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 다섯 개, 마을기운 좋은 창평면 오강리

담양뉴스는 지역사회와 더욱 가깝고 밀착된 마을뉴스, 동네뉴스, 골목뉴스 확충을 위해 '뚤레뚤레 동네한바퀴' 코너를 신설하고 군민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마을의 자랑거리와 소식, 주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소개합니다. 참여를 희망하는 마을은 우선적으로 취재, 소개해 드립니다/편집자 주

▲마을회관
▲마을회관

광주와 담양을 오가면서 항상 도로변에서 커다란 글씨로 써진 ‘더불어 농원’ ‘마키베리 묘목 분양’이란 간판을 보았다. 식물과 꽃이라면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지라 마키베리가 무엇일까 궁금했던 차에 노크를 하게 되었다. 
이 농원 주인인 채경일 대표는 “이 마을은 강이 다섯 개가 있다고 해서 ‘오강리’라고 합니다. 주몽이 나라를 세울 때부터 존재했고, 마을 기운이 좋아 한 번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어요. 또 오강리 입구가 바로 창평IC와 연결되어 교통도 사통팔달인 곳이죠.”라며 자랑을 한다. 
“마키베리를 왜 재배하게 되셨나요?” 

▲채경일 대표(마키베리 재배)
▲채경일 대표(마키베리 재배)

“마키베리는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의 7~8배 아로니아의 4~5배 들어있습니다. 안토시아닌은 몸 안에서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노화와 면역력 저하를 막고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요. 세포재생과 면역력이 뛰어나 유럽에서는 ‘젊음의 열매’라 불릴 정도입니다. 그래서 10여 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칠레에서 들여온 마키베리 씨앗을 파종했습니다.

마키베리를 등 뒤로 하고 듬직한 두 그루의 당산나무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데 어른과 아이들 한 무리가 텃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토란을 심고 딸들은 주위를 둘러싸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겨워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찰칵하고 다가가면서 “안녕하세요.” 했다. 그런데 한 남성분이 “이 모종 가져가실래요?”라고 나에게 물었다. “뭔데요?” “파프리카요.” 당신을 막내 사위라고 소개한다. “저희 처가댁 식구들은 정말 화목해서 좋아요. 자식들도 다 잘 됐고요. 마을에서 고씨 딸부자집이라고 하면 다 알아요.”라며 처가 자랑이 자동발사 되어 나오는 듯 했다. 

▲선한 인상의 옷재댁
▲선한 인상의 옷재댁

토란을 다 심고 상추를 수확해서 자식들에게 나눠주시기를 기다려 어머니 옷재댁과 얘기를 나누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올해 여덟이요.” “예순 여덟이요” “일흔 여덟~” “훨씬 젊어 보이세요.” “친정 고모님이 여기에 시집와서 살고 계시다가 나를 중매해서 스물 두살에 무정면에서 시집왔어라우. 그때 영감님은 군대 열달 복역 중이었는디 결혼해서 지 혼자 3년을 시부모님을 모셨제라우. 영감이 둘짼디 우리가 시부모님을 모셨제라우.” “시부모님은 어떠셨어요?” “시어버지는 따순 분이셨제라우. 시어머니는 차가운 분이셨제라우. 나한테 아들 못 낳는다고 구박을 하셨제라우. 항시 나한테 뭐라고 야단을 치신께 내가 입을 다물어 부렀어라우. 같이 맞장구치믄 쌈이 된께.”
“제일 힘든 일은 무엇이었어요?” “시어머니가 손주들을 안 보고 일 욕심을 부려싸신께 아그들이 즈그들끼리 큰께 내맘이 힘들었제라우. 일하다가 점심먹으로 들어오믄 젓맥이고 설겆이 하고 기저구 빨고 밭에 가면 어째 이제사 오냐고 구박을~. 딸만 낳는다고 하도 구박을 한께 낙태한다고 하믄 또 그것은 몸을 크게 상하게 할 수 있은께 안된다고 말립디다. 주위에서 낙태하다가 죽은 사람 봤그든. 근디 또 장날마다 손녀들 옷도 사다 사다주시고 함시로~.”
“어머니 표정이 밝고 좋으신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혼자 산께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시상 좋아라우.”
“다시 젊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지금 사람들 맹키로 아그들한테 자상하게 잘해줌서 키워보고 싶어라우.” 
“사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일은요?” “ 영감님이 예순 넷에 돌아가셔분께 그것이 제일 짠하제라우. 딱 살만헌디 좋은 시상 못 살고 가셔부러서~ 가심서 나한테 인자 일 그만하소~.라고 하셨는디~.” 
“아버님에 대해 뭐가 기억에 남으세요?”  “장에 갔다가 올 때 애기들 도시락 반찬거리 사오느라고 짐이 많으믄 올 때는 버스 정거장꺼정 자전거로 마중 나와서 ‘가붑게 와야지 멋을 그르케 무겁게 들고 오냐’고 하셨어라우.” 
“자식들 잘 되신 비결 있으세요?” 논밭 농사랑 남 일이랑 열심히 했제.  아그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안했는디도 즈그들이 알아서 했어라우.“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자식들 주시려고 수확하신 상추를 한 아름 챙겨주셨다. 마을을 돌아보니 예쁘게 단장한 집들이 많았다. 마을을 돌면서 ‘안복자 한과’, 매달 재소자들 대상으로 봉사하시는 발효음식의 대가 정보스님의 ‘산들바다 사찰음식’, 그리고 ‘김복녀 약과’ 등 유명세가 있는 상표들의 집도 눈에 들어왔다. 역시 이 마을은 기운이 좋은가 보다. / 양홍숙 군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오강리 가는길
▲오강리 가는길
▲왁자지껄 아낙네들의 소리가 들릴것 같은 우물
▲왁자지껄 아낙네들의 소리가 들릴것 같은 우물
▲성주현씨 충정각
▲성주현씨 충정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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