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청소년 업무에 고위기 비행 청소년 상담, 여가부 이젠 “후기청소년까지 맡으라”

지난 5월 11일, 선거연령 하향 등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다며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청소년정책 방향" ⓒ 여성가족부
지난 5월 11일, 선거연령 하향 등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다며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청소년정책 방향" ⓒ 여성가족부

지난 5월 초, 청소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의 대전환을 위한 '포용국가 청소년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 내용중에 일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후기청소년 전담 상담사'를 지정하여 성인기 이행에 위기가 있는 청소년의 안정적 사회적응을 지원하는 한편, 자립을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의 미래 설계 지원을 위한 ‘라이프코칭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가부는 이 정책 시행 배경으로 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년문제를 꼽았다. 후기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확충 등 종합 지원을 강화하는 예방적 대책이 중요하다고 본 것.

후기 청소년? 청년?

후기청소년이란 만 19세부터 24세를 일컫는 용어다. 청소년기본법 제3조에서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기에 여가부 정책대상자에 속한다. 그런데 지난 2월에 제정된 청년기본법에서는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즉, 만 19세부터 24세에 해당하는 연령대의 사람을 청소년계는 ‘후기청소년’이라 부르는 것이고 청년센터 등 청년정책를 관장하는 곳에서는 이들을 ‘청년’이라고 부르는 차이다.

여성가족부가 후기청소년 지원 강화 업무를 일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맡기려하자 강도높은 업무 환경과 인력 부족, 열악한 처우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후기청소년 지원 강화 업무를 일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맡기려하자 강도높은 업무 환경과 인력 부족, 열악한 처우도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여성가족부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한 자를 청소년이라고 부르기보다는 ‘청년’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후기청소년, 즉 청년들을 위한 지원을 왜 굳이 여가부가 관장하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이 업무를 배치하려 하는 걸까.

그동안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는 9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을 주 서비스 지원대상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2016년도부터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들이 후기청소년 실태조사를 벌이고 이들에 대한 상담 방향과 지원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서울)하는 등 비진학 후기 청소년이 청소년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일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열악한 현실 개선 없이 일만 늘리는 여성가족부

문제는 다른데 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2015년부터는 학교밖 청소년까지 사업 대상을 확대, 꿈드림을 위탁운영하게 되면서 위기 강도가 높은 사례를 처리하게 됨에도 예산 확대나 인력 충원이 없이 그동안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해 오던 일이니 여기서 후기청소년 추가사업을 해도 된다고 여가부는 판단하는 것.

이에 대해 서울의 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J센터장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청소년안전망 국비는 채 5천만원이 안되고 시비도 이 정도 규모라서 지자체 지방상담사업비를 확보해야 다른 사업도 할 수 있는 열악한 형편”이라고 호소한다. 구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종사자 인원 수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

실제 서울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종사자 수를 비교해보면 서초구의 경우 17명이고 영등포는 14명, 양천구와 금천구는 8~10명선으로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이 인원도 전일제 동반자와 꿈드림을 합친 인원이다.

청소년 동반자는 2005년부터 실시된 위기 청소년 지원 및 연계 서비스 전문가인데 이들은 위기 청소년과 일대일 관계를 형성, 상담과 지역사회 연계 서비스 제공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가 밤낮과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특성상 고강도 노동 환경과 월 180~200만원 내외의 열악한 처우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잠깐 있다가 가는 곳으로 여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위탁운영하는 학교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은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이해경 대전청소년교육문화센터 청소년지원단장은 “꿈드림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보다도 예산이 적고 처우가 더 열악한 상황이다. 거기에 일반 청소년보다 더 업무 강도가 높은데도 인력이건 예산이건 처우개선이건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신념만으로 버티기엔 한계에 다다른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처우 개선 시급

일선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여가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큰 반발은 아직 없다. 여가부가 발표는 해놓고 아직 특별히 내려보낸 지침도 없는데다가 코로나19 여파로 갑자기 업무가 늘어나지는 않았기 때문.

하지만 대학생, 취업자, 비진학 미취업 청년들까지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다루어야 하는가에 대해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담당하는 일선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귀뜸한다.

여가부가 발표한 것처럼 이 후기청소년, 청년들의 취업과 진로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두고 내 일, 네 일이라며 떠 넘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형편에 여가부가 추가로 정책 사업을 선정할때는 그 업무가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제반 환경과 적절한 업무 인프라를 함께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일은 늘리라 하면서 처우와 환경은 살피지 않는다면 청소년상담사들의 고통을 강요하며 청년들 고통은 해소해 주라는 이상한 정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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