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유동완 기자]

▲ 2018시즌 롤렉스 신인상을 받은 후 소감을 밝히는 고진영 [사진제공 Gabe Roux]
▲ 2018시즌 롤렉스 신인상을 받은 후 소감을 밝히는 고진영 [사진제공 Gabe Roux]

“할아버지는 내게 '진영'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고, 나는 할아버지의 첫 손녀로 처음부터 할아버지와 나는 특별했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이 자신의 가장 큰 팬이었던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며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홈페이지에 지난 추억을 공개했다.

고진영은 “어릴 때 기억 속 할아버지는 마루에서 함께 놀아 주시고, 안아 주시고, 또 나를 웃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알츠하이머병과 맞서 싸우신 할아버지가 기억을 잃어가면서 병마와 맞서 싸우셨지만, 용기와 위엄을 보이신 모습에 오히려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고진영은 KLPGA 루키 시즌인 2014년, “슬프지만 할아버지는 함께 있을 때에도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지만 내가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일은, 내가 TV에 나타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나를 기억하셨다는 것이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018년 4월, 롯데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 오아후에 있던 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된 고진영은 아직 그 소식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갔다.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뵙고 미국으로 돌아온 고진영은 마지막 순간까지 내 가장 큰 팬이었던,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젊은 시절 권투를 하신 아버지와 취미로 골프를 시작한 어머니를 보며 자란 고진영은 부모님이 자신을 억지로 골프장이나 연습장으로 데려가진 않으셨지만,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초등학생 무렵 고진영은 자신의 아빠와 우연히 US여자오픈에서 박세리프로의 우승 장면을 재방송으로 본 적이 있었다며, 그때 "나도 골프를 해보고 싶어요"라고 말한 것을 회고했고, 그렇게 고진영은 아빠와 같은 날에 골프클럽을 처음으로 휘두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아빠는 골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팁은 못 주셨지만, 운동선수 출신으로서 내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경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셨다.”고 얘기했다.

이후 2017년, 당시 고진영은 인천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진출해 두 시즌을 소화했고, 좋은 활약을 보여줄 만큼 운도 좋았다.

2018년 신인상을 받은 후, 이듬해에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3승을 거뒀고 올해의 선수상과 롤렉스 아니카 메이저 어워드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고진영은 “내게 있어 이제 LPGA투어는 제2의 고향이 됐다. 선수, 캐디, 관계자와 스태프들이 서로 얼마나 가깝고 힘이 되어주는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친구 이상이며, 마치 한 가족 같다.”고 전했다.

처음 프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고진영은 10년 정도를 뛰고 스물여덟에 은퇴해 가정을 꾸리겠다고 계획했다. 오는 7월에 나는 스물다섯이 된다. 하지만 고진영은 골프를 떠나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다.

고진영은 “모든 팬들이 스코어보드의 숫자나 진열장의 트로피보다 ‘인간 고진영'을 더 많이 봐주길 바란다.”며 “누군가의 친구이자 딸이며 손녀 그리고 골퍼로 봐준다면 내 인생과 선수로서의 삶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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