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를 고려한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대책이 나와야

  야생 멧돼지가 도심에 등장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주택에 난입하는 등 큰 피해를 입혔다는 뉴스 기사는 이제 우리에게 별 다른 놀라움을 주지 못할 만큼 흔한 기사 거리가 되었다. 당장 지난 주말만 살펴보더라도 야생 멧돼지가 출현하여 시민들을 위협하는 일이 대구와 울산에서 각각 일어났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우 보기 드문 일이었던 멧돼지의 출몰은 2009년에 31차례를 기록하면서 조금 늘어나는가 싶더니 급기야 2010년에는 79차례를 기록했다. 이와 같은 멧돼지의 출현 빈도의 증가는 멧돼지의 등장이 이제는 간과할 수 없는 사회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고 있다.

  야생 멧돼지의 등장을 계속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하기에는 그에 따르는 우리 사회의 피해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야생 멧돼지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공격적인 습성은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멧돼지의 등장에 따른 재산적 피해역시 늘어 가고 있다. 실재로 멧돼지의 출몰에 의한 피해는 2000년 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멧돼지가 농촌 마을에 등장하여 밭의 작물을 파헤치거나 짓밟는 식의 농작물 피해가 주를 이루던 것이 최근 들어 멧돼지가 도심 한 복판에 나타나 민가를 습격하거나 편의점, 주유소 등에 등장하여 사람을 해하고 재산을 파괴하는 한편 철도나 고속도로 등에 등장하여 교통사고를 유발시키는 등 그 피해가 다양해지고 심각해져가고 있다.
 
  멧돼지의 등장으로 인해서 유발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현재 그 피해가 특히 심각한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금까지 멧돼지의 피해가 유독 컸던 충정도와 전라도는 기동포획단을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 내의 야산에 포획틀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여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간 폐현수막이나 폐타이어 등으로 농경지를 둘러싸거나 경광등을 켜놓는 등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농민들의 대응도 올무를 설치하거나 독약을 묻힌 먹이를 준비하는 등의 적극적인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러나 관과 민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이와 같은 대응책은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멧돼지 퇴치를 위한 여러 가지 대응책들이 운영되고 적지 않은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멧돼지의 출현은 오히려 보란 듯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지리산에 방사되었던 반달가슴곰의 26%가 관과 민에 의해서 설치되었던 포획틀과 독약이 묻은 먹이에 의해 폐사했다. 그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멧돼지의 포획은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림과 동시에 훗날 오히려 한국산 멧돼지의 보존을 걱정해야하는 시기를 도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아메리카 대륙에 서식하던 물소 떼들을 철도를 파괴시킨 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포획을 실시하였으나 이는 곧 인디언들의 삶을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오늘 날에는 오히려 물소를 보존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미국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서도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생태계의 보전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문제는 멧돼지의 먹이와 관련된 문제가 될 것이다. 멧돼지가 최근 자주 도심에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먹이의 부족이다. 멧돼지가 도토리 등의 열매나 밭작물 등을 주식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서 정부 차원에서 야산에 유실수를 심고 먹이로 삼을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다량 살포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등산객들에 의한 산열매 채집을 제한하는 방식이 가미된다면 이와 같은 대책은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줄이면서도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골프장, 스키장 등 삼림을 훼손시키는 정도가 큰 시설들의 건립을 현재보다 더욱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실재로 요즘 곳곳에서 흔히 돈이 되는 시설인 스키장과 골프장이 무분별하게 교외 야산에 건설되고 있다. 이와 같은 시설들의 건설은 멧돼지들의 서식지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건설 소음으로 인해 야기되는 스트레스로 인해 멧돼지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일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지금보다도 더욱 엄격하고 까다로운 심사를 통해 골프장이나 스키장을 건립을 제한한다면 멧돼지의 출현 빈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위에서 제시된 방법들 같은 근본 대책들은 직접적인 포획과는 달리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작업이라 할지라도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꾸준히 추진되어야 될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효과가 지속적으로 효과가 드러나는 시기에 이르기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제일 피해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농가에 멧돼지의 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펜스 등의 설치에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시민 개개인에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의 행동강령을 숙지시킴으로서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에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얼마 전 필자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강릉시 남대천 하구에서 포착된 희귀종 한국산 삵 사진을 보다가 그 생김새가 고양이와 닮아 있으면서도 신비로울 뿐만 아니라 네티즌의 관심을 크게 모으고 있던 차라 흥미로운 마음에 필자의 조모께 보여드렸더니 삵이 흔히 볼 수 없는 동물이냐고 반문하셨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미래에 태어날 우리의 아이들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한 그들이 한국산 멧돼지 에 생소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재 눈앞에 보이는 작은 피해들을 해결하는데 급급하여 임시방편을 통해 해결하려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통하여 우리의 삶과 생태계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가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보며 짧은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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