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철부어(涸轍鮒魚) 
 
당신은 물고기고 소 수레바퀴 자국 안에 갇힌 물고기다.  
 
민중은 항상 ‘을(乙)’이다.  
 
을이 만든 민주주의가 ‘을’을 배신하는 세상사, ‘국민’으로 뭉뚱그려진 이름 뒤에 차별 은폐, 사회적 약자는 계속 약자로 머물게 하는 사회로 고착화하고 있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오는 상유이말(相濡以沫)과 더불어 유명한 말이다. 
 
장주(莊周·장자 본명)는 집이 가난했다.  
 
먹거리를 빌리고자 위(魏)나라 문후(文侯)를 찾았다. 
 
 위 문후는 “좋소. 봉토에서 수확이 들어온 뒤 300금을 빌려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화가 난 장주는 낯빛이 변하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어제 길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니 물기가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車轍) 안에 붕어(鮒魚) 한 마리가 있었다.  
 
내가 “붕어로구나. 그대는 어찌 이런 처지가 되었소”라고 물었다. 붕어는 “나는 동해 물결에서 튕겨 나온 용왕의 신하다. 그대는 한 됫박의 물이라도 있다면 나를 살려 주오”라고 부탁했다. 이에 나는 “좋소. 내가 남쪽 오(吳)나라·월(越)나라 왕에게 가던 참이니 서강(西江)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그 물줄기로 그대를 맞으면 괜찮겠소”라고 말했다.  
 
 
화가 난 붕어가 낯빛이 변하며 말했다. 
 
 “나는 늘 함께하던 물을 잃어 거처가 없는 처지요. 지금 한 됫박의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소. 자네가 이렇게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판대에서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이오.” 
 
『장자(莊子)』 외물(外物)편에 나오는 우화다.  
 
한자 마를 학(涸)을 붙여 물기 마른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와 같이 위급한 상황을 일컫는 성어 학철부어(涸轍鮒魚)가 여기서 나왔다.  
 
대종사(大宗師)에는 “샘이 마르니 물고기가 서로 습기를 뿜어 서로 거품으로 적셔주니, 강과 호수에서 서로를 잊고 사느니만 못하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 不如相忘於江湖)”라고 했다. 인정이 부족해도 강호의 풍요가 낫다는 뜻이다. 
 
 
침으로 서로 적셔준다는 뜻이다. “샘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바닥이 드러난 곳에 처하게 되니 거품을 불어 서로 적셔주었다.”[泉涸 魚相與處於陸 相呴以濕 相濡以沫(천학 어상여처어륙 상구이습 상유이말)]  
 
다 같이 곤경에 처하자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이말상유(以沫相濡)라고도 한다. 
 
2014년 7월 방한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대에 왔을 때 “역사적으로 양국 국민은 어려울 때마다 서로 도왔다”며 인용한 문자가 상유이말(相濡以沫)이다. 
 
 2015년 7월 중국 지안(集安)에서 한국 공무원 연수단 버스추락 사고가 났을 때도 중국 정부가 이 말을 인용하며 도왔다고 한다.  
 
진심으로 도운 것인지 악어의 눈물인지 모를 일이다.  
 
말라버린 물가에서 물고기들이 헐떡거리며 서로 습기를 뿜어내 물기를 토해 맞은편에 있는 물고기를 구하려고 애쓰는 모습에 대해 장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가상하고 감동적이지만 강물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서로 모르는 척하며 사는 것에 비할 바인가.” 
 
물고기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물기라도 토해내며 물을 갈구하는 것은 물이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 강렬하게 갈구하는 것은 심하게 결핍돼 있거나 현실엔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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