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들어내는 구조에는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작고 느린 변화가 축적되어 있다. 사람에게 우스울 정도로 찰나의 시간이 모여 탄성을 자아내는 유서 깊은 광경이 되고 그 웅장함은 우리가 밟고 있는 흙과 물의 나이에 비하면 턱없이 미약하고 짧은 순간이다.

2020 하반기 공모전 ‘흐름의 틈’ 선정작가 신나운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무엇들’展은 2020. 7. 15 (수) ~ 2020. 7. 21 (화)까지 갤러리 도스에서 전시한다.

신나운 전시홍보용 포스터
신나운 전시 홍보용 포스터

작품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재료의 질감과 견고하고 복잡한 구조이다.

쉽게 젖고 찢어지는 얇은 종이라는 재료에 대한 상식은 작품이 지닌 특유의 색과 예상 밖의 단단해 보이는 질감과 맞물려 동굴 속의 바위나 벌집을 연상시킨다.

천장에 매달린 채로 중력을 따라 늘어지고 하나의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며 확장된 방향성은 마치 스스로 성장한 듯 보인다.

특유의 연약한 성질로 인해 섬세한 조절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간단한 방법으로 확장되고 변화할 수 있기에 작품은 완결이라는 상태가 아닌 나중을 알 수 없는 긴 과정 중 어느 한순간의 형태로 지정되었다.

작가가 원하는 조형성과 무게가 관련된 내구성으로 인해 더 이상의 확장이 멈추어진 어느 시점을 편의상 완성이라 부르기는 하지만 신나운의 작품은 처음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을 자연의 모습처럼 확장가능성을 암시하는 모양을 갖추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욕망과 권위가 새겨진 거대한 구조물조차 미약한 바람과 습기에 의해 어느순간 얇은 껍질처럼 바스라지고 가루가 된다. 신나운의 작품은 그에 반해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은 방법과 의도로 비롯되었기에 재료가 지닌 유약한 가벼움과 복잡하지 않은 과정을 거쳐 굳어진 섬세한 견고함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로인해 조각 작품에서 선입견처럼 기대하기 마련인 물리적인 무게감과는 다른 육중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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