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공모 이수진 ‘Lover, ghost and me’ 展

이수진은 관계가 지닌 부드럽지만 때로는 가시 돋친 면모를 동화와도 같은 천진난만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그 해맑음은 복잡하게 여겨졌던 지난 사건에 대한 허탈하고도 우스운 깨우침 일수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타산을 넘어선 욕망과 시기로 얼룩진 미소 짓는 가면처럼 잔혹한 블랙코미디일 수도 있다. 이수진 ‘Lover, ghost and me 2021. 1. 20 (수) ~ 2020. 1. 26 (화)갤러리 DOS에서 전시한다.

이수진 ‘Lover, ghost and me’ 展 안내 포스터
이수진 ‘Lover, ghost and me’ 展 안내 포스터

사회는 개개인이 모여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원활히 돌아가는 듯 보이지만 작가는 그 둥글고 부드러운 껍질의 경계가 지닌 싸늘한 모서리를 조명한다. 삶의 사소한 공간을 채운 삶의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익히기 위해 배려와 논리를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울타리를 넘어서는 개인이 가득 찬 사회에서는 경계를 넘는 인식이 무뎌지면서 고요한 표면 아래 더 격렬한 충돌과 상흔으로 채워진다. 이수진이 그려내는 광경에는 사건의 결과가 아닌 과정이 담겨있다. 설명하듯 보여주는 분할된 여러 장면 중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굳이 느끼려 하지 않는 흐르는 시간의 한 순간이 박제된 듯 멈추어있다.

인물의 시선은 작가가 만들어낸 임의의 공간 속 어떤 대상을 향하고 있거나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지점을 향해있다. 하지만 화면 속의 인물들은 서로의 위치를 향해 서있다 해도 결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관계를 단순하고 상징적으로 묶어서 표현하는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가는 이성의 간판을 달고 흠집에 무감각해진 동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비이성과 모순이 무엇인지 들쑤신다. 스치듯 보면 천진난만하고 달콤한 이야기가 깃든 듯 그려진 작품에서 냉소적인 싸늘한 감상을 읽는 것은 어떤 관객에게 있어서는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해의 부재로 인한 관계 아닌 관계의 세태가 담겨있는 이수진의 작품을 통해 환상을 기대하고 찾은 곳에서 마주한 현실이 도리어 감정에 새로운 깊이를 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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