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공모 손수정 ‘The Unrecognized’ 展

뜨거운 바위를 품은 오래된 흙을 밟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에게 저마다의 삶과 시간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늘에서 해와 달의 위치를 바꾸고 계절의 색으로 느낄 수 있는 세월은 그 누구의 수명도 편애하는 법 없이 같은 속도로 모든 위치에서 무정하게 흐른다. 손수정 The Unrecognized’ 기획 전은 2021. 1. 27 (수) ~ 2020. 2. 2 (화)갤러리도스에서 전시 된다.

갤러리도스 손수정 ‘The Unrecognized’ 展 안내 포스터
갤러리도스 손수정 ‘The Unrecognized’ 展 안내 포스터

손수정은 특별한 사연이나 계산적으로 의도된 작위적인 비극으로 과장되지 않은 죽음의 과정을 예술가의 도구와 재료로 압축하여 보여준다. 특정한 사건에 대한 기억과 그 풍경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재현하는 방법이 아닌 특별하지 않은 사물이 지닌 물질적 특성을 빌어 모래시계의 원리처럼 단순하고 담담하게 구성했다.

사람은 살면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거리를 움직이고 수십에서 백단위의 무게로 존재했으며 그 무게를 무색케 할 만큼 방대한 지식을 품고 살아가지만 삶의 끝에 도래했을 때 지니게 되는 자신의 물질은 작은 항아리에 충분히 담길 만큼 가볍고 작은 가루일 뿐이다.

손수정은 시간과 죽음이 빚어내는 흔적과 부재를 보여줌에 있어 드라마가 아닌 실험실 유리장 속의 샘플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뉘앙스는 사건에 이입하지 않으려 하는 무감정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작가의 절제로 인해 관객은 격한 감정의 고동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에 대해 직관적으로 읽고 관람자의 시점과 거리를 잃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시민기자협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