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사기사건 쌓이는 의문

동업자 끼고 성남·가평 등 부동산 투자
장모 명의 등 300억대 허위잔고 활용
“동업자 시켜서 한 일” 법적 책임 모면
검찰, 동업자만 사기혐의 기소·실형

“검찰, 사문서위조 알고도 수사 안해 ”
경영권 분쟁 진정에 사건 다시 불거져
당시 검찰 처분·늑장수사 싸고 논란 확산
윤 총장 수사개입 여부는 확인 안돼

이기사는 최우리기자의 보도입니다. 국민의 알권리를 갖고 있는 한국시민이 알아야 할 초대형 의혹을 알립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74)씨가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사실을 인정하고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최씨는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 발생 6년 만인 지난해 10월 사문서 위조 사건을 배당받은 의정부지검은 최근 언론 보도로 논란이 커진 뒤에야 피해자와 최씨의 동업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 ‘349억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은? 18일 최씨가 동업자 안아무개(60)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1~3심 판결문을 보면, 2013년 최씨는 안씨의 제안으로 부동산에 공동투자하기로 하고 경기 성남의 도촌동 땅(55만㎡)과 경기 가평 요양병원, 경기 파주의 건물과 필지 등에 대한 투자에 나섰다. 안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지인이 있다”며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면서 부동산 전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고 최씨는 돈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딸 김건희씨의 회사 감사였던 지인 김아무개씨를 시켜 만든 신안저축은행 허위 잔고증명서 4장이 활용됐다. 금액으로는 349억원에 이르고, 3장은 예금주가 최씨로 돼 있었다. 허위 잔고증명서는 도촌동 땅의 잔금 일자를 늦추는 용도와 돈을 빌려줄 사람을 모집할 용도 등으로 활용됐다. 돈을 빌려 준 임아무개씨는 “최씨가 발행한 잔고증명서와 당좌수표를 믿고 안씨를 통해 16억여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 허위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최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여금반환청구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최씨는 도촌동 땅을 인수했지만, 안씨가 계약금 등을 가로챘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안씨를 구속기소했고, 대법원은 2017년 10월 안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했다.

최씨는 안씨와 동업관계가 아니었고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 혐의가 드러났다. 안씨의 2016년 12월 2심 재판 증인신문 녹취록을 보면, 안씨의 변호인은 증인으로 나온 최씨에게 ‘잔고증명서 300억짜리 4장을 허위로 쓰면 처벌받는 것 알았습니까?’라고 물었고, 최씨는 “예”라고 답했다. 앞서 같은 해 4월 열린 1심 재판 중에도 안씨 변호인이 잔고증명서를 가리켜 ‘이것은 다 허위이지요?’라고 묻자 최씨는 “예”라고 답했다.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김씨도 안씨 2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도 내키지 않았지만 최씨 부탁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최씨는 안씨가 먼저 잔고증명을 요구했고 자신이 “가짜면 큰일 나잖아”라고 안씨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씨가 시켜서 한 일’이라는 것이다. 반면, 안씨는 2015년 6월 금융감독원에 잔고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한 것을 근거로, 자신은 애초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당시 안씨 사건의 기소와 공판을 맡은 검사는 최씨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안씨만 사기 혐의로 기소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검찰의 판단의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검찰청은 18일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고,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일일이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의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제기한 노덕봉씨가 18일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의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제기한 노덕봉씨가 18일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의정부/연합뉴스

■ 검찰 처분 정당했나 이 사건은 추모공원 시행사 경영권을 놓고 최씨 쪽과 분쟁 중인 노덕봉씨가 지난해 9월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를 검찰이 알고도 수사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검은 지난해 10월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 정효삼)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의정부지검은 5개월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다가 최근 <문화방송>(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보도 뒤 논란이 확산되자 안씨와 다른 피해자 등을 소환하고 있다. 검찰은 최씨에게 1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최씨는 검찰청에 나타나지 않았다.

법조계 의견은 나뉜다. 한 변호사는 “고소 당사자라 해도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기소유예 정도는 해야 했다”며 “그렇게 하지 않은 속사정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기소유예는 범죄 사실이 있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고소인의 범죄 사안이 크다면 기소유예 등을 할 수 있지만, 꼭 (기소유예를) 해야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피해를 봐도 처벌이 무서워 고소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 윤 총장 관여 여부가 관건 문제는 윤 총장이 장모의 고소나 안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여했는지 여부다. 수사 및 재판이 이뤄지던 2014~16년은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해 대구고검과 대전고검으로 좌천을 당했던 때다. 최씨가 ‘검사 사위’의 존재를 과시했다는 말들이 있지만, 아직 윤 총장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인사청문회와 언론 보도를 통해 논란이 일 때마다 “장모 관련 일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최근 의정부지검의 ‘늑장 수사’ 논란에 대해서도 대검은 “장모 관련 수사는 보고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논란을 빚는 지점은 또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한 윤 총장이 본인 친인척과 관련한 사건에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가장 앞서 작성된 잔고증명서 작성일인 2013년 4월1일을 기준으로 할 때 오는 31일로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조사 없이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최씨와 2000년대 초반부터 소송전을 벌여 온 정대택씨의 고소·고발 사건을 형사1부(부장 정진웅)에 배당했다. 정씨는 최씨를 소송사기·무고·사문서위조죄 등으로, 윤 총장 부인 김씨를 소송사기·유가증권 위조죄 등으로 고소·고발했고, 윤 총장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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