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커피라 불리는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 ‘노래하듯 연주하라’는 뜻을 품은 커피 전문점 김문선 대표가 추천한 11월의 스페셜 커피다. 숯불에 볶은 원두로 커피로 맛의 극점을 찍는 핸드드립 커피, 그리고 LP가 공존하는 이곳은 커피전문점 칸타빌레다.

‘2006 파나마 최고의 커피(Best Of Panama 2006)’에서 이 커피를 맛본 미국 모 커피 제조업체 관계자는 ‘컵 안에서 신 얼굴을 보았다’고 표현했다. 혹자는 ‘커피에서 마치 한줄기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고 극찬한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이후 ‘신의 커피’라 불리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파나마 에스메랄다 게이샤는 이곳, 칸타빌레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칸타빌레가 문을 연 것은 6년 전이다. 서로를 카페 주인장이라고 지칭하는 이정분 씨와 김문선 대표. 그들은 숯불로 원두를 볶는다.

“커피는 평균 23℃에서 자랍니다. 성장에 이상적인 온도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커피는 땅의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우린 이 기운을 추출해 마시는 거죠. 그래서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방식으로 로스팅하는 것이 커피의 맛과 향을 최적화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인 숯으로 원두를 볶습니다.”

숯은 로스팅에 이상적인 재료라는 것은 의외로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나 화력 조절이 까다롭고 뒤처리도 번거로워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커피 맛과 향을 위해 김 대표는 숯을 포기하지 않고 다방면으로 기술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숯불로 화력을 조절하는 특허까지 등록했다.

은은한 숯불에 로스팅하고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는 맑고 향기롭다. 긴 숙성 시간을 거쳤으나 어린잎의 향을 간직한 명차처럼 커피 특유의 맑은 명도와 길고 은은한 향을 품었다.

여기에 운치를 더하는 음악, 칸타빌레엔 김 대표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모은 LP판이 선물처럼 손님을 반긴다.

“많진 않아요. LP는 6000장 정도, CD는 3000장 가량 있어요. 주로 클래식과 재즈, 성악에요. 송창식부터 수집했던 기억이 나네요. 카페 내 스피커는 1950년대 생산된 제품이고, 커피와 시너지를 이루기 위한 소품이지 음악 감상실처럼 음악을 주로 하기 위한 음반은 아니라 많지 않아요. 다행히 손님들이 좋아해서 신청하는 음악도 종종 틀어드립니다.”

LP의 존재도 모르는 세대와 공존하는 디지털 시대. 6천여 장의 LP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님에도 김 대표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커피 감상을 위한 고급스런 디스플레이라 해도 이런 고급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칸타빌레를 방문했던 이들의 후기엔 커피맛과 더불어 LP 음악에 대한 인상 깊은 감상이 함께한다. 귓전을 때리는 빠른 비트 음악과 긴 이름만큼 자극적인 커피 맛이 점령한 요즘, 칸타빌레에서 얻은 커피의 진가와 휴식은 조금 남다르다.

사람도 아날로그 시스템이라는 김 대표의 설명엔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에 대한 아쉬움과 지키고자 하는 열정이 숯불처럼 살아있다. 그럼에도 카페 홍보와 마케팅엔 적극적이지 않는 우문을 던지자 ‘찾아가는 게 아니라 찾아오도록 만드는 게 우리 일’이란 현답이 넘어온다.

“거대한 나무는 움직이지 않죠. 그리고 큰 나무 아래엔 사람이 찾아듭니다. 선전을 많이 하고 말을 많이 해서 오는 것은 아니에요. 쉬다 갈 큰 나무를 키우는 일, 그게 우리가 조용히 할 일이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일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커피가 품은 기운을 잔으로 옮기는 김 대표, 어느 멋진 가을날 보문산 산책로에서 만난 커피 향이 참으로 오래도록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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