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기획 김다히 ‘침잠의 밤’ 展

서늘하고 고요한 안개사이에 강렬하고 튼튼한 줄기를 뻗으며 자리잡은 기괴한 형상은 어둡고 푸른색의 차분한 변화가 만든 분위기를 불청객처럼 깬다. 김다히의 그림에는 그 엄숙한 공기를 가르는 유기체의 억센 발악이 있기에 화면을 만들어낸 김다히 ‘침잠의 밤’2020. 9. 23 (수) ~ 2020. 10. 6 (화)갤러리도스에서 전시된다.

김다히 ‘침잠의 밤’展 안내 포스터
김다히 ‘침잠의 밤’展 안내 포스터

작품의 형상은 자신의 투영인 동시에 작가가 바라본 세상의 조각난 부스러기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루를 채우는 사소한 감정들이 충돌하며 자아내는 진동으로 인해 그날의 기분이라는 모호한 모티브는 형체를 지니게 된다. 그렇게 하루가 모여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몇 번의 매듭으로 이어진 이야기들은 가슴속에서 저마다 온도가 다른 구역에 닿게 되고 변색을 일으키며 암석처럼 축적된다.

길을 걷다 발에 차일 정도로 흔하고 하찮은 돌이라 하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라는 인공의 바위를 딛고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기계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갈조각마저 시간을 내어 바라보아야 하는 강산의 살점이다. 굳이 밝히려 하지 않는 응어리를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돌은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얻기 위한 특별한 행위를 동반해야 만날 수 있는 쓸모없는 사물이다. 돌을 던지며 쾌감과 추억을 얻고 때로는 높게 쌓아 올리며 수양을 한다.

사람에게 감정이 있기에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외로움과 아쉬움은 조개 속에 들어간 날카로운 파편처럼 작가의 마음속을 이리저리 할퀴다 진주처럼 덧씌워지고 칠해졌다. 고통을 다룰 줄 몰랐던 마음이 서툰 청년은 조금의 성장을 거쳐 비로소 고통을 지그시 바라보며 자신의 일부로 인정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싸구려 플라스틱 조각들과 장식물들이 발하는 오색찬란하면서도 얄팍한 화려함은 매끈하고 보기 편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돌의 무게와 대조되는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에게 마음속 어떤 조각을 위에 올려두고 올 것인지 묻는다.

돌은 생명과 물의 무게를 버틸 만큼 단단하고 성격이 뚜렷하지만 동시에 작은 씨앗의 뿌리와 물방울에게 몸을 쪼개는 양보를 하기도 한다. 김다히가 마음에서 주운 돌처럼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부라고 여겨온 단단함을 내려놓으면 닮은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이번전시를 통해 관객들의 걸음에 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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