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 ‘과거 현재 그리고…’

꽃잎이 시든다고 슬퍼하기보다는 그런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 더욱 성숙한 세상을 보여주듯 캔버스 위에서 한 올 한 올의 실들이 엮이고 매듭지어져 과거와 현재를 이어 내일의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는 9월 8일~29일까지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에서 초대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정우경 화가는 어릴 적 엄마가 뜨개질로 만드신 모자, 목도리, 머리띠, 망토, 나팔바지, 덧신, 가방, 양말, 바지들을 입고 기뻐하며 부족한 엄마의 사랑을 채웠던 기억을 모티브로 뜨개질 무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다. 작품마다 이야기를 담아내 현재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정우경 화가를 만나봤다.

Q. 이번 초대·개인전의 테마는 무엇인가요?

A. ‘과거 현재 그리고…’라는 제목으로 작업중인데 이는 우리의 삶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작가 분들이 삶이라는 제목을 즐겨 쓰는데 저는 그걸 풀어서 표현해봤습니다. 제 작품에는 풀리는 것도 있고 엮이는 것도 있고 매듭도 있어 다양한 인생의 이야기를 한 화면에 담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뜨개질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전달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전제하고 있잖아요. 사랑하는 것도 긍정의 힘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삶에도 사랑,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예쁘게 굴러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테마를 정하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회화에서는 독특한 뜨개 화법 화가님이신데, 작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예전에는 미대 나오면 그리는 평범한 회화를 그렸어요. 개인전을 두 번 하고 나니까 이렇게 해 가지고는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화가들 작품과 섞어 놨을 때 제 작품만의 개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기에 예뻐서 많이는 팔리기는 하는데 작가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하는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아시는 선배님들이 ‘너는 너만의 것을 찾을 줄 알았는데…’ 하며 좀 실망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저는 너무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작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하며 미술사를 한번 다시 훑어보게 됐어요.

그리고 내가 뭘 놓쳤는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을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제 자신을 좀 알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미술치료 공부를 했어요. 그러면서 내면치유도 되고, 내면이 치유되는 과정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깨달음을 통해 싫어하는 것도 그려보고 좋아하는 것도 그려보고, 좋아하는 것 중에서 내가 어떤 방향의 것을 더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왜 좋아했었는지를 글로도 써보고 그림으로도 그려보다 도달한 곳이 엄마와 저하고의 끈이더라고요.

제 어린 시절 엄마는 맞벌이를 하셨어요. 저희 친정이 종가집이라 딸인 저는 할머니 손에 컸어요. 할머니혼자 시골에 계시게 할 수 없으니까 4남매 중에 저 혼자만 할머니랑 살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쯤 내가 엄마에게 “엄마 난 왜 엄마랑 안살아?”하고 물었더니 엄마가 대답을 못했던 순간의 기억이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뜨개질로 모자, 목도리, 머리띠, 망토, 나팔바지, 덧신, 가방, 양말, 바지 등… 모든 것을 뜨개질로 짜서 보내주셨어요. 크면서 같이 살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엄마의 사랑표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어릴 적 뜨개질 해 주셨던 것들이 그립고, 그 그리움을 그림으로 표현하다보니 지금은 안 계신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도 그렁그렁합니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회화적으로 풀어나갈지 연구를 했어요. 자칫 잘못하면 디자인으로 볼 수도 있고 ‘회화 쪽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10년 전쯤 처음 작품 발표를 했을 때는 ‘어떻게 이게 회화냐?’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시대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그렇게 몇 년 과정 걸치는 사이에 장르의 경계가 무너졌어요.

애니메이션, 동양화, 서양화 등 모든 경계가 무너져버렸어요. 모든 분야를 다 넘나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연구를 계속 하다 보니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렇게 알게 된 분들이 응원도 해 주시며 제가 돋보이기 시작한거죠. 이런 이야기는 저만 해당되는 게 아니고 많은 분들이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같이 공감해 주시는 것 같아요.

