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최윤호 님의 ‘좌충우돌 영농’

나는 블루베리를 본격적으로 재배할 예정이다.
그걸 염두에 두고 귀농창업자금으로 논 한 단지를 구입했다. 그 논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블루베리를 식재할 것이다. 그런데 농지를 구입하기도 전에 묘목부터 집에 들여놓게 되었다. 멘토 때문이었다.

멘토는 비닐하우스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분이다. 품질이 좋아 주문량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다. 그런 분이 지근거리에 있기에 멘토 삼아 본격적으로 블루베리를 배우고 있다. 멘토는 묘목까지 판매를 하는데 묘목 또한 주문이 밀려 있다. 멘토는 묘목이 동나기 전에 나에게 공급해주려고 미처 준비도 갖추지 않았는데 보낸 것이다. 논에는 비닐하우스를 설치해야 하기에 심을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땅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집 마당에 들여놓았다. 묘목은 비닐에 포장되어 왔다. 처음 며칠은 비닐을 뜯지 않은 상태로 마당에 세워두고 물을 주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공사가 늦어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임시방편으로 화분에 묘목을 옮겨 심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주고, 거름도 양껏 주었다. 그랬더니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화분에 심어놓은 묘목에서 블루베리가 열린 것이다. 굵기도 최상급이고 당도도 높았다. 주변 분들이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여태 이런 걸 본 적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지인들과 나눠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판매에 나섰다. 블루베리를 들고 아는 집을 찾아다니며 맛을 보여주고 주문을 받아왔다. 블루베리를 맛 본 사람들이 다들 맛있다 하니 아들은 어깨가 저절로 으쓱했다고 했다. 아들이 그런 기분을 느꼈다는 것에 나 역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식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을 베풀었는데 그 사랑에 보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광주일보에서 근무했는데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나왔다. 그 후 광주에서 치킨집을 운영했다. 아내가 튀기고 나는 배달을 다녔다. 다니다 거의 말라 죽어가는 나무가 심어져 있는 화분을 종종 보았다. 죽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화분을 주워왔다. 집에서 정성껏 물을 주고 말을 건넸다. 그랬더니 기적처럼 나무들이 살아났다. 태생적으로 식물을 좋아해 지극정성을 들였는지 몰랐다.
식물이 좋아 본격적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정착지를 알아보려고 수없이 많은 발품을 팔았다. 광주 인근 지역을 구석구석 훑었다. 몇 번을 방문한 곳이 부지기수였다. 내가 다녀간 지역을 누군가가 말하면 그곳 지리가 훤히 눈에 그려질 정도였다. 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 담양에 둥지를 튼 것은 우연이었다. 집이 나왔다고 해서 별다른 기대 없이 방문했다. 그런데 외형이며, 방향, 구조가 처갓집하고 비슷했다. 아내는 친정집 같다고 좋아했다. 담양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데도 담양으로 귀농한 이유다.
귀농하여 무엇보다 신경 쓴 것은 집 주변이나 마을 공터에 꽃을 심는 것이었다. 면사무소나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꽃을 심었다. 남들은 관심도 두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신명나게 꽃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었다. 하지만 취미 생활을 위해 귀농한 것이 아니었기에 소득원을 찾아야 했다.
애초에 딸기를 재배할 생각이었다. 담양은 딸기가 특작물이라, 재배법을 배우기 좋고, 판로가 확실하고, 가격 또한 높은 편이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일정 정도의 소득은 올릴 것 같았다. 그럴 계획으로 농업기술센터에 딸기 멘토를 의뢰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루베리의 장점을 알고 바로 전환했다. 아직 화분에 묘목이 심어져 있지만 작목 선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블루베리가 주작목이라면 감자는 부작목이다. 임대한 밭에 감자를 심었는데 꽤나 작황이 좋다. 아들이 블루베리를 팔러 다녔는데, 편하게 팔고 싶지 않아 나도 감자를 들고 지인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기른 감자라고 하니, 선선히 주문했다. 모처럼 방문이라 인사 차 주문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의 반응이 나를 기쁘게 했다.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며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감자를 어떻게 길러야하는지 잘 모른다. 블루베리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도 모르고, 아직 제 자리도 찾아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과 자신감을 주었다. 녀석들하고 알게 모르게 교감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 강성오 군민기자

※귀농인 최윤호 님은 1962년생이며 수북면 개동신기길 8-10번지로 귀촌, 귀농했다.
(연락처 : 010-2614-6021)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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