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작가 ‘혐오와 매혹사이’ 展

빛이 자아내는 그림자로 인해 사물을 볼 수 있듯 세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기에 평범한 순간의 양끝에서 선하고 악한 지점이 조명 받거나 그림자에 숨어든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서있는 행성이 오랜 시간 동안 지녀온 단순한 법칙에는 작고 짧은 생명의 의지와 관계없이 부정할 수 없는 양면성이 있어왔다. 그리고 예술은 그러한 세상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김미현 ‘혐오와 매혹사이’展은 2020. 8. 19 (수) ~ 2020. 8. 25 (화)까지 갤러리 DOS에서 전시한다.

김미현작가 홍보용 포스터
김미현작가 홍보용 포스터

김미현은 생명을 지닌 모든 존재가 태어나면서부터 손에 쥐고 있지만 굳이 이야기하거나 인정하려 들지 않는 비정상이라는 측면에 은은한 빛을 드리운다. 사람은 노동하며 추가적인 신체를 갈망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육체의 요소는 더 갖고 태어난다면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불려진다. 아기에 대해 새겨지고 교육된 애착과 보호본능은 괴물 같은 혐오스러움과 충돌하고 익숙하지 않게 뒤섞인다. 기계로 연마하지 않고 사람의 손을 거친 테라코타의 느리고 섬세한 과정을 거쳤다. 화려하게 채색되지 않고 절제된 색상과 매끄럽게 정돈된 표면이 발하는 광택은 작품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비정상과 추함이라는 그림자 드리운 얼굴에서 안광을 발하게 하며 눈을 돌릴 수 없는 우아함을 지니게 한다.

흙으로 빚어지고 불로 구워진 후 부자연스럽고 기괴한 모습을 지니게 된 작품의 제작과정은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생명의 시작처럼 차분히 숭고하다. 미묘한 역설과 양면성으로 인해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이 담긴 농담처럼 다가온다. 매혹과 혐오라는 얇은 가면이 저렴하고 간편하게 소비되는 오늘날 작가는 손바닥위에서 끊임없이 증발하는 첨단의 가볍고 연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뼈와 근육의 움직임에서 비롯된 무겁고 질긴 행위로 형상을 만들어낸다. 돌연변이 혹은 샴쌍둥이의 형상을 한 인체의 피부에는 경화된 종양처럼 가시가 돋아나 있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상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이유와 방향을 찾고자 하지만 정작 욕구 충족의 시작지점에 있는 판단이라는 물음에는 딱히 의심을 품지 않는다. 작가는 양가성을 지닌 작품을 통해 이끌림과 혐오가 동시에 존재함에도 선택을 하고 싶어 하는 우리의 익숙함에 질문을 던진다. 김미현의 작품에는 대담하고 자극적인 모양을 지니고 있지만 가벼이 넘기고 거스를 수 없는 고상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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