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인에서 귀농인으로 김민송님의 '옐로우지브라'

귀농인 김 민 송 님
귀농인 김 민 송 님

오늘은 또 어떤 친구들과 놀아볼까. 나는 눈을 뜨자마자 기대에 찬 상상을 한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한껏 부푼다. 녀석들은 이상 없겠지? 곤충박물관에서 밤을 보낸 녀석들의 안위가 궁금하다. 나비, 잠자리, 딱정벌레, 귀뚜라미, 여치, 사슴벌레, 거북이, 악어 등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본다. 녀석들이 나에게 반갑게 아침 인사를 건넨 듯하다. 나도 녀석들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나의 일과는 그렇게 시작된다.
 
나는 담양곤충박물관을 운영한다. 곤충박물관을 구상한 것은 오랜 꿈이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슴에 품고 다녔다. 진도청소년수련관에서 교사로, 신민상호저축은행 기획팀에서, KEB하나은행 전북영업본부에서 근무할 때나 참좋은칼국수집을 경영하면서도 아이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놀이터 하나를 만들어 주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때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친 것 같은 삶을 산 것 같았다. 상상 속의 놀이터. 내 머리에는 늘 그 꿈으로 가득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기존 생활을 정리하고 광주에서 과감히 담양으로 터전을 옮겼다. 담양은 나나 남편에게 생면부지의 땅이다. 지인도 없었다. 그럼에도 담양을 선택한 것은 내 꿈을 실현할 적확한 장소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 장소가 바로 메타랜드다. 울창한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가 있고, 프랑스 남동부의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마을 ‘프로방스’를 재현한 메타프로방스가 있고, 어린이 프로방스가 있어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전국을 다녔지만 이만한 장소가 없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상상을 현실로 옮겼다. 노란 얼룩말을 뜻하는 ‘옐로우지브라’라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2017년도였다. 사업제안서를 작성하여 입찰과 낙찰을 거쳐 현재 공간에 입주했다. 그리고 2018년에 금성면 석현길로 이사했다. 내가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나주에서 20년 넘게 자전거 매장을 운영해 온 남편이 반대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열렬히 지지했다. 내 꿈이 무엇인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남편은 나의 든든한 지지자이다.

 

담양으로 이사하니 가장 만족스러운 게 애들 교육이었다. 학교 교육의 질이 생각보다 매우 높았다. 부족한 부분은 방과 후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보충해 주었다. 방과 후 학습이야 광주에서도 받았지만 만족도가 달랐다. 한 반이 채 10명도 되지 않아 맞춤형 교육이 가능했다. 그러니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었다. 눈을 돌리면 지천이 파릇파릇하니 환경, 친근하게 다가오는 풀벌레며 산새들이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나보다 애들이 더 신나했다.
  옐로우지브라는 미래의 주역인 애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음껏 뛰어노는 놀이터지만 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놀이문화 공간이고,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 공간이기도 하다. 애들 위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현재 지역도 고려하여 어른들의 동심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손에 손 잡고 옐로우지브라를 체험하다보면 서로 하나가 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옐로우지브라에는 다양한 곤충이 들어 있다. 일부는 사육하지만 대부분 농가에서 공급 받는다. 적시에 적령을 공급받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직접 곤충사육을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귀촌인이었지만 귀농인의 대열에 합류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현장실습교육을 받았고, 곤충 사육에 적당한 1,000평가량의 부지도 물색했다. 그곳에 벌, 나비, 반딧불이, 딱정벌레 등 자연 친화적인 곤충을 사육할 예정이다. 그 계획이 현실이 된다면 방문객 수는 이전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매년 10만 명 정도가 옐로우지브라를 찾아주셨다. 10만 관객은 우리나라 곤충박물관에서 1위다. 박물관은 특성상 재방문 가능성이 낮은데 옐로우지브라는 재방문율도 높다. 재방문율은 압도적 1위다. 농촌을 테마로 한 놀이터,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이라는 입소문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애들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고민한다. 아이가 어떤 것에 기뻐하고 만족해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지만, 영감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다. 애들의 반응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런 반응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이 창조되기 때문이다./강성오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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