정우경 화가 부부

제가 2015년도에 인사동에서 100호전을 했어요. 엄마에게 치매가 막 왔을 때 저를 찾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집에 모시고 왔는데 새벽에 일어나면 꼭 기도를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봤죠. “엄만 뭐라고 매일 기도해? 도대체 뭘 비는 거야?” 했더니 “너네 4남매 잘 되라구….”하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치매가 하루 종일 치매가 아니잖아요. 잠깐 잠깐이다보니 아침에 일어나 머리가 맑은 상태에서는 기도를 꼭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따라하는 걸 그림으로 표현했어요.

엄마와 내가 기도하는 작품을 서울에서 발표했을 때 여자 분들은 물론 남자 분들도 오셔서 보시고는 제가 설명하지 않아도 작품 자체를 통해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느끼시겠다고 하더라고요.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A. 여러 전시들이 코로나19로 미뤄졌었는데, 다시 9월 8일~29일 금산다락원 청산아트홀 전시, 9월 24일~10월 24일 한국수자원공사 초대전, 9월 25일~10월 16일 테이스티아트 초대전(소품전)이 계획돼 있고 우리나라보다는 앞으로 외국 쪽으로 많이 움직이려고 해요. 전에 프랑스에서 전시된 작품을 보시고 뉴욕에서 초청해 작년 10월에는 뉴욕에 다녀왔어요. 뉴욕에서 작품을 보고 연락을 받아 전시회를 했었고 또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못 가게 되었고, 워싱턴에서도 전시를 하기로 했었는데 그것도 취소, 런던에서하기로 했던 것도 취소돼 국제적으로 계획했던 건 다 취소된 상태예요.

전시회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화실

앞으로는 온라인 쪽으로 많이 움직여야 될 것 같고요, 9월 인사동 마루 갤러리 대표님이 제 작품으로 아트상품 제작에 들어갔어요. 제 작품이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습니다. 서양화가 정우경 작품이 아트상품으로 출시되면 많이 사랑해주세요.

 

서양화가 정우경 프로필

간략 프로필 - 정우경 (Jeong Woo Kyung)

1990년 목원대학교 졸업

현재

정우경화실, 한국미술협회, 대전현대미술협회, 대전구상작가협회, 금동인, 조형미술협회, 신기회·대전여성미술가협회·충청예술 초대작가

개인전 18회 (대전, 금산, 서울, 광주, 세종)

아트페어 19회 (프랑스, 미국, 일본, 인도, 서울, 대전, 부산)

단체전 200여 회

국제전-암스테르담 휘트니갤러리 (U.S)

 

 

<작가노트>

과거 현재 그리고... - 정 우 경

 

꽃잎이 시든다고 슬퍼하기 보다는 그런 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는 더욱 성숙한 세상을 보여주듯 내 캔버스 위의 한 올 한 올의 실들이 엮이고 매듭지어져 과거와 현재를 이어 내일의 삶을 살아가는 원천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릴 적 엄마가 내게 뜨개질로 만들어 입히셨던 다양한 액세서리(모자장갑목도리)와 옷(스웨터망토치마바지)을 입고 기뻐하며 부족한 엄마의 사랑을 채웠던 기억을 모티브로 뜨개질 무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고 작품마다 이야기를 담아내 현재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내 작품 세계는 삶(인생)과 사랑을 말하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일 때문에 바빴던 엄마가 따로 떨어져 살아야했던 사랑하는 딸에게 뜨개질로 최고의 사랑을 표현했듯가슴 절절한 사랑이 깔려 있다.

 

삶은 시간이고 크고 작은 다양한 경험을 쌓아 성장하며 살아간다.

또한, 삶은 사건이고 반복되는 과정의 연속이듯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계속해서 흐른다.

 

작품에서 표현된 매듭은 우리 내면의 아픔이고 세월에 가려져 희미해진 상처를 의미한다.

과거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정보와 기록에 의해 역사가 되어 현재의 삶에 영향을 준다.

두 개의 다른 매듭을 엮어 과거와 현재가 하나라는 의미를 담았다.

 

아침에 눈을 떠 살아 숨 쉬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과 건강한 정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 행복은 다양한 생각으로 이어져 캔버스에 그려내며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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