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레뚤레 동네한바퀴(19)

담양뉴스는 지역사회와 더욱 가깝고 밀착된 마을뉴스, 동네뉴스, 골목뉴스 서비스 제공을 위해 ‘뚤레뚤레 동네한바퀴’ 코너를 신설하고 마을의 자랑거리와 소식,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마을은 우선적으로 취재, 소개해 드립니다.(취재문의 : 담양뉴스 381-8338) /편집자 주

정구연 위원장님과 이용우 이장님
정구연 위원장님과 이용우 이장님

월산면 도개마을은 입구에 하나로마트가 있어 편리하겠다. 마트 맞은편에는 사립 문화재연구원이 들어와서 주변 분위기가 멋지다. 연구원 터는 이전엔 빈터여서 쓰레기가 뒹굴었는데 지금은 환경정비가 잘 되어있다.
도개마을은 6.25 이후 전북 등 타지인들이 모여들어 형성됐다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형성된 일반 마을보다 집터가 넓다. 그래서인지 집집마다 앞마당이 넓었다. 마을회관 뒤쪽 모정 앞에는 우물(또개샘)이 정성스럽게 복원되어 있었다. 옛날에는 물이 펑펑 솟아 마을주민들에게 큰 역할을 해줬지만, 농수로가 나면서 물이 말라버렸다. 도개마을은 골목 곳곳에 그려진 벽화가 아름다운데, 특히 마을회관 앞 창고의 삽장생 벽화는 충분히 사람의 눈을 끌만 하다. 그림 수준이 상당히 높은 듯 보였다.

마을창고의 대형 십장생그림
마을창고의 대형 십장생그림
복원된 마을우물(또개샘)
복원된 마을우물(또개샘)

이 마을에는 1992년 남도문화제에서 장려상을 받은 ‘마마액맥이 놀이’가 있다.
옛날에 다른 마을에서 마마(천연두)라는 전염병이 돌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마을 사방에 금줄을 쳐서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이웃 마을을 찾아가 도굿통(절구통) 여러 개와 디딜방아를 훔치고 ‘오장질신경(천연두를 물리치기 위한 주문)’을 외우면서 돌아와 도굿통 패인 곳을 하얀 천으로 덮고 디딜방아 고를 빼서 매달며 몸체는 거꾸로 세웠다. 오장질신경 독경이 끝나면 나무를 태워 축포를 요란하게 터트리고 거기에 도굿대와 디딜방아를 불태우며 마마 악귀를 쫓았다. 한편 도굿통을 잃어버린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기를 꺾으려 농악을 치며 몰려오지만 더욱 신명나게 응수를 하며 쫓아버리면 마마 액이 물러간다는 놀이다. 지금은 마을주민들의 고령화로 재현을 못하고 있어 아쉽다. <담양향토문화연구회지 인용>

현재 마을위원장을 맡고있는 정구연 님의 부친 고.정회원 이장님께서 마을주민들과 함께 도박이 없는 마을, 개인 땅을 기부 받아 마을안길 넓히기, 지붕 개량하기 등을 실천했다고 한다. 또한 보리밭 밟기와 길놀이를 할 때 주인으로 부터 보리나 벼 한 가마씩을 받아 모은 비용으로 마을 상수도 설비를 하고 마을 회관 부지를 자체적으로 마련했으며 ‘창신계’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잘 이끌어 국민훈장 표창도 받으셨다. 부상으로 소 입식 자금을 받아 가가호호 소 1마리씩을 받았다고 한다.

트럭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마을 안길
트럭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마을 안길

마을 골목길을 넓히기까지 마을주민들 간에 충돌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가용과 트럭까지도 들어갈 수 있어 편리했다. 또 정부 개간 보조비와 십시일반으로 걷어 모은 돈을 합쳐서 마을 앞 시루산을 사서 농지로 일구어 경작료를 받아 마을 운영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또 대보름 굿을 할 때는 보리밭을 밟아주면 밭 주인들이 술을 대접하여 생산성을 높였다고 한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많은 일을 해내신 이 마을 옛 어르신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마을 입구에서 좀 더 걸어가니 중월천이 나왔는데 하천 주변에는 여러 개의 공장도 입주해있다. 도개마을이 지리적으로 위치가 좋은가보다.
이 마을은 주로 딸기 농사를 짓는다. 하우스 단지 주변을 지나고 있는데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서 가까이 갔다. 마을주민 김언봉 님이 아들에게 농기구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두 분이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아들에게 농기계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있어요.”
“휴가 내서 부모님 돕고 계시는 거예요”
“제가 귀농하려고 농사를 배우고 있어요?”라며 아들이 대답했다.
“아드님이 귀농하도록 아버님께서 어떻게 권하셨어요?”
“내가 권한 것이 아니고 아들이 스스로 결정했어요.”라며 웃으신다.
“귀농을 결정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먼저 연로하신 부모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있었고요.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면 어린애들 돌볼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출퇴근 시간에 맞게 아이를 돌봐줄 곳도 마땅치 않은 불편이 있어요. 그리고 수입도 일하는 만큼 보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직장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승진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하는 고민까지도 하게 되었죠. 여기는 바로 옆에 어린이집이 있어 편리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잖아요. 도시에서는 4시에 유치원이 끝나면 맞벌이 부부에게는 힘들거든요.”
“부인은 귀농에 대해 뭐라고 했어요?”
“아이 돌보기가 가능하고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아하죠.”

조금 더 가다 보니 비닐하우스 축사가 나왔다. 축사인데 냄새가 나지 않아 비결을 물었다. 비닐하우스 축사는 일반 축사에 비해 비용이 절반이 든다. 우분(소똥) 건조도 잘돼서 위생적이고 겨울에는 축사 위에 쌓인 눈이 빨리 녹아 더 안전하다고 한다. 축사가 따뜻하고 소가 항상 햇빛을 받을 수 있어서 더 건강하기 때문에 특히 암소 번식 축사로는 제격이다. 마을 위원장님께서 아주 오래전에 경기도에 가서 배워온 방식인데, 왠지 모르지만 이곳 남쪽 지방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것 같다고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다. 한편, 10년 넘게 이장직을 맡고 있는 이용우 이장님은 아버지 역시 마을 초대이장을 역임하셨다.
앞으로 마을까페를 만들어서 어르신들의 휴식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까페가 만들어지면 이곳에 다시 와서 차 한 잔 하면서 더 발전된 도개마을을 보고 싶다. 벼 베는 시기라서 바쁜데 시간을 쪼개서 도움 주신 위원장님과 이장님께 감사드리고 마을구경을 마쳤다./ 양홍숙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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