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필(문화기획가, 향토사전문책방 이목구심서 대표)

문화도시를 향한 새로운 열정의 시작을 위하여 

 2020년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한 예비문화도시와 본도시 지정이 끝났다. 
예비도시에 진입해야 본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향한 각 도시들의 노력은 참으로 가열 찼다고 할 수 있다. 
시민으로부터 발현된 의견을 토대로 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조직화 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을 솔직히 행정이 해 본 경험이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이 낯선 일에 어리둥절하면서 이사업 또한 문화부를 비롯한 정부로부터 결정된 방식이기에 통과하기 위한 의례로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법적으로 인정받는 문화도시에 따르는 급부로 100억원이 지원되며 대응자금까지 더하면 200억원에 이르니 문화와 관련한 기초자치단체의 일에 이렇게 큰돈이 움직이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에다, 전국을 다 문화도시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30개만 가자하니 이 또한 희소가치를 가지며 지방정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제가 아닌가.
문화를 접하는 방식에 대한 전환, 주체의 다양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방식과 이를 견인해 나갈 주민 조직의 주체화, 이에 부응하는 응원 조직으로서의 유기적인 행정 등이 절실히 필요한 사업이 문화도시 사업이다. 그런 여러 가지 요인들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의 행정적, 재정적, 법률적 지원이 병행해야 한다. 어찌보면 참으로 까다로운 방식인데도 작년에만 40여개 도시가 도전하고 60여개 도시들이 준비를 하는 것이니 이러면 담양도 만만치 않은 대열에 속해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애초 문화도시의 설계는 경쟁 지향이 아니라 가치의 공유와 공생에 있었는데 정해진 도시의 숫자가 도시간 경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강원도의 강릉과 속초가 동시에 올해 문화도시 본도시에 지정 되었다는 점에서 보면 도시간의 특색과 노력, 주민참여, 자치단체의 의지, 그 동안의 경과 등이 배점에 크나큰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보아도 될 듯하다.
 
 그런면에서 오늘 문화도시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몇 가지의 조언을 드리자면,
첫 번째는 행정의 엘리트 의식을 버리는 것이 선행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행정이 해왔다고 여기며 으스대지만 거기에 주민 없이 이뤄졌던 일들은 없었다. 그런 생각에는 주민이 언제나 배경이었지 주인공이 아니라는 행정만의 독특한 우월의식과 선민의식으로 자신들의 생각이 굳어졌지 않았는가 라고 반문해 보면 안다.

두 번째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관계망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문화도시를 위해 수많은 의원과 정부의 고위관계자, 전문가 등을 통해 좀 더 어필해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솔직히 심사위원들은 그런 점에 대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런 생각과 노력을 현장의 실무진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과 응원으로 바꾸고 행정에서 각 부서간 연동하여 어떻게 큰 힘이 되어줄지 고민하고 해결하는데 집중하는 자치단체장이 빛난다.

세 번째는 실행조직을 구체화해야 한다. 
문화재단이 있다는 동네라고 해서 모든 일을 재단에 일임하는 구조는 재단이 위상을 명확히 가지며 일할 전문인력이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재단이 지역문화의 구심에 있으면서도 지역과 소통하지 않거나 특정분야에 매몰되어 있거나 조직적 위상마저도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않는다면 이런 부분은 전국이 다 아는 일이 된다. 조직조차도 전문화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문화도시의 콘트럴 타워가 되겠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버릴 것이다.

네 번째는 주민이 문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부단한 제공이 필요하다. 지역의 도서관, 사랑방, 자치센터, 마을회관 등에서 일상이 문화가 되는 주민이 원하는 활동들에 대해 소홀함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구슬이 꿰어지듯이 보물의 가치가 되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문화력의 구축은 이 판에서 성장한다.

다섯 번째는 문화도시는 이제껏 호명해 보지 않은 이들이 주체가 되도록 인적자원의 발굴과 네트워킹이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행정이 모이도록 하는 이들을 보면 늘상 보던 얼굴이 자리가 바뀌었어도 거기 보인다. 행정의 파트너십과 인적자원망이 늘상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미래를 바꾸어 나가는 일에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만나서 스파크가 일어야 한다. 그 사이에서 충돌도 있고 화해도 있고, 이별도 있지만 새롭게 창조하며 공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설령 법정 문화도시의 지정이 되지 않더라도 사람이 존중받는 도시, 인문과 생태가 함께하는 도시로서 담양은 그렇게 다시 출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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