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에 육중한 기둥들이 박혀있고 기다란 쇠줄이 일등바위와 이등바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저 기둥들과 쇠줄이 없던 유달산의 얼굴을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유달산에 육중한 기둥들이 박혀있고 기다란 쇠줄이 일등바위와 이등바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저 기둥들과 쇠줄이 없던 유달산의 얼굴을 이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눈을 비비고 마주하는 첫 얼굴은 유달산이었다. 그 허리를 돌며 깊은 숨을 들이마시곤 했었다. 많다는 의미의 일천 번, 유달산에 오른 건 천 번이었다. 고작 일천 번...

국내 최장의 케이블카가 개통됐다며 연일 언론이 떠들썩하다. 유달산을 꿰뚫고 바다를 건너 섬으로 연결되는 3.23km의 거미줄을 올려다보았다. 그 줄에 매달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재미는 무엇일까? 땅에 붙어사는 존재라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흠모하는 인간의 욕구 충족은 아닐까?

어려서 듣던 목포의 일본인들이 전쟁에 패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며 했다는 말, “저 유달산을 삽으로 떠서 들고 갈 수만 있다면...”  집 정원에 자연을 오밀조밀 꾸며 놓길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장대한 산맥과 동떨어져 불쑥 솟아있는 유달산은 정원 속 아기자기한 바위산처럼 보였을게다. 일본인들의 미적 감각과 별개로 유달산은 그 자체로 독특한 산이다. 산맥과 손을 잡지 않고 도시 한 가운데 서 있는 산은 세계 속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산은 주로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상을 상상하게 한다. 정상에 오르면 도시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으며 도시 어느 곳에서든 그 중심을 잡고 서 있는 유달산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유달산의 얼굴에 육중한 콘크리트 기둥들이 박히고 기다란 쇠줄이 감겼다. 산은 거미줄을 기어오르는 깡통들에 얼굴이 가려지게 되었다. 천 번 오를 산은 한두 번 케이블카로 올라가면 충분한 그저 그런 유원지로 변질되었다.

겨우 228미터 높이의 유달산 뒤편에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라도 되는 듯 155미터 메인타워가 불을 밝히고 있다. 이제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은 유달산이 아닌 이 메인타워 불빛을 보고 배의 키를 돌릴 것이다.
겨우 228미터 높이의 유달산 뒤편에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라도 되는 듯 155미터 메인타워가 불을 밝히고 있다. 이제 목포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은 유달산이 아닌 이 메인타워 불빛을 보고 배의 키를 돌릴 것이다.

사람들의 환호와 즐거운 비명이 이어지고 목포시는 관광 특수로 넉넉한 재정에 웃음을 머금을 수 있다. 이제 그러기라도 바라야 할지 모른다. 저 기둥을 뽑고 저 쇠줄을 잘라내자는 과격한 주장은 한동안 누구의 동의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유달산은 인간의 탐욕이 부끄러워질 때까지 지울 수 없는 문신과도 같은 환부를 안고 살아야 한다. 그 사실에 미칠 듯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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