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금속공예 특별" 展

 작은 불꽃이 튀겼고 그 불씨는 재를 남기며 벽화를 새겼고 용광로가 되어 쇠를 녹였다. 그렇게 사람은 야생의 바위를 길들이고 지구를 다듬었다. 하늘을 찌르고 시간을 관통하는 연결된 세상은 작은 돌덩이에 섞여있던 금속에 담겨있었다. 기술의 시작에는 척추와 이어진 힘줄과 근육의 진동이 있고 사람의 관절과 도구를 쥔 손아귀가 쇠를 두들기며 만들어내는 질기고 억센 박자가 있다. 금속작가 이병훈 금속공예 특별 展은 2020. 9. 9 (수) ~ 2020. 9. 15 (화)까지 갤러리 DOS에서 열린다'

이병훈 금속공예 전시 안내 포스터
이병훈작가 금속공예 전시안내 포스터

금속의 표면은 세상이 작가를 부르는 지위와 호칭처럼 매끄럽거나 화려한 광택을 자아내며 작가의 행위와 의도에 따라 도금되어 다른 색을 지닌 껍질이 입혀져 있다. 그 형상은 단순히 기성품의 형상에서 그치지 않고 사내아이로 불린 시절을 겪은 성인 남성이라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학창시절의 기억들과 연결되어 있다. 멋진 삽화가 그려진 종이 상자를 열면 보이는 런너에 복잡하게 매달린 수많은 부품들은 소년으로 하여금 완성된 모습을 기대하면서도 감히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미묘한 두근거림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설 수 있도록 지지하는 기둥부분은 작가가 제작에 사용한 도구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일부이자 작가자신이 투영되어있다. 작품은 아직 결합되어 구체적이고 온전한 형상을 갖추기 전 부속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이병훈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와 질문은 해답과 결론이 아닌 지금까지의 자신을 구성하는 누적된 시간과 행위의 증거이기도 하다. 작가는 잘리고 녹여져 다시 형상을 잃고 재료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금속의 본질을 되새기며 종착지가 없는 작품 활동의 여정을 보여준다. 

 철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손에 쥔 도구와 불 뿐만 아니라 육체 또한 작품을 가공하는 도구이다. 재료를 품어온 땅이 겪은 시간에 비하면 우스울 정도로 짧은 순간이지만 돌을 부수던 인간은 철로 땅을 다듬었다. 그리고 그 틈에는 가위로 플라스틱을 자르던 소년의 성장과 무거운 도구로 금속에서 형상을 꺼내는 장인의 시간이 이병훈의 작품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이름조차 가리지 못할 오롯한 자신의 시간이 채워온 두꺼운 한 겹이 굳건히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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