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이벤트용역은 ‘국가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법률’에 의거하여 일정 금액이상의 되는 경우 공개경쟁을 통해 이벤트대행사를 선정하게 된다. 공개경쟁에 참여하는 이벤트대행사의 경우에는 주최기관이 정한 자격조건이 부여되며 기획서를 제출하게 된다.

기획서라고 하는 것은 해당 이벤트의 기획의 전반적인 부분을 나열하여 기획, 운영, 연출에 필요한 갖가지 내용을 정리하는 이벤트대행사의 핵심 노하우에 해당하는 컨텐츠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벤트대행사는 기획서를 작성하기 위해 서너 명의 기획자와 디자이너 등을 투입하여 타사와 차별화된 내용으로 구성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기획서의 내용이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획자가 2명 투여된다고 치자. 이에 대한 인건비와 회사의 일반관리비가 들어갈 것이고 디자인의 경우 3D를 이용하여 보다 입체적인 내용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때에 따라서는 영상까지 제작하기에 상당의 비용이 투자된다. 즉 무형의 서비스에 해당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이벤트대행사의 업무이니 당연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주최측에서 참여조건에 있어 기획서의 분량이다. 통상적으로 100페이지에서 200페이지, 때에 따라서는 분량제한이 없는 곳도 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해보자. 보통 컬러출력 1페이지에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700원에서 800원 선이다. 100페이지라고 하면 권당 7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이 10권 정도하니 이 비용만 70만 원 이상 소요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제출하는 기획서의 경우 심사당일에 심사위원에게 배포하다보니 심사위원의 경우에는 이를 읽어볼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벤트가 무형성의 특성이 있어 당연히 뭔가의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으나 결국은 무용지물, 쓸데없는 낭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행사이다 보니 위의 금액으로 가능하지만 체전(전국체전, 도민체전 등)의 경우에는 출력비만 2,400만 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제출한 기획서는 심사당일에만 필요한 것이다. 이후에는 아무 쓸데없는 재활용 종이로 버려진다. 중소기업이나 영세기업에서 어렵게 작성한 기획서가 수백만 원 이상을 쓰고도 그저 버려지는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아주 낭비중의 낭비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나 지자체 계약부서에서 행사용역 입찰공고문을 작성할 때 그저 이전의 것을 그대로 쓰기 때문이다. 계약부서의 공고문 하나로 연간 수십 억 이상의 비용이 없어지는 것이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 영세기업의 피 같은 돈이 종이 값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사기업의 경우에는 제출물을 수 페이지 이내로 한정한다든지 PDF파일로 만들어 USB로 제출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자는 발상이다. 일부 국가단체에서도 간혹은 제출물을 줄여서 공고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반드시 장려할 사항이다. 계약부서의 계약담당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고 이에 따른 실행이 필요하다. 입찰공고문만 수정하면 아주 간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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