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끊임없이.
산이 좋아 바다가 좋아?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다가 좋다 대답했던 어린 소녀는 마흔이 된 지금도 여전히, 바다가 좋다.
탈탈탈 돌아가는 오래된 선풍기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던 어느 여름날, 엄마와 나는 밤의 해운대, 백사장 위의 돗자리에 누웠다. 간질거리듯 시원한 바닷바람은 그날의 우리를 위로했고 여름밤은 그렇게 또, 지나갔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9년 겨울, 통영으로 오기 전까지 30년, 단 한 번도 그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
해운대와 광안리, 송도와 다대포, 송정과 일광까지 부산의 바다는 언제라도 쉬이 찾아 기댈 수 있는, 나의 쉼표였다.
온통 바다였지만 이곳에서 쉼표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동네, 차갑고 퉁명스러운 말투, 갈 곳 없는 작은 도시에서 혼자 고군분투.
뽀각뽀각 금이 가 만지면 바스러질 듯 위태로운 얇은 유리판 한 장이 나를 감싸는 유일한 보호막 같았다.
유리 판이 조각나면 나도 와르르, 무너진다 생각했다.
마음이 지옥일 땐,
사는 곳이 지옥이고, 사는 것이 지옥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지옥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무언의 몸부림과 같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여기는 곳에서도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고, 그것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티 나지 않게 조금씩 끊임없이, 나는 그렇게 지옥을 빠져나오고 있다.
언제라도 위로 받을 수 있는 소박한 나의 쉼표를 찾아,
오늘도
열심히
앞으로.
글쓴이
통영시의 거주하는 일러스트작가로 통영리스타트플랫폼(구 SBI조선소)에 입주하여 문화도시 통영을 응원하고자 통영시 곳곳을 일러스트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황서현 작가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skcc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