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잉태한 '용오름 치유 여행자마을'

▲마을지도
▲마을지도

담양읍에서 10킬로 떨어진 월산면 용흥리는 지난겨울 지인들과 들려봐서 알게 된 마을이다. 그날은 일정상 마을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높은 산들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마치 그 안에 이야기보따리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봄 기운이 무르익어가는 4월 초입 어느날 기자가 다시찾은 용흥리는 마을 초입에 많은 목련이 꽃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었고,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니 왼쪽으로 한 식당의 정원에 수십 년 수령이 된 만개한 수양 벚꽃 군락이 아주 멋스러웠다. 마을 중앙에 이르자 저수지와 병풍산이 마치 호위무사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병풍산의 옛 이름은 용구산(龍龜山)이다. 용과 거북처럼 무병장수하라는 의미여서 영조임금이 장수했을까? 이 마을은 1580년경 형성되었고 옛 이름은 가곡마을이다. 산세가 가팔라서 농토가 적고 살기가 팍팍해서 6~70년대는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봉제공장에 가서 돈을 벌어야 했다. 80년대까지도 부천의 신 공업단지에 가서 일을 했다고한다.
이곳이 용흥리가 된 것에는 1670년(현종11년) 창평현에서 태어나 3세에 무관 출신 아버지를 여의고, 4세에 어머니를 여의어 고아가 된 숙빈최씨와 연관이 있다. 2010년 MBC에서 배우 한효주(동이역)씨와 지진희(숙종역)씨가 열연해서 전국 시청률 25%를 기록한 인기드라마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숙빈최씨가 이 마을 몽성암에서 100일 기도로 연잉대군(영조)이 태어났다. 몽성암은 왕을 잉태한 곳이라 하여 용흥사(龍興사)로 개명되었으며 가곡마을도 용흥사 옆에 있는 마을이라서 용흥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숙빈최씨는 성품이 부드러웠으며 다른 후궁들에게도 항상 겸손한 태도를 취했고, 자신을 모시는 궁녀들에게 다정하게 대했다. 그녀는 이런 연유에서 인지 숙종보다 2년 먼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랑을 받았다.

지난겨울 만나 알게 된 김형준 마을자치위원장님은 담양읍에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04년 어머니 건강문제로 귀촌해서 10년간 이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마을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마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마을은 오래전부터 용흥사 계곡의 유명세가 있어 여름철이면 담양읍 사람들은 물론 인근 광주사람들이 더위를 피하고자 자주 찾는 곳이었다. 
그러나 사회발전에 따라 정작 점점 늘어가는 빈집과 줄어가는 주민들로 인해 마을 존립까지 위협하게 되자 김형준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농촌마을 활성화사업이 시작되었고 지난 2013년 ‘에코힐링센터’를 완공했다. 마을자치회도 만들어 마을자치규약까지 제정했다. 2010년 농축산부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에 공모, 마을 브랜드화를 위해 용흥리를 한글로 풀어서 ‘용오름 에코힐링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전 미꾸라지 양식장이 있었던 자리에는 ‘자연학습장’을 만들었다. 그리 멀지않아 입소문을 통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사람들이 농촌체험을 위해 용오름마을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 마을은 친환경 염료와 인체에 무해한 의료용 에탄·알콜을 보존료로 사용해서 만든 압화와 말린 꽃 생산을 담당하는 ‘용오름 화훼관광영농조합’이 있다. 여기에 유통과 경영을 담당하는 ‘농업회사법인 용오름’ 이렇게 두 개의 농업회사로 사업을 진행해가고 있다.
연간 15,000명 정도 방문객이 펜션에서 숙박하거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현재 용오름마을은 교과연계체험 프로그램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2007년 마을에 180만원의 여유자금 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매년 마을의 농업회사법인에서 수익금의 일부를 마을 새마을회에 적립한 결과 수천만원의 예비금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마을 대표들의 마음 내려놓기가 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수익 발생분을 어떻게 나누는가의 여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큰 역할을 했다.  2014년부터는 수익금으로 매년 평균 18명의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8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는 장수축하금과 사망시 장례비도 지급해드린다. 초봄에는 농사 준비 자금으로 세대당 300 만원까지 무담보로 1년간 대출해주는데, 신용불량자도 가능하다.

매년 4월 둘째주 일요일에는 출향 자녀들과 함께 여행도 간다. 3세가 오면 별도의 용돈도 준다. 또 년 2회 해수찜도 간다. 설에는 마을주민들에게 세대별로 김 한 톳, 추석에는 계란 한판을 선물한다. 마을주민들이 학습장 풀메기를 하면 용돈도 드린다. 이렇게 끈끈하게 연결되어있어 출향자녀들이 고향에 오면 이장이나 위원장에게 인사하러 오기도 한다. 이런 연유로 선진지 견학으로 오는 방문객이 많이 있다.

올해 하반기 계획은 맥반석 지형으로 물이 깨끗한 장점을 살려 건강·치유 마을로 만들 계획이다. 이 사업명은 ‘치유의 숲 감성마실 형성사업’이다. 이곳에 이미 있는 12만 평 편백숲·용흥사계곡·온실 120평·도시민들 대상 주말농장 임대예정인 2000평의 부지 등을 잘 활용하면 멋진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 관광보다는 편안하게 와서 쉬면서 4.5km 저수지 트레킹도 하고, 편백숲도 산책하고, 책도 빌려보고, 나물도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여행자의 마을 말이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평생 고된 노동을 하신 어르신들의 노후가 좀 편안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마을로 이주하고 싶어졌다./ 양홍숙 군민기자

▲자연학교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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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학교원경
▲자연학교원경
▲용오름마을 체험
▲용오름마을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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