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케이블카와 ‘제2의 최순실’ 국민이 이해 할 수 없는 정치 논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차관과 말을 맞춘 듯”

설악산 종합관광 구상도 “국립공원에 승마체험장” 논란

오색케이블카와 ‘제2의 최순실’ 국민이 이해 할 수 없는 정치 논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차관과 말을 맞춘 듯” 설악산 종합관광 구상도 “국립공원에 승마체험장”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글은 [녹색세상]오색케이블카와 ‘제2의 최순실’이라는 제목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오피니언 글이다. 의혹과 논란이 지속되어도 관게자들은 함구 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늘 그래 왔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홍석환 부산대 교수

[본문]2015년 7월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지속성장 방안 마련 세미나’에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해 박주선, 염동열, 황영철 등이 참석했다. 여야 가릴 것이 없었다. 이때 전경련이 제시한 ‘설악산 종합관광 구상도’에는 오색케이블카를 중심으로 설악의 심장인 대청봉 주변에 호텔과 레스토랑 조성안을 담았는데, 설악산을 동네 뒷산보다 못한 흉물로 만들기에 충분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유독 눈이 간 것은 모두가 분개한 대청봉의 대규모 호텔이 아니라, 설악이 품은 마을 오색을 거대하게 잠식한 승마체험장이었다.

심벌로 처리한 다른 시설과는 달리 커다란 동그라미로 구역을 표시해 더욱 눈에 띄었다. 왜 뜬금없이 국립공원에 승마장을 만들까라는 당시의 헛웃음은 이듬해 말에야 자연스레 풀렸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이 사랑하는 승마, 삼성이 조아리며 바친 말 3필의 뇌물을 보면서 말이다.

‘승마체험장’의 동그라미 하나가 보여준 힘은 거침없었다. 세미나가 있은 불과 한 달 후,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은 환경부 차관과 말을 맞춘 듯, 케이블카 예정노선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모두 충족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위원이 다수인 위원회에서 투표로 의결해버렸다. 자료의 의혹을 지적한 소수의 반대를 ‘조건부’라는 그럴싸한 말꼬리를 달아서 말이다. 양양군은 1년이 넘게 걸릴 ‘조건’의 검토는 무시한 채, 그해 말 일사천리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건설 승인이 당연히 통과되리라, 동그라미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정부의 거짓을 막아보겠다는 저항으로 환경영향평가서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이듬해 가을까지 계속되었지만, 환경부는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눈감은 채 사업을 통과시키려 형식적 절차 완성에 급급해했다.

당시까지 관찰한 관계자들의 이상한 행동들은 이후 모두 이해가 가능했다. 승마장 표지와 연결된 비선 실세의 막강한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관부처도 아닌, 사실상 비선의 영향에 놓여 있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케이블카와 관계된 5개 부처를 불러 모아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비밀 TF’를 만들어 대책을 모의한 것이다. 왜 이토록 작은 사업에 절대권력이 집착했을까? 이 사업은 단순한 케이블카 사업이 아니라, 국토 유린의 지렛대를 위해 우리나라 모든 보전법이 응집된 철벽 요새의 심장을 뚫어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업이 승인된다면 보전관련법은 모두 휴지조각이 된다. 당연히 국가의 원칙과 기준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외치며 탄생한 정부는 비선권력에 의한 부정한 결과인 오색케이블카 문제를 올바로 되돌려 놓으리라 의심치 않았다. 2018년 3월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가 오색케이블카의 불공정 실체를 확인한 이후 곧바로 ‘정의’라는 이름의 철퇴를 기대했지만 소시민의 순진한 상상이었을 뿐이다. 정부의 부정한 결정이 파기되지 않은 것은 물론, 급기야 올해 5월 양양군이 보완서를 제출했고 ‘논란’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워 아직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수많은 거짓과 부실, 부정의 결과 외에 어떤 다른 내용을 확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가가 만든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기준마저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여당 도지사 한 명의 힘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또 다른 최순실이 어른거리는 이유이다. 이 지난한 과정만으로도 최소한 환경부 장관보다 강력한 비선의 존재는 확실해 보인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측은 숙원사업이라는 이유로 국가의 기준과 원칙을 무시한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부정과 불법을 통해 지나간 과정은 그것이 밝혀진 이상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단지 숙원이라는 이유가 기준을 어긴 잘못된 절차를 인정하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만들어진 기준의 적용은 엄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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