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를 책으로 쓰면 열 권은 돼.”

우리 어머니들이 당신의 삶을 함축하는 의미로 줄곧 말씀하셨다. 말은 기록이 되어 그 말대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는 자서전 전문 ‘추억의 뜰’.

60대 은퇴자인 아들의 자서전, 그 아들의 80대 어머니의 회고록을 만드는 여자들이 있다. 가족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드는 여자들, 자서전 전문 ‘추억의 뜰’의 작가들이다.

그 뜰에 인생 좀 아는 여자들이 모였다. 모두 쉰 살이 넘었다. 인생의 희로애락에 파안대소도 해보았으며 애간장도 녹아내린 여자들이다. 그녀들이 쓰고 있는 한 사람의 인생, 그 사람의 부모님의 역사. 열 명의 작가들이 집필을 한다. 세 명의 작가들이 책을 디자인 한다. 두 명의 작가가 영상으로 자서전을 만든다.

 

어르신과 즐거운 인터뷰

 

부모님 책, 낯설기도 합니다.

네 물론이죠. 돌아보면 주변에 부모님 인생을 책으로 만들어준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직은 손가락에 꼽을 만합니다. 자서전이 대단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습니다. 소박한 우리 아버지 어머니야말로 위인이시죠. 소리 없이 사라져갈 그분들의 삶을 가족의 유산, 사회의 유산으로 남겨드리는 사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문해학교 어르신―신문에 연재된 어르신 자서전을 보시며 감격하셨다

 

특별한 에피소드

어르신들은 책이 특별한 사람들만 만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계셔서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왔는데 무슨 책이냐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사실 부모님 인생만큼 귀한 소재도 없는데 말이에요. 외국에 계신 아드님이 아산에 계신 부모님 책을 의뢰하셔서 아산까지 출장을 갔었어요. 집에 도착했더니 어르신이 문을 안 열어주셨어요. 인터뷰 안 한다고요. 그래서 제가 멀리서 왔으니 물만 먹고 간다고 했더니 그러면 물만 먹고 가라고 하시면서 문을 열어주셨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갔죠. 어르신이 아드님이 보낸 커피를 주시려 던 차에,

“고향이 어디세요?

라고 마음의 단추를 눌렀어요. 고향 이라는 말만으로도 80년 전 그 시골길이 떠올라 어르신은 쉼 없이 3시간을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던 삶, 80년을 살아왔지만 누군가 기억하지 않았던 그 삶이지만 바로 책으로 쓰면 열 권이나 될 만큼 삶의 희로애락들이 담겨 있어요.

한번은 따님이 부모님 몰래 책을 만들어서 집에서 생신 때 출간기념회를 해드렸어요. 깜짝쇼를 해드린 거죠. 대쪽 같던 아버님이 우시면서 내 인생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만들어주다니 너무 고맙다고 우셔서 온가족이 눈물바다가 되었어요. 어르신이 자녀들에게 존경받고 자부심도 갖게 되셔서 인생에 상 받은 것 같은 기쁨을 얻으셨지요.

 

 

물론 보편적인 자서전인 은퇴자분들의 자서전도 만들고 있습니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60대 은퇴자분의 책을 만들고, 또 그 분들이 부모님 책을 의뢰하게 되면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마음의 비중이나 일하는 보람은 당연히 부모님 책에 있습니다.

지원 사업을 통해서, 신문연재를 통로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습니다. 2019년 한 해 백 분의 인생을 책으로, 영상으로, 신문 연재로 기록해드렸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도 50여 분의 기록을 넘었습니다.

 

신문에 연재된 어르신 기사를 훈장이라고 생각하시는 어르신

 

특별한 사명감도 갖고 계시나요?

저희 같이 일하는 작가님들이 집필, 편집, 영상 등 열다섯 분 정도 같이 일을 하고 있어요. 다들 인터뷰 때마다, 작업 할 때마다 감동 또 감동이죠. 저희는 집집마다 책장에 부모님 책이 한 권씩 꽂혀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기록하는 가족은 삶에 대한 책임감이 있거든요. 부모님의 인생이 후손들에게 큰 유산이기도하죠. 사라지지 않는 유산, 부모님 자서전이 가족 문화로 정착할 때까지 한 분 한 분 인터뷰를 놓치지 않을 겁니다. 분명 우리 곁에 계셨지만 역사는 기억해주지 못했던 그 분들의 이야기를 매일 매일 써나갑니다.

 

은빛자서전 예시
따님이 준비한 부모님자서전 출간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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