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단 화환을 대체할 신상품 등 개발 ‘정품 인증 실명제 사업’
“관공서에서 화분 돌려보내지 마시고 제발 받아주세요.”

코로나19 확진자가 3월 29일 현재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여파로 4·15 총선도 최악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사업장 문을 닫아야 할 지경까지 왔다. 2월과 3월 대목인 화원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모두 울상이다.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이영록 이사장을 만나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설립 동기와 운영의 여러 가지 애로사항을 들어봤다.

한국화원협동조합 연합회 이영록 이사장

이사장을 6년간 역임하면서 각 지역 협동조합을 모아 2017년 2월 연합회를 설립했다.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는 이영록 회장(55세)이 속해 있는 과 대구, 광주, 제주 등 500여 매장이 회원이다. 이 중 꽃누리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가맹점이 250여 개 있다. 주 사업은 정품 인증 실명제 사업이다. 대다수 화환들이 재사용된 꽃들로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새 꽃인 듯 판매되다 보니 화훼농가도, 꽃집 사업자들도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혼탁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활동이다.

연합회는 그동안 새 꽃으로 화원을 만들어 판매하는 조합원명을 표기한 ‘실명제 화환’ 확산 운동과 함께 기존 3단 화환을 대체할 신상품 등을 개발했다. 또, 공동 마케팅과 공동 브랜드로 꽃집 사업자와 화훼농가, 소비자 간 상생의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다.

정부의 협동조합 지원 사업이 연합회의 성장에 힘이 됐다. 설립 후 중기부의 소상공인 협업 활성화사업에 선정돼 1억 3000만 원을 지원받아 실명제 화환을 제작 배송할 수 있는 설비와 인트라넷을 통한 주문 전산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새 꽃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와 1톤 배송 차량, 홈페이지, 쇼핑몰 등 실명제 화환을 제작하고 배송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2018년에는 정부의 체인형 협동조합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어 신상품 개발과 함께 TV, 지하철 광고 등 마케팅에 사용해, 소비자 인식 개선과 가맹점들의 자부심 고취 효과를 얻었다.

특히, 이들이 개발한 신상품으로 나눔형 화환이 있다. 화분을 20여 개 꽂아 만든 화환 속 화분을 행사가 끝나면 참가자들이 하나씩 가져가서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 화환을 재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또, 꽃을 받치는 구조물인 화환대도 재활용할 수 있도록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었으며, 화환에 테이크아웃 컵이나 미니 꽃다발, 미니 꽃바구니 등을 꽂은 화환도 있다.

 

설립 후 3년간 왕성한 활동을 벌여왔지만 조합원 인식 개선이 아직도 어려운 과제다. 새 꽃을 사용한 화환을 만들어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고 상생의 구도를 만들어야 하지만, 대다수 화환이 재사용 꽃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꽃집 사업자 개인의 양심만으로 이를 지키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는 흔히 생각하는 프랜차이즈와는 성격이 다르다. 본사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각자의 독립적 사업 영역을 인정하는 프랜차이즈이다. 동네 슈퍼마켓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나들가게와 같이, 매입과 판매는 각자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일정한 영역에서만 협력하는 모델로 운영된다.

 

지난해 연합회는 출자금이나 주문량 등 조합 이용 실적에 따라 조합원에게 이익을 배당했다. 이사회도 두 달에 한 번씩 개최해 조합원들의 소통과 단합을 강화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위한 교육 사업도 진행한다. 식물관리 요령과 색채학, 실습 등 화원 경영에 필요한 교육뿐만 아니라 시기와 트렌드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도 1년에 4회, 무료로 진행한다.

현재 연합회는 주 사업인 정품화환 인증제와 실명제를 입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화훼산업진흥법에 화환재사용 표기 의무화 조항을 넣어 화환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화환이 보통 주문자와 소비자가 다른 구조이기에 재사용표기 의무화가 필요하고, 그렇게 된다면 정품 인증 실명제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이기 때문이다.

재사용표기 의무화로 정품 인증 실명제가 확산되면 이를 이끌어낸 연합회로서의 자긍심과 홍보효과는 있겠지만, 그 자체가 조합원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우선, 꽃을 재사용하지 않고 새 꽃으로 제작하는 나눔형화환 신상품 개발과 함께 아직 미흡한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키워갈 계획이다. 또, 상품의 표준화, 예를 들면 특정 화환에 장미꽃이 몇 송이 들어가는지 명시하는 등 상품을 표준화하여 소비자들이 전국 어디에서든 연합회의 상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꽃집 프랜차이즈로서의 완결성을 높여갈 예정이다.

더불어 홍보 마케팅을 강화해 전국 56개 화원협동조합을 회원으로 가진 대규모 협동조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예 치료 봉사

또 김영란법이 생기면서 화원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다. 관공서에 축하화분이 배달되면 돌려보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화훼상품은 예외로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왔지만 특수 품목만 예외로 하는 것은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금액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긴 했지만, 금액을 떠나 화분이 배달돼 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꽃 매출이 대폭 줄었다. 게다가, 꽃집은 대부분 퀵서비스를 불러 배달을 시키는데, 수취를 거절하면 반송을 위한 요금까지 꽃집이 부담하게 돼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청탁 때문에 생긴 법인데, 청탁과는 거리가 먼 꽃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너무 민감한 반응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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