는 이번 설 명절에는 가급적 이동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방콕족인 홈캉스를 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의 마음은 정부의 간곡한 호소에 별 관심이 없다. 어서 빨리 지루한 방콕생활을 벗어나 숨을 좀 쉬면서 자유를 누릴 명절기간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거의 모두에게 확산되고 있는 '호캉스 열풍'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호캉스가 갖고 있는 매력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호캉스는 위생장치와 안전시설이 제법 잘 구비된 호텔에서 진행하는 휴식이므로, 비용은 좀 부담이 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힐링과 웰빙을 누리기 쉬운 고급 휴가 방식이다. 이들이 지출하는 비용보다 호캉스를 통해 얻는 감성적인 만족감 부분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호캉스에 대한 인기도가 높아지고 있다.

호캉스족들은 호텔 객실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방음시설이 잘 되지 않은 호텔이라면 제재를 받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호캉스족들은 또한 게임 규칙이 쉬워서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브루마블 보드게임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들이 호캉스를 즐기는 이유는 평소 주거시설에서는 신경이 쓰이는 주변의 간섭이나 층간소음 등으로부터 상당부분 자유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에게는 객실에 기포가 나오는 욕조인 자쿠자를 통해 거품 입욕제를 풀어주어 놀도록 하거나, 실내외 풀장에서 즐거운 물놀이 시간을 보내거나 산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호캉스의 인기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렇게 전국 유명 관광지의 숙박시설 예약이 거의 완료될 정도로 호캉스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우리는 2021년 2월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나를 비켜갈 것이기에 이번에도 괜찮을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지켜볼 수 밖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런데 정작 작년도의 경험을 되살려보면 아찔하게 현기증이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년도에 해외여행 대체지역으로 선정되어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강원도나 제주지역이 일시적인 경제수입은 늘어났지만, 여행객들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부메랑을 크게 얻어 맞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은 2021년 설날을 앞두고 매우 위험스러운 도박판에 뛰어든 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봇물 터지듯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는 연휴 이동객들이 있고, 그들로 인한 감염확산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역기관이나 방역관계자들은 나름대로 거리두기 조정방안이나 전수검사를 비롯한 방역지침을 마련하겠다고 하고는 있지만, 연휴때마다 우리가 경험했던 코로나19 대유행의 참혹스러운 아픔을 되풀이하는 바보짓을 이번에도 또 경험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호캉스는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휴가를 의미하는 한국인들의 영어표현이다. 정식 영어 명칭은 호텔 스테이케이션(Stay+Vacation)이다. 호캉스의 편리함과 쾌적함과 사적 영역의 시크릿이 유지된다는 점이 호캉스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게하는 매력이다. 

과거에 바닷물이나 계곡물에 직접 들어가서 놀다가 그 다음에는 인근 식당이나 숙박업소를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휴식과 놀이가 모두 가능한 호텔로의 여행인 호캉스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은 당연지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호캉스는 정작 호텔 주변의 가난한 서민들의 상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호캉스족들은 호텔내의 시설에서 구매와 놀이를 몽땅 해결하고 놀다가 차를 몰고 훌쩍 떠나가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역 서민들과는 거의 무관한 그들만의 즐거운(?) 친교를 목표로 하는 여행문화가 호캉스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재 대한민국에는 홈캉스 즉 방콕족에서 벗어나 호캉스로 자기 위로의 기회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자기 돈으로 자기에게 보상을 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문제는 방역지침을 더 철저히 준수해 달라는 요청을 할 뿐이다. 그리고 이번 명절이 제발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져 온 산을 다 태우는 그런 참변이 되지 않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이번 명절에 홈캉스를 누리든 호캉스를 누리든 우리 모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풍전등화에 직면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서로가 책임지고 돌아보아야 하는 소중한 동지의식으로 명절을 맞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방역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나의 가족을 위한 방역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코로나 방역지침은 우리의 기본권이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사회성을 방해하는 독소조항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 웰빙과 사회적 웰빙을 함께 협업으로 만들어가는 기본 지침임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렇게 이번 명절에도 더불어 다함께 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행복 코디네이터' 역할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필요하다. '감사-존중-나눔' 운동이 그 실천적 과제가 된다. 서로에 대한 생명존중의식으로 이기심을 조금 누르고 '함께'라는 동지의식을 강화시켜 이 코로나19의 위기를 조속히 벗어나 일상의 자연스러운 소통시대로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글> 김용진 교수, 국제웰빙전문가협회 협회장, 국제웰빙대학교 총장, 행복 코디네이터 창시자, 뉴스포털1 전국방송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